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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속삭임, 이젠 한국이 뜬다
2001-04-06

<오! 수정>에서 <캐비>까지, 영국에서 기지개켜는 한국영화들

런던=최인규 통신원

최근 아시아시장에서의 비약적 성공에 비해 한국영화가 영화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미국시장이나 유럽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이민자사회를 중심으로 한국영화 소비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미국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유럽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초기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문화 교두보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영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끔 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가 일년에 몇편씩 소개되고, 국립영화극장 같은 곳을 통해 한국영화전이 기획되긴 하지만 대중의 관심도나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지난 몇년간 영화제나 기획전이 아닌 일반 극장에서 한국영화가 소개된 것은 극히 드문데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유일무이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도 예술전용관에서 단관 상영에 그쳤고 언론이나 대중의 관심도 적은 편이었다. 같은 시기 여러 영화제를 통해 호평받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경우 아직 개봉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링> 시리즈를 비롯한 기타노 다케시의 <기쿠지로의 여름> 등 매년

대여섯편씩 일반 극장에서 영화를 선보이는 일본이나 <와호장룡> <화양연화>의 대중적, 비평적 성공으로 중국영화 붐을 이뤄내고 있는 중국어권의

상황은 한국영화로서는 상당히 부러운 일이다.

다양한 장르, 튀는 개성- 이제 시작이다!

한국영화가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런던영화제에선 한국영화가 최초로 6편이나

소개되었는데 좌석 점유율을 비롯한 언론의 반응 등 모든 것이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느끼게 했다. <박하사탕> <반칙왕> <플란다스의 개>

<오! 수정>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관객을 즐겁게 해주었고, 심각하고 어둡다는 한국영화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볼 때 영국에서 한국영화를 위한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봄 기운이 완연해지고 있는 요즘, 한국영화는 런던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곧 있을 게이·레즈비언영화제에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가

소개되는 것을 필두로 4월에는 <화양연화>를 수입해 재미를 본 ‘메트로 타탄’에서 수입한 김기덕 감독의 <섬>이 소개될 예정이다. 가장 주목할

행사로는 오는 4월29일부터 7편의 한국영화가 런던 시내 한가운데인 레스터 스퀘어에 자리한 예술극장 ‘메트로’에서 상영되는 ‘LG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 2001’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국립극장이나 아트센터 같은 곳에서 비슷한 기획이 진행된 적은 있지만 일반 극장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또 이전에 기획된 한국영화 주간이 이곳 프로그래머들 주축으로 이루어졌다면, LG전기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런던대학

한국 학생회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여는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분단상황을 보여주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오프닝으로, 일주일간 열릴 이번 행사에는 한국적 상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페미니즘과 관련있는

<파란 대문> <정사>, 전통 정서를 표현하는 <>을 비롯, <세친구>(소외), <돈오>(섹스), <간첩 리철진>(분단) 등이 그것. 또

부대행사로 런던에서 활동중인 한국의 단편영화감독의 작품 상영회도 열릴 예정이며 행사기간 중 박찬욱 감독, 이재용 감독 그리고 배우 송강호씨가

런던을 찾아 행사를 더욱 빛낼 예정이다.

드라마에서 스릴러까지, 영화로 말해요

지난 3월 초 영국의 국립영화학교인 NFTS에서 졸업작품 시사회를 가졌다. 다큐멘터리, 극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을 통틀어 15편의

졸업작품이 선보였는데, 미래의 영국영화를 가늠해볼 만한 좋은 기회였다. 졸업생 중 유일한 한국인인 이영미 감독이 연출한 <캐비>(Cabby)라는

작품이 특히 화제를 모았다. 택시운전을 하는 한 여성의 동성애적인 욕망과 그녀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겪는 갈등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이 작품에 대해 이 학교 졸업생이자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로 유명한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모든 남성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는 말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인의 손끝에서 나온 단편영화들도 한국영화를 알리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런던 인터내셔널 필름 스쿨에서 졸업작품으로

만들어진 김판수 감독의 <바람 속의 속삭임>(Whispers in The Wind)은 한국인이 만든 영국 사극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고,

셰익스피어와 한국의 선 사상을 잘 조화시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전주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누가 예수를 죽였나?>(Who Killed

The Jesus?)도 런던에서 만들어진 한국영화다. 골드 스미스 칼리지 출신인 우민호 감독과 이석근 감독이 만든 스릴러물인 이 영화는 잘

짜인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현지의 반응을 얻어냈다. 현재 런던에서만 약 30여명의 한국 영화인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코스모폴리턴적 감성을 더하는 작업 속에서 많은 단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성과물은 ‘LG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 2001’에서 ‘런던의 한국영화감독’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인터뷰

| 영화평론가 스티븐 크렘린

▶<바람

속의 속삭임>은 어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