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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 효과보다 이야기의 ‘숨은 2인치’를 찾는다, 배종병 넷플릭스 디렉터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24-01-26

“투자를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2023년에 총 6편의 영화, 14개의 시리즈, 10편의 예능을 한국 오리지널로 선보인 넷플릭스 콘텐츠팀에서 시리즈를 담당 중인 배종병 디렉터는 드라마 시장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BC <> <꽃보다 남자> 등을 만든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PD로 방송가에 이름을 알린 그는, 1999년 입문해 20여년간 채널 드라마의 흥망성쇠를 몸으로 파악한 베테랑 플레이어다.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총괄프로듀서(CP)로 남긴 대표적인 작품으로 <디어 마이 프렌즈> <푸른 바다의 전설> <호텔 델루나> 등이 있다. 2020년 넷플릭스로 자리를 옮겨 시리즈 부문의 빠른 확장세에 일조한 배종병 디렉터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쌓은 오랜 제작 경험, 그리고 넷플릭스가 추구할 수 있는 자유도를 그의 목소리만큼 활달한 기세로 배합 중이다.

-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중에선 단연 <더 글로리>의 성과가 돋보인다. 넷플릭스의 첫 메디컬 드라마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에피소드별 주인공이 전환되는 <마스크걸>의 사례도 새로운 시도다.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기존 장르를 넷플릭스답게 소화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마스크걸>은 3~4년 전만 해도 시장에서 만들어질 드라마가 아니다. 처음 대본을 읽고 안 하면 직무유기인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덜컥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걸 해도 되나?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걸 안 하면 미친 거 아니야? (웃음) 파격적인 요소가 자극과 흥미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방송가에서 오래 머물러본 경험으로는 곧 허들이기도 하다. 시청자가 스스로 작품을 선택해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만큼 오픈 직후 바로 반응이 왔다는 점을 중요한 신호로 봤다.

- <스위트홈> 시즌2, 영화 <독전2>는 아쉬움을 샀다.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은 넷플릭스에 있어 상징적인 과제일 텐데, 지난해 두 작품이 기대만큼 호평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 아쉬운 평이 많은 것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교사로 삼으려 한다. <독전2>는 미드퀄이라는 점에서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본다. <스위트홈>은 시즌3까지 염두에 둔, 스토리 아크를 가지고 있는 시리즈라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사실 사랑받은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점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후속작이 가장 어렵다.

- <오징어 게임> 시즌2,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 <스위트홈> 시즌3 등 올해 또는 내년까지 나올 대형 시즌제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가 크다. 지금까지 시즌제 프로덕션을 관리해 본 결과, 제작비 절감이나 효율 등 프로덕션 측면은 어떤가.

= 미국이라면 세트장을 유지하면서 제작비 절감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직 한국 사정은 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시즌2가 시작되면 모두 다시 셋팅해서 시작해야 한다. 또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은 국내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크고 한 인물로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을 염려하다 보니 시즌의 지속을 염두에 두고 배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역시 배우들의 인식도 시즌제를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가장 만족시키기 어려운 것은 시청자들의 눈높이다. 콘텐츠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시즌제 작품들의 성공적인 안착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과제라고 하겠다.

- 2023년을 돌아보면 U+모바일tv <밤이 되었습니다> <하이쿠키> 등 오리지널 투자작 외 구매작들이 1020 시청자층을 겨냥하는 듯했는데.

= 오리지널 외 구매작에 있어서는 폭넓은 시청자층을 위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작품이 매력적이라면 시도해보자는 기조가 있다. 언급한 작품들은 신인 배우들, 젊은 배우들이 돋보인다.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오면서 배우들은 오디언스와 접촉도를 높일 수 있고 플랫폼 입장에서도 요즘 관객들은 한번 좋은 작품을 발견하면 바로 수용하기 때문에 문턱을 확 낮추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 제작비 회수가 더뎌지면서 드라마 제작 업계의 불황도 이슈다. 한편 업계 내부에서는 넷플릭스에 갈 줄 알았던 작품이 선택받지 못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작품도 몇몇 있는데.

= ‘이 작품은 넷플릭스 가겠지’ 하는 예상이 공유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더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본다. 넷플릭스적인 작품, 이라는 고착화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계속 하고 싶다.

- 올해, 내년 신작 투자 전략에 있어 중시하는 부분이 있다면.

= 톱 배우가 있다고 해서 단순히 선택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스토리 아크, 이야기가 매력적인가. 그리고 이것을 만들어나갈 크리에이터와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소통한다. 작품의 색깔이나 장르 등에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닌데 굳이 따지면 이야기의 숨은 2인치, 만드는 사람들의 비전 순으로 파악하고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받는다.

- 2024 라인업을 소개해달라.

= 소재와 주제, 장르, 크리에이터 면면에 있어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즌제 작품들에 더해 특색 있는 원작 베이스의 작품들도 선보인다. <닭강정>이 대표적이고, 서현진, 공유 주연의 소설 원작인 <트렁크>는 현재 컷을 다 본 상태인데 아주 독특하고 사랑을 많이 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크리처물인 <기생수: 더 그레이>, 개성이 강한 <The 8 Show(더 에이트 쇼)>도 기대된다. 영화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벨기에의 탈북자 스토리인 <로기완>, 블록버스터 <대홍수> 등이 있고 <전,란>의 강동원 배우, <무도실무관>의 김우빈 배우의 활약이 대단할 거다. 현재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인 <전,란>은 조선의 무신 집안 아들과 그의 몸종이 임진왜란 속에서 겪는, 대단히 큰 서사다.

- 2024~25년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나.

= 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콘텐츠 그 자체의 역량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과 소통을 많이 할수록 광고 시장도 되살아날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장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체 생태계가 커져야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으리라 본다. 좋은 기획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져 오디언스들이 ‘어느 플랫폼에서 뭘 보지?’라고 즐겁게 고민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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