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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생각해 보셨습니까?
2002-09-16

박광수·이현승·여균동·박찬욱·정재은·송해성, ‘차별’ 주제로 단편영화 제작충무로 감독들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이하 인권위)가 손잡고 옴니버스 형식의 인권영화를 만든다. 박광수, 이현승, 여균동, 박찬욱, 정재은, 송해성 등 여섯 감독이 대표선수. 주제는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며, 감독들은 성별, 종교, 사상, 성적 지향 등 인권위가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18가지 차별 유형 중 하나를 택해서 각각 10분 길이의 단편영화를 만들게 된다.인권위는 9월12일 “과거에 비해 인권상황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은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영화가 대중들이 접근도가 높은 매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어느 감독이, 어떤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을 끌지만, 아직은 변수가 많아 미정인 상태. 대략의 윤곽만 드러나 있다.이현승 감독은 외모지상주의 등 여성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다루고, 박찬욱 감독은 이주노동자를 그리되 다큐멘터리식으로 풀어낼 예정. 이들 중 여균동 감독은 가장 앞서 있다. 이미 <대륙횡단>이라는 제목까지 뽑았을 정도다.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 광화문에서 기발한 시위(?)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은 감독은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둘러싼 상황을 그릴 예정이고, 가장 먼저 참여의사를 밝힌 박광수 감독과 맨 마지막에 합류한 송해성 감독은 조만간 소재를 정할 것으로 보여진다.이번 프로젝트의 산파는 인권위에서 일하고 있는 남규선씨다. 1991년 앰네스티 창설 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던 인권영화에 관한 단편영화 모음이 단초가 됐다.앰네스티 프랑스 지부가 중심이 된 이 프로젝트는 <망각에 반대하며>라는 제목으로 장 뤽 고다르, 알랭 레네, 샹탈 애커만, 베르트랑 타바르니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참여해 주목을 끌었는데, 당시 민가협 총무로 활동했던 남씨는 한국의 양심수를 다뤘던 코스타 가브라스로부터 테이프를 건네받고서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꾸려보겠다”고 계획했다고 한다. 여균동 감독의 <외투>(1995)와 <내 컴퓨터>(1999) 등을 기획한 것은 돌아보면 일종의 워밍업.현재 인권위의 계획에 따르면, 여섯 감독들의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는 대로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연말까지는 제작을 마칠 예정이다. 6편의 단편영화 제작을 책임질 이진숙 프로듀서는 “영화가 완성되면 일단 영화제 중심으로 출품을 계획하고 있으며, 좀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극장 개봉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편당 제작비는 5천만원. 영화진흥위원회가 후반작업 지원을 약속했고, 필름을 지원받기 위한 교섭도 따로 진행 중이다. 인권위쪽에서도 <망각을 반대하며>의 제작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굴러가도록 애쓰고 있다. 선의가 더해져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