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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움으로 무럭무럭, ‘시민덕희’ 배우 공명
이유채 사진 오계옥 2024-02-01

<시민덕희>를 보이스 피싱 피해자인 덕희(라미란)가 범죄 조직의 총책(이무생)을 잡는다는 이야기로 요약했을 때 빠진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재민(공명)의 존재다. 평범한 청년 재민은 보이스 피싱 조직이 꾸며낸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가 중국 칭다오에 근거지를 둔 조직에 붙잡히고 감시 속에 은행원 ‘손 대리’란 이름으로 사기 전화를 돌린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재민은 탈출을 꿈꾸며 자신이 전 재산을 뜯어낸 덕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돈을 되찾을 방법과 조직 정보를 전부 알려줄 테니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시민덕희>에서 배우 공명은 서사의 한축을 담당하는 재민의 탈출기를 홀로 오롯이 감당함으로써 믿음직한 주연배우로 성장했음을 증명한다. 동시에 선량한 막내 이미지를 요령 있게 활용한 연기로 관객을 중국 칭다오라는 이질적 세계로 안내한다. 지난 2023년 6월에 전역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에너지로 가득한” 공명을 만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입대 전에 촬영한 <시민덕희>가 전역 뒤 개봉해 관련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오늘 인터뷰 전날에 무대인사를 돌았다고.

= 이제야 뭔가가 시작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돌이켜보니 무대인사를 한 게 <극한직업> 이후 처음이더라. <한산: 용의 출현>과 <킬링 로맨스>는 군복무할 때 개봉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관객들이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 팬들이 건네준 편지의 첫 문장만 읽어도 감동이 밀려왔다. 2020년 한창 촬영했던 때 생각도 많이 났다. 칭다오 파트를 코로나19 때문에 군산 세트에서 찍었는데 보조출연자들의 의상, 거리의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진짜 같아서 현지에 못 간 아쉬움 없이 몰입했었다.

- 칭다오 파트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끌고 나갈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정확히는 손 대리로서 전화하는 장면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에 대한 부담이 컸다. 감이 잘 잡히지 않아 유튜브에서 실제 보이스 피싱 영상을 찾아보고 따라 녹음도 해보면서 연습했다. 그런데도 불안하니까 틈만 나면 박영주 감독님과 라미란 선배님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다. 감독님과는 통화 신 말고 재민이의 현재 감정 상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재민이가 조직 내부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무섭고 탈출하고 싶은지를 목소리와 표정으로 잘 표현했을 때 관객이 그를 그나마 이해하며 칭다오 파트에도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재민 역시 덕희처럼 실존 인물에 기반한 놀라운 인물이다. 이 점이 출연 결정에 영향을 미쳤나.

= 재민을 포함해 어디까지 실화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시나리오를 읽었다. 알았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다. 카타르시스 넘치고 통쾌한 글이라는 건 변함없을 테니까.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책이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전체를 보려고 노력하고 ‘내가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흥미를 느끼느냐’에 집중한다. 오로지 시나리오를 잘 읽기 위해서 배우가 된 뒤 소설도 보기 시작했다. <시민덕희>의 경우 이야기가 주는 힘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그전에 라미란 선배님의 캐스팅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박영주 감독님을 만나 무조건 시켜달라고 강력하게 말씀드렸다.

- 어떻게든 탈출하고자 하는 재민은 총책에게 폭행당해 절뚝이는 경철(이주승)과 자신처럼 속아서 들어온 청년들을 못 본 척하지 못한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재민이 덕희만큼 포기를 모르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는데.

= 재민은 불의를 봤을 때 불편함은 느끼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바꿀 엄두는 못 내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범한 친구도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엔 확실히 용기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기에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들에서만큼은 판타지적인 느낌을 섞어 연기했다. 재민이 덕희와 연결되면서 겪는 성격적인 변화도 은근히 드러났으면 했다. 재민은 전화기 너머로 보내오는 덕희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으로 조금씩 용감해진다. 도와준다고 하니 자신도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용 불가인 핸드폰을 구하고 조직원에게 몰래 돈을 쥐어주면서 관리인 역할을 따낸 뒤 증거를 수집한다. 내가 맡은 역할이 점차 자신감을 얻는 게 느껴지는 게 놀랍고 대견해 이런 변화를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다.

- 마침내 칭다오에서 덕희와 재민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을 찍을 땐 어땠나. 덕희에게는 ‘손 대리 찾기’ 미션이 끝났다는 의미에서, 재민에게는 탈출에 대한 희망이 더 선명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장면이다.

= 그 자리에 조직원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접선인 걸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들었다. 그런데 라미란 선배님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왜? 생각보다 예뻐?”라는 대사를 툭 던지신 거다. (웃음) 그 뒤부터는 너무 각 잡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놓였고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신을 기점으로 ‘팀 덕희’의 선배님들과 만났는데 우중충한 하늘이 걷히는 기분이었다. 아마 재민이도 덕희와 처음 마주했을 때 이런 행복감을 느꼈을 거다.

공명이 뽑은 <시민덕희>의 명대사

“제가 사기쳐서 죄송해요. 저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닌데. 다 죄송해요.”

마지막에 재민이 그동안 손 대리로서 했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대사이자 내가 생각하는 그의 가장 핵심적인 대사다. 시켜서 억지로 보이스 피싱을 한 것이지만 자기 때문에 피해자가 생긴 건 사실이니 재민은 그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그만큼 간절하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고. 어떻게 하면 말을 할 때 재민의 진심까지 같이 전달될지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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