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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듄>의 레거시는 어떻게 굳건해지는가, <듄>이 가물가물하고 <듄: 파트2>가 어려운 관객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이유채 2024-02-27

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사실 영화 <>의 전체 스토리라인은 은근히 쉽다. 그리스신화, 삼국지, 셰익스피어극을 통해 익히 접해왔던 영웅 서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 상징과 무드로 조형된 드니 빌뇌브 영화 중 가장 친절한 편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드니 빌뇌브의 <>은 복수극이자 성장담이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전과 메시아임을 각성하기 전까지가 파트1, 그가 복수를 시작하고 메시아로 부상하는 과정에 약간의 러브 스토리를 더한 게 파트2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2021)으로 잠시 돌아가보자. <>에선 먼 미래인 10191년, 바다가 있는 칼라단 행성에서 살던 귀족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듄’이라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로 이주했다. 코리노 가문의 황제 샤담 4세(크리스토퍼 워컨)로부터 아라키스에서만 생산되는 스파이스를 관리하라는 명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명령은 평민들의 존경을 받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견제하던 황제가 이들을 멸하기 위해 펼친 계략이었다. 마찬가지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하코넨 가문이 황제의 음모에 가세해 아라키스를 기습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티모테 살랴메)가 아버지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작)을 잃는다. 임신한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와 깊은 사막에 떨어진 폴은 아라키스의 사막 부족 ‘프레멘’의 대표 공동체인 ‘시에치 타브르’를 만나고 수장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의 도움을 받는다. 입단식과 같은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한 폴은 그들과 동행한다. 폴은 그들 중 챠니(젠데이아)라는 소녀가 자신의 꿈에 계속 나타나던 바로 그 여인이라는 걸 알아챈다. 여기까지가 6권짜리 원작 소설 중 1권의 중반까지 다루는, <>의 큰 줄기다. 어떤 면에선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져다 155분짜리 영화로 만든 것에 관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아주 느리고 온화한 소개였다”(<폴리곤>)며 위트 있게 자평한 바 있다.

미학적 성취는 1편을 잇고

이제 <듄: 파트2>로 들어가보자. 폴은 복수에 앞서 적응과 인정이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에치 타브르와 생활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방인인 터라 프레멘 사회에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먼저다. 프레멘 부족에게도 뉴페이스의 존재증명은 시급하다. 언젠가 자신들을 구원할 예언자 ‘리산 알 가입’이 나타날 거라 믿는 그들에게 예언자가 곧 당도한다는 베네 게세리트의 신호와 더불어 나타난 특권층인 폴에게서 리산 알 가입의 징조를 느꼈기 때문이다. 프레멘들과 훈련을 거듭하던 폴은 프레멘이 신성시하는 모래 벌레(샤이 훌루드) 부르기에 나선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모래 벌레를 불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에 올라타 조종까지 해낸다.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며 폴에게 크게 감명받은 프레멘은 그를 리산 알 가입이라 칭송하기에 이른다. 이윽고 폴은 무앗딥(캥거루쥐)란 프레멘식 이름을 사용하며 그들의 지도자로 나서고 챠니와도 각별한 관계로 발전한다. 한편 레이디 제시카는 프레멘이 모래 벌레들을 익사시켜 만든 의식 확장의 묘약인 ‘생명의 물’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프레멘의 종교적 지도자이자 과거 여성들의 기억에도 접근할 수 있는 대모가 된다. 범인(凡人)에게는 독약이나 다름없는 생명의 물을 제시카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그가 은하계의 은밀한 핵심 권력이자 초인적 남성 메시아 ‘퀴사츠 해더락’을 탄생시키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온 종교 집단 베네 게세리트 자매단의 중추였기에 가능했다. 폴은 제시카가 딸을 낳기로 한 자매단의 계획을 어기고 낳은 아들로, 퀴사츠 해더락이 될 운명을 타고난다. 그런 폴 역시 생명의 물을 받아들이고 메시아로서 각성한다. 마침내 폴 무앗딥은 프레멘과 함께 아라키스의 지배권 탈환과 가문의 복수를 위해 하코넨 가문, 황제와 맞붙는다.

