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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현실주의로 회귀한 장이머우, 춘절을 맞아 개봉한 <제20조> 흥행

<제20조>

장이머우 감독이 현실을 투영한 가족영화로 관객에게 돌아왔다. 중국 극장가의 극성수기인 춘절에 개봉한 이 영화는 장장 141분의 러닝타임 동안 가족을 중심으로 현재 중국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내면을 쉴 새 없이 나열한다. 영화의 제목 <제20조>는 중국 형법 제20조를 뜻하는 것으로 ‘정당방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 조항이다. 영화는 중년의 주인공 한명(뇌가음)이 지방검찰청에 임시직으로 부임한 이후 맞닥뜨리게 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고등학생 아들(류야오원)이 학교폭력에 연루되고 상대 부모와 학교와의 갈등 속에서 아내가 교장을 때리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동시에 주인공이 검사로서 맡게 되는 여러 사건들을 마주하며 상황은 점점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만들고 주인공이 ‘과연 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고뇌하는 과정을 거치며 결국 모든 것을 걸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이 작품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은 장이머우 감독의 전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데 있다. 장이머우 감독의 30년 전 영화 <귀주 이야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그가 다시금 현실주의로 회귀했다고 느낄 만큼 법의 이중성과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다루며 현실을 파고드는 집요함과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춘절 연휴 동안 쟁쟁한 작품들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장이머우 감독의 <제20조> 외에도 한한 감독이 연출하고 션텅이 주연한 시리즈 영화 <비치인생2>와 <니하오 리환잉>으로 54억위안의 누적 박스오피스를 올리며 큰 사랑을 받은 감독이자 배우인 지아링이 연출하고 주연한 코미디영화 <열랄곤탕(YOLO)>은 흥행의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영화와 함께 <제20조>가 흥행 톱3를 이뤄 개봉 10일째인 현재 16억위안의 박스오피스를 올리며 선전 중이다. <제20조>에서 주목을 끈 것 중 하나가 청각장애인 연기에 처음 도전한 자오리잉의 연기였다. 자오리잉은 지금껏 해본 적 없는 농아 연기에 첫 도전하며 오로지 수어와 표정을 통한 감정연기로 연기의 폭을 한층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2월10일부터 시작해 7일간 이어진 연휴 동안 중국 극장가는 그야말로 열기로 가득 찼다. 총관객수 1억6300만명이 80억위안(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중국 극장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과거 춘절 극장가의 흥행을 견인한 대작들은 대부분 애국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올해에는 스펙트럼이 다양해졌고 관객들이 소소하지만 웃음과 눈물로 위로를 얻는 이야기라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장이머우 감독의 <제20조>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영화인과 창작자 그리고 배우들의 노력으로 좋은 이야기가 계속해서 창작되고 소비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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