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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영화 80여편 올가이드-외국영화(3)
2002-08-24

가을을 기다리는 영화들

레드 드래곤 Red Dragon

감독 브렛 래트너 출연 앤서니 홉킨스, 에드워드 노튼개봉 10월18일

컨셉┃살인마 한니발 렉터, 마지막에 들려주는 그의 첫 번째 이야기.

온 스테이지┃FBI 수사관 윌 그래험은 살인마 한니발 렉터를 붙잡아 감옥에 보낸 뒤 FBI를 그만뒀다. 한니발을 체포하기까지, 한니발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와 정체모를 충동을 감내하느라 육체와 정신이 다 탈진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니발이 수감된 지 수년이 지나 또다시 유사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윌은 마지못해 복귀한다. ‘레드 드래곤’이라는 별칭의 이 새로운 살인마는, 한니발 못지않은 지능과 잔인함의 소유자이다. 그에게 다가서려면 연쇄살인범의 정신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윌은 한니발을 찾아간다. 끔찍했던 공포와 충동의 세계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소설 <레드 드래곤>은 <양들의 침묵>보다 먼저 1981년에 나왔다. <양들의 침묵>과 설정이 비슷하지만 수사관과 한니발의 심리대결, 한니발을 닮아가는 것 같은 자신에 대한 윌의 두려움을 극한까지 끌고가 보여준다. 원작을 충실히 그리겠다는 브렛 래트너 감독의 말대로라면 영화 <레드 드래곤>은 한니발이 초래하는 공포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가 될 듯.

오프 스테이지┃ 이 영화의 제작자 디노 디 로렌티스는 같은 소설로 86년에 <맨헌터>를 만들었다가 흥행에 실패했다. 다시 도전하면서 그가 가장 공을 들인 건 캐스팅이다. <양들의 침묵> 이후 한니발 렉터의 분신이 된 앤서니 홉킨스를 데려왔고, 실력파 에드워드 노튼을 수사관으로 맞붙였다. 랠프 파인즈의 영국신사 같은 이미지를 뒤집어 ‘레드 드래곤’으로 만들고, 에드워드 노튼의 동료 수사관에 하비 카이틀, 레드 드래곤의 표적이 되는 벙어리 여인에 에밀리 왓슨을 배치했다. 일단 캐스팅에서는 <맨헌터>를 압도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The Pianist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에이드리언 브로디개봉 11월 중

컨셉┃2차대전을 통과한 유대인 피아니스트의 기억, 유대계 폴란드인 감독의 자화상

온 스테이지┃나치의 세력하에 있던 폴란드 바르샤바. 가족이 모두 수용소로 끌려가고 홀로 남은 피아니스트 스필만(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유대인 거류지를 떠돌며 생존을 위한 고투를 벌인다. 나치의 눈을 피해 폐허 속을 떠돌던 스필만은 한 독일 장교와 마주치는데, 그의 주문은 뜻밖에도 피아노를 연주해보라는 것. 그는 스필만에게 음식과 피난처를 제공하고 사라진다. 2차대전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살아남은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자서전이 원작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폴란드의 유대인 거류지에서 살았고, 어머니를 가스실에서 잃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힘겹게 메가폰을 잡았다.

오프 스테이지┃ 로만 폴란스키는 <악마의 씨> <차이나타운> <비터문> 등 성과 폭력과 공포를 즐겨 이야기했지만, 필생의 작업이라고 생각한 프로젝트는 완전히 다른 화두, 다른 색깔의 작품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40년 만에 고국 폴란드 땅을 밟았고, 16년 만에 칸영화제 본선에 초대됐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여러모로 <쉰들러 리스트>를 연상시키지만 <피아니스트>의 진정성은 올해 칸의 관객을 꽤나 눈물짓게 했다.

본 아이덴터티 The Bourne

Identity

감독 덕 라이먼 출연 맷 데이먼, 프란카 포텐테개봉 10월3일

컨셉┃CIA가 제거한 요원이 살아남았다. 그가 생존을 위해 펼치는 스파이액션.

온 스테이지┃한 남자가 지중해 해안에 떠오른다. 어부들이 구조해보니 몸에 총알이 박혀 있고, 피부 속 캡슐에 스위스은행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살아남은 이 남자는 기억이 없다. 기억을 찾아 스위스은행, 파리를 전전하는 동안 숙련된 킬러들이 쫓아온다. 그들의 추적을 피하면서 자신이 고도의 육체단련과 스파이 훈련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알게 된 자신의 이름은 본이고, 자신을 쫓는 자들은 CIA이다. 이쯤 되면 알 수 있다. 전 CIA 요원과 CIA 조직, 고수와 고수의 대결이다.