<듄: 파트2>는 <>이 이룬 미학적 성취를 고스란히 잇는다. 바다와도 같은 사막의 우아한 크림색 세계와 중간중간 묻은 모래를 털어내야 할 것 같은 실재감이 여전하다. 피사체를 오래 응시하고 호흡 하나하나에 방점을 찍어 시네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드니 빌뇌브의 고집도 그대로다. 여기에 액션 신을 포함해 힘을 준 장면들이 늘어나면서 전편보다 한층 뜨겁고 묵직한 양감을 자랑한다. 단색 캔버스와 같은 화면에 인간을 점처럼 올린 사막에서의 부감숏과 게릴라전에서 폭발하는 한스 치머의 웅장한 사운드, 관중과 군인이 가득 들어찬 장면이 도드라지며 관객을 압도한다. 그가 사막에 올라서 모래 벌레를 부르고 그것에 올라타 두 곡괭이로 조종하기까지의 전 과정은 본 적 없는 그림이다. 새 캐릭터들의 수혈은 이번 편의 확실한 차별점이다. 특히 하코넨 가문의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가 새로움의 중심에 있다. 페이드는 ‘짐승 같은’이란 수식이 붙은 글로수 라반(데이브 바티스타)의 남동생이자 사이코적인 기질의 전사로 막판에 황제의 대리자로서 폴과 대적하는 빌런이다. 원작에서는 검은 머리로 묘사되지만 영화에서는 민머리에 표독스러운 인상이 강조됐다. 감독은 살인을 저지르는 등장 신과 3 대 1의 검투 신 등 그가 주도하는 신들을 흑백으로 찍어 무자비함과 잔인성을 강조했다. 베네 게세리트인 코리노 가문의 두 여성 캐릭터는 적은 분량이지만 플로렌스 퓨레아 세두가 맡으면서 존재감이 상당해졌다. 오프닝 시퀀스의 내레이터이자 샤담 4세의 장녀인 이룰라 공주(플로렌스 퓨)는 폴의 정략결혼 상대로서 폴과 챠니 사이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레이디 마고(레아 세두)는 페이드를 단번에 유혹하는 한신만으로 역할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원작을 따른다는 의미

하지만 <듄: 파트2>는 동시대 시네아스트의 시각적 성취에 감탄하며 몰입하다가도 내용적 한계로 인해 영화의 세계에서 다시 빠져나오는 과정을 반복하게 한다. 폴 아트레이데스의 복수극은 고귀한 혈통의 백인 남성이 자신의 지식으로 비백인 집단을 구원한다는 이야기와 포개진다. 베네 게세리트의 여성들은 은하계를 주무르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정신적 존경의 대상이자 배후의 권력자로 위치가 고정돼 있으며 공식적인 통치자 자리에는 앉지 못한다. 드니 빌뇌브는 백인 구세주 내러티브, 제국주의적 시각, 봉건적인 여성관에 대한 비판을 받아온 20세기 소설 <>을 21세기에 맞게 “확장”하는 쪽으로 각색하겠다고 일찍이 밝힌 바 있지만 대체로 살리는 쪽을 택했다. 그간 “<>이 일생일대의 꿈”이었다며 작품에 대한 경외감을 보여왔던 걸로 미루어보아 원작을 적극적으로 건드리는 일에는 주저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듄: 파트2>에 이르러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가 말한 “리더가 늘 옳다고 절대 믿지 말라”는 메시지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드니 빌뇌브가 특유의 회화적 상상력으로 채운 세계의 카리스마는 독보적이다. 3편 제작이 점쳐지는 지금, <듄: 파트2>는 시리즈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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