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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쿵푸팬더4’, 판다로 충분한데 강제로 덤을 주려 한다
최현수 2024-04-10

우연히 폭죽이 담긴 수레에 올라타 얼떨결에 용의 전사로 지목되었던 포(잭 블랙)는 이제 지혜의 지팡이를 물려받아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올랐다. 마스터 시푸(더스틴 호프먼)는 포에게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차례라고 조언한다. 우그웨이 대사부처럼 평화의 계곡을 수호하는 영적 지도자가 되어 새 후계자를 임명할 때가 된 것이다. 시푸는 후계자를 정하기 위해 선발전을 열지만 포는 아직도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용의 전사로 남고 싶은 눈치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드 궁전의 유물을 노리는 여우 젠(아콰피나)의 등장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치열한 결투 끝에 젠을 제압한 포는 그녀에게서 강력한 악당에 관한 소문을 듣는다. 어떤 존재로도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악당 카멜레온(비올라 데이비스)이 강력한 힘을 탐내고 있다는 것. 시푸는 포가 후계자 물색에 집중하기를 바라지만 포는 카멜레온을 제압하려 젠과 함께 그녀의 고향인 주니퍼시로 향한다. 한편 카멜레온은 포의 지팡이를 얻어 영혼계로부터 최악의 빌런들을 소환해 그들의 무력을 흡수하려는 흉계를 꾸민다.

8년 만에 돌아온 <쿵푸팬더> 시리즈의 신작 <쿵푸팬더4>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변화’다. 용의 전사였던 포는 후계자 찾기라는 과업을 마주하고, 메인 빌런인 카멜레온은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변신 능력이 있다.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시푸의 교훈은 포의 두 아버지 핑(제임스 홍)과 리샨(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입을 빌려 반복되며 포의 깨달음에 일조한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변화를 수용하자’고 말하는 신작의 태도는 다분히 전략적이다. 16년간 이어진 <쿵푸팬더>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장을 펼쳐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산업적 야심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한 영화의 설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랜 사랑을 받아온 ‘무적의 5인방’의 분량은 삭제됐고, 그 공백은 새로운 히로인 젠의 서사를 구축하는 데 사용된다. 악당 카멜레온은 포와 어떤 연관성도 없는 순수한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며 전작의 악당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처럼 전작의 최종 보스들을 모두 소환하며 노스텔지어를 자극한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에도 <쿵푸팬더4>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의 매력을 놓치고 만다. 젠의 모티브가 된 여우는 풍만한 체형의 판다나 아주 작은 사마귀 혹은 래서판다처럼 특색 있는 동물이 아니다. 의인화된 동물만의 특징이 충분히 담기지 못한 히로인은 평이한 인상을 준다. 변신 능력으로 흥미로운 장면을 만들 수 있었던 카멜레온은 전작의 빌런들을 소모적으로 사용하며 큰 위압감을 주지 못한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가려던 영화는 평이한 캐릭터들로 인해 새로운 고민거리를 떠안는다.

“ 씨앗이 되어줘.”

포는 지혜의 지팡이를 뺏긴 뒤 카멜레온에게 밀려 철창에 갇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이후 젠이 기지를 발휘해 포를 구할 때 포는 젠에게 아껴둔 말을 건넨다. "씨앗이 되어줘." 영화의 초반부 시푸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포에게 “모든 씨앗은 큰 나무의 꿈을 품고 있다”라고 건넨 조언을 받아들이고 실현한 셈이다. 한 시대를 대변해 온 시리즈의 세대가 이양되는 순간을 함축하는 포의 한마디는 마치 16년의 시간을 떠나보내는 송가처럼 들린다.

CHECK POINT

<슈렉 포에버> 감독 마이크 미첼, 2010

드림웍스에 <쿵푸팬더> 이전에 <슈렉>이 있었다. 그리고 <쿵푸팬더4>를 통해 세대교체를 도모하는 감독 마이크 미첼은 역설적으로 <슈렉> 시리즈의 마무리를 맡았다. 평행 세계에 떨어진 슈렉과 역대 빌런을 한데 모은 <쿵푸팬더4>는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마이크 미첼이 마무리 지은 <슈렉 포에버>를 보면서 그가 <쿵푸 팬더>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갈지 예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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