오프 스테이지┃ 선한 자도 악한 자도 없이, 조직의 논리 때문에 벌어지는 생존의 게임이 <본 아이덴터티>이다. 007처럼 고도의 스파이 기술과 첨단기기를 동원한 액션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스릴러적 구성을 가미한 전형적인 오락 활극이다. 눈길을 끄는 건 본 역의 맷 데이먼. 숀 코너리, 피어스 브로스넌에 비해 느끼함이라곤 지나칠 정도로 없는 그가 출연하는 스파이영화는 아무래도 007과는 다를 듯하다. 6월 중순 미국에서 개봉해 제작비 7500만달러의 두배에 가까운 1억1474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스토커 One Hour Photo

감독 마크 로마넥 출연 로빈 윌리엄스, 코니 닐슨개봉 9월 중

시모어 패리쉬는 쇼핑몰 내부 사진현상소에서 일하는 중년의 사진사. ‘싸이’라 불리는 그는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없이 홀로 살아가는 외로운 남자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필름에 담아 맡기는 현상소 고객들의 사진 속 행복을 관찰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 특히 연애 시절부터 결혼, 아들 제이크의 생일 등 오랫동안 사진으로 봐온 요킨 가족에게는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그들의 필름을 몰래 두장씩 현상해서 갖는가 하면, 틈틈이 그 집 주위를 맴돌 정도. 우연히 다른 고객의 사진에서 제이크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싸이는, 그를 직접 단죄하러 나선다. <스토커>는 자신에게 없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에 집착하는 남자의 욕망을 통해 소통이 단절된 현대사회의 고독과 소외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스릴러. 로빈 윌리엄스가 선량한 인상 뒤에 섬뜩한 집착을 숨긴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뮤직비디오를 연출해온 마크 로마넥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그 밖의 외국영화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만큼만!

가을 극장가의 메뉴는 뜻밖에 풍성하다. 추석 대목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액션스릴러부터, 계절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영화들까지 고루 포진해 있으니, 입맛따라 취향따라 고르기만 하면 된다. 올 가을은 액션과 스릴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레인 오브 파이어>는 인류가 멸망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지구를 점령한 괴물들에 맞서 싸우는 전사들의 이야기. 극한의 스턴트 스포츠를 즐기는 신세대 스파이의 활약상을 그린 <트리플 엑스>는 <분노의 질주>의 감독 롭 코엔과 배우 빈 디젤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추석이라면, 성룡이 빠질 수 없다. <턱시도>는 백만장자의 운전사 성룡이 비밀스런 턱시도를 손에 넣으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코믹액션.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다. 한때 <석양천사>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홍콩의 <버추얼 웨폰>은 컴퓨터업계 거물과 싸우는 두 여자의 액션에 초점을 맞춘 영화. 원규가 메가폰을 잡고, 서기, 조미, 막문위, 송승헌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택시>의 감독 제라르 페레는 신작 <스틸>에서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를 이용해 스피디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은행 강도단의 활약상을 선보인다.

스릴러 요소가 강한 영화들도 많다. <체인징 레인즈>는 교통사고로 만나 서로 앙숙이 된 변호사와 보험 설계사의 이야기로, 벤 애플렉과 새뮤얼 잭슨이 호흡을 맞췄다.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이너프>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누리던 여자가 뒤늦게 남편의 이면을 목격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 비슷한 분위기의 스릴러로 ‘원나잇 스탠드’ 그 이후의 악몽을 그린 <스윔팬>도 있다. <트랩트>는 아이를 납치해 몸값을 받으려는 커플과 아이 부모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이자 배우인 지앙웬이 잃어버린 총을 찾아 헤매는 경찰로 출연하는 중국영화 <미싱 건>도 있다. 40년 전 사라진 이탈리아 유람선의 망령을 그린 호러스릴러 <고스트 쉽>, 부통령 후보에 오른 여성 상원의원의 위기를 그린 정치스릴러 <컨텐더> 등도 가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가을은 멜로와 드라마의 계절.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언을 들은 리포터에게 일어난 변화를 따라잡은 로맨틱코미디. 안젤리나 졸리와 에드워드 번즈가 출연한다. <케이트 앤 레오폴드>에서는 20세기 뉴욕 커리어우먼 멕 라이언이 19세기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몬스터 볼>에서는 간수 빌리 밥 손튼이 처형당한 죄수의 아내 할 베리와 사랑에 빠진다. 10년간 사랑을 지켜온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도 있다. 성장영화도 빠뜨릴 수 없다. 원조교제하는 소녀들의 꿈과 우정을 그린 하라다 마사토의 <바운스>, 섹스에 굶주린 소년들의 여름 여행을 그린 알폰소 쿠아론의 <이 투 마마>, 성직자의 길을 가는 소년의 파란만장한 여행기 <신과 함께 가라>가 그런 작품들. <시네마천국>의 주세페 페르나토레는 신작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천재 피아니스트의 열정에 찬 삶을 예찬한다. 수잔 서랜던과 골디 혼이 록 열성팬의 이력과 우정을 나눈 친구로 등장하는 <뱅거 시스터즈>, 마약 퇴치에 앞장서는 형제 갱단의 도전을 그린 <듀스 와일드>도 있다.

이 밖에 이란의 가족 멜로드라마 <천국의 미소>, ‘보스니아판 <공동경비구역 JSA>’라 불리는 <노 맨스 랜드>, 발리우드 음악과 할리우드 안무를 결합한 <발리우드 할리우드> 등 매력적인 제3세계 영화들과도 만날 수 있다. 카툰네트워크의 간판 애니메이션으로, 마을의 정의를 수호하는 당찬 세 꼬마의 활약상을 그린 <파워 퍼프 걸>의 극장판도 대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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