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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해외배급 담당 지상은
2002-08-21

영화장사? 사람장사!

우리나라 영화가 해외로 유통되는 대표적 경로에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와 크고 작은 필름마트들이 있다. 연초 북중미 영화배급업자들의 집합소인 AFM(American Film Market)과 베를린영화제를 필두로, 5월에 있는 프랑스 칸영화제, 6월의 홍콩 필름마트, 더위가 막바지에 이르는 8월 하순의 베니스영화제, 9월에 열리는 토론토영화제와 10월에 개최되는 밀라노 견본시(MIFED) 등지가 대충의 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해외 마켓에서 우리나라 부스는 유명무실했다. 얼마 전 <오아시스>의 홍보를 위해 베니스영화제를 다녀온 지상은(27·씨네클릭 아시아 해외 마케팅)씨는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한다. “<오아시스> 스크리닝을 챙기기 위해 외국 바이어들이 줄까지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거 보고 얼마나 감동먹었는데요.” <박하사탕>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되고, <친구>가 마켓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흥분이었다. 평소 한국영화에 대한 고정적인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으며 ‘중요 고객’(key buyer) 리스트에 링크된 일본과 대만, 홍콩뿐만 아니라 유럽쪽 바이어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한국영화 스크리닝 이후 매체평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지씨가 들고 간 <조폭 마누라>는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 미라맥스영화사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액수는 100만달러였다. 6월 홍콩에선 <챔피언> 시사 뒤 “다른 건 몰라도 한국영화의 질이 달라졌다는 것은 알겠다”는 말도 들었다. 최근 MGM사와 <달마야 놀자>의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체결할 때 그녀는 이렇게 외쳤단다. “100만달러 밑으론 안 돼!” 그것은 마지노선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지씨를 비롯한 현장 경험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영화의 해외 마켓 세일즈에 호조로 작용한 일명 <쉬리> 열풍으로 한순간 외국 바이어들의 시선을 한국영화에 묶어두긴 했지만, 지난 4월 일본으로 수출한 <친구>가 예상 외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또다시 한국영화 신중론이 대두됐다는 지론. 국내의 흥행성적이 객관적인 보증수표가 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지씨는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직까지 한국영화를 아트영화로 분류하는 나라가 많아요. 그만큼 낯설다는 거죠. 그나마 문화적 맥락이 비슷한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에서 대박이면, 자기들도 문제없다고 사가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선 아무래도 시기상조예요.” 1년에 두세번 있는 영화제 마켓만 챙기면 될 거라는 감언이설에 시작한 일이라지만, 지상은에게는 뚜렷한 직업관이 있다.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것. 그래서 그녀는 바쁜 영화제 일정 틈틈이 바이어들과 만나 식사도 하고, 국내에 돌아와선 메신저로 안부를 챙긴다. 영화제라는 게 준비하는 게 까다롭고, 해외 마케팅 전문회사로서 씨네클릭 아시아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라서 분야, 전공 가리지 않고 뛰고 있는 실정이지만, <오아시스>에 대한 호평이 들려오는 지금 그녀에겐 보약이 따로 필요없다.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프로필

→ 1976년생 /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2001년 씨네클릭 아시아 입사→ <오아시스> <친구> <엽기적인 그녀> <챔피언> <박하사탕> <조폭 마누라> 등 유수의 한국영화 해외 마케팅에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