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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듄: 파트2>, 화면비의 몽타주, 수직적 아이맥스가 주는 시각적 스펙터클
박홍열(촬영감독) 2024-03-14

스크린의 크기와 비율도 이미지다. 일반적으로 스크린이 큰 아이맥스 화면에서 기대하는 것은 웅장한 스케일 또는 광활한 풍경의 정경(landscape) 이미지일 것이다. 기존 가로 중심 화면비의 영화는 관객의 극적 체험을 유도하기 위해 수평적 스케일로 화면을 구성하고 인물의 동선과 액션 신도 수평적으로 구성한다. <듄: 파트2>는 통상적인 아이맥스 영화들의 수평적 스케일 구성 방식과 달리 수직적 스케일을 택한다. 미술과 의상, 공간 디자인까지 수직적인 이미지로 구성하면서 아이맥스의 커다란 스크린을 활용한다. 실내의 수직적 공간에 방점을 두고 사막의 수평적 공간과 대비한다.

많은 SF영화에서 미지의 행성은 대부분 사막이다. 아라키스의 듄도 사막 행성이다. 듄이 사막으로 이뤄져 있기에 보통은 수평적 정경이나 아이맥스의 스펙터클한 임장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SF영화에서 우리는 사막을 봐왔다. 외계 행성의 사막은 이제 새롭지 않다. 그러나 <듄: 파트2>는 사막의 이미지를 다르게 표현한다. 아이맥스의 자유로운 화면비 선택을 활용해 외계 행성들의 실내 공간에 아이맥스를 적극 활용한다. 관객에게 낯선 외계의 존재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이다. 외계 행성의 전유물인 사막의 풍경 대신 외계인의 실내 공간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시각적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라키스의 스파이스 생산 기지 본부, 하코넨 행성 제국의 검투장과 복도, 황제의 제국, 프레맨의 북부와 남부의 수직적 실내 도시들을 통해 SF 이미지를 기존 영화들과 다르게 체험하게 한다.

외계인들의 삶(왕족들의 삶이지만)과 외계 행성의 문명이 응축된 실내 공간을 아이맥스 1.43:1의 수직적 화면비로 표현하며 외계의 낯선 존재들과 SF라는 장르의 영화적 체험을 유도한다. 외계 제국들의 실내 공간 디자인을 수직적으로 구성하고 세로가 긴 화면비 안에 다양한 외계 제국들의 풍경을 담아낸다. 반면에 익숙한 사막의 풍경들은 2.39:1 화면비로 수평적 공간감을 더 강조한다. 사막 풍경을 담은 2.39:1의 수평적 화면비는 실내 공간을 담은 아이맥스 1.43:1의 수직적 화면비 컷과 만난다. 화면비가 서로 충돌하며 스크린을 가득 채운 아이맥스 이미지들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사막의 수평적 풍경들은 수직적 화면비로 표현된 외계 문명을 강조하는 데 일조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광활한 사막을 더 넓게 보여주는 것보다 익숙한 실내 공간을 낯설고 충격적일 정도로 거대하게 보여주는 일에 집중한 것은 수직적 아이맥스 화면비를 통해 시각적 스펙터클을 완성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화면비의 충돌로 만든 아이맥스의 새로운 체험

일반적인 영화들은 한 영화가 하나의 화면비로 만들어진다. 화면비는 영화 속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영화 표현의 최우선 기본 설정이다. 그러나 디지털 아이맥스 영화들은 한편의 영화 안에서 화면비를 변화시키며 극장에서의 영화 체험을 극대화한다. 아이맥스는 일반적으로 1.43:1과 1.90:1, 2.39:1 등의 화면비를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화면비로 상영 중인 화면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스크린의 크기가 일반 상영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영화 속 이야기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화면비의 변화를 의식적으로 감지하기는 어렵다. 아이맥스는 한 시퀀스 안에서도 2.39:1 컷과 1.43:1 컷을 함께 사용한다. 어떤 시퀀스에서는 아이맥스 1.43:1 화면비가 한컷만 등장하고 나머지는 2.39:1로 표현되는 시퀀스도 있다. 또 어떤 시퀀스에서는 두 화면비가 불규칙하게 교차하기도 한다. 사막을 건너는 훈련 중인 폴에게 챠니가 걷는 법을 알려주며 “리듬을 깨뜨려야 해”라고 말했던 것처럼 화면비의 변화로 영화의 고정된 리듬을 깨뜨리려는 듯 말이다.

한 신 안에서 이뤄진 아이맥스 1.43:1 화면비와 2.39:1 화면비의 변화는 서로 다른 두 문명의 충돌을 표현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영화 초반 아이맥스 스크린을 가득 채운 하코넨 기지의 1.43:1 수직적 이미지 컷은 2.39:1 화면비로 보이는 사막의 폴과 프레맨들과 대비된다. 압도적으로 우위인 하코넨에 대항하기에 아직은 힘이 부족한 폴과 프레맨을 2.39:1 화면비의 블랙 마스킹이 위아래로 짓누르면서 그들이 아직은 하코넨보다 약한 존재들처럼 보이게 만든다. 마지막 전투 신에서 거니와 프레맨 병사들이 제국의 군대를 향해 깃발을 들고 가는 수평 트래킹 장면의 매치컷에서도 1.43:1 컷과 2.39:1 컷을 나란히 연결해 두 화면비를 충돌시킨다.

<듄: 파트2>의 첫 아이맥스 1.43:1 화면비 컷은 태양이다. 영화엔 유독 태양 이미지와 폴이 태양빛을 역광으로 받는 장면들이 많다. 심지어 <듄: 파트2>의 타이틀에서도 빛이 제목을 역광으로 비춘다. 또 화면비의 충돌을 활용해 폴이 프레멘의 메시아라는 이미지를 축적한다. 프레맨이 되기 위해 수행 중인 폴이 2.39:1 화면비로 보이고 이어지는 컷 사이사이의 태양 인서트는 아이맥스 1.43:1 화면비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태양 이미지에 이어 보이는 폴의 얼굴은 다시 2.39:1 화면비에 그려진다. 태양빛의 플레어가 폴을 후광처럼 감싼다. 이전 컷의 아이맥스 태양빛이 다음 컷의 폴의 얼굴을 비추듯 연결된다. 아이맥스 1.43:1의 스크린을 채우는 태양이 수평적 화면비에 있는 폴의 얼굴과 부딪히고 중첩되면서 폴을 ‘예언처럼’ 등장시키는 것이다.

인물들의 위치 관계 변화를 드러내는 법

폴이 프레맨으로서 새롭게 정체성을 얻어갈 때도 아이맥스 1.43:1과 2.39:1 컷을 연결하며 화면비의 몽타주를 활용한다. 폴이 프레맨과 함께 싸워 이긴 하코넨과의 첫 전투 신에서 폴과 프레맨은 아이맥스 1.43:1로, 하코넨 군대는 2.39:1로 표현되며 화면비가 충돌한다. 첫 전투에서의 승리 후 프레맨 막사 안의 대화 신도 화면비를 대비시킨다. 프레맨들의 대화 컷은 아이맥스 1.43:1로 보여주고 폴이 말할 땐 2.39:1 화면비로 바뀐다. 폴이 자신의 이름으로 ‘무앗딥’을 언급하면 다시 화면비가 아이맥스 1.43:1로 바뀌면서 폴의 얼굴이 스크린 가득 채워진다. 이어지는 프레멘들의 리액션 컷과 폴의 숏은 다시 2.39:1 화면비다. 이같은 1.43:1 컷과 2.39:1 컷의 연결은 폴이 프레멘 안에 동화되는 미묘한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폴이 프레멘으로서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데 기여한다. 이후에는 2.39:1의 수평적 화면비를 쓰고 폴과 프레멘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서 첫 전투의 승리 이후 그들의 관계가 진전됐음을 표현한다. 화면비의 몽타주를 통해 인물들의 위치 관계 변화를 드러낸 것이다.

결론적으로 <듄: 파트2>는 가로가 긴 2.39:1 화면비와 상대적으로 세로가 강조되는 아이맥스 1.43:1 화면비 컷을 교차하며 화면비의 변화와 충돌을 통해 기존의 아이맥스 영화와는 다른 체험을 선사한다. 일관성을 가져야 할 한 신 안에서도 두 화면비의 충돌과 대비로 캐릭터를 강조하고, 컷과 컷 사이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의식하기도 어려운 화면비의 몽타주가 활용되면서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이미지가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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