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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2]
2002-10-28

<맨 헌터>, 16년만의 부활은 성공할까

<맨 헌터>는 한니발 렉터 시리즈 가운데 가장 흥행이 저조했고 국내에는 비디오로만 출시됐다. 그래도 비교는 불가피하다. 복역 이전의 렉터 얘기와 돌로하이드의 억압받던 어린 시절이 <맨 헌터>에는 없고 <레드 드래곤>에는 있다. 차갑고 음울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맨 헌터>와 달리 <레드 드래곤>은 가끔 웃기고 놀라게 하며 마지막 대결장면도 훨씬 길다. 그래서 <레드 드래곤>이 친절하고, 오락적 배려도 많다.그러나 <맨 헌터>에 시종일관 흐르던, 살인마를 닮아갈 것 같은 자신에 대한 그레엄의 두려움을 <레드 드래곤>에선 찾기 어렵다. 복역 중인 렉터를 대면한 <맨 헌터>의 그레엄은 구토를 해대며 쓰러질 듯 뛰쳐나오는 데 반해 <레드 드래곤>의 그레엄은 다만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나올 뿐이다. 이 때문에 렉터가 더 자주 나옴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나약한 구석을 파고들어가 그걸 잔인함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렉터의 지적이고 교활한 카리스마가 덜 느껴진다. <히트>처럼 마이클 만이 즐겨 다뤄온 남자들의 선굵은 대결 대신에, <패밀리 맨>에서 보였던 브렛 래트너의 가족주의가 강조된다.현지언론은 대체로 <맨 헌터>편이다. <가디언>은 “이 영화가 흥행하는 건 납득할 수 있어도, <맨 헌터>를 대체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러시아워> 시리즈를 포함해 필모그래피가 4편밖에 안 되는 32살의 브렛 래트너는 마이클 만이나 조너선 드미, 리들리 스콧보다 명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편당 연출료가 500만∼600만달러에 이르는 흥행감독답게 상업영화의 요구에 나름대로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노튼과 앤서니 홉킨스, 두 대스타가 일정을 맞추지 못해 둘이 마주 대화하는 긴 장면을 따로 찍어 편집한 점을 감안하면 캐릭터가 덜 살아난 것도 양해가 된다.

아무래도 <레드 드래곤>의 실질적 책임자는 제작자 디노 디 로렌티스로 보인다. 17살 때 집을 뛰쳐나와 영화판에 뛰어든 뒤 83살이 된 지금까지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140여편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평단의 지지를 받은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이나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 등 몇편 되지 않는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스펙터클을 좋아하는 이 원로 영화광은 한때 <허리케인>(1979) 같은 값비싼 흥행실패작들을 잇따라 내놓아 ‘디노 디 호렌더스(horrendous)’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86년에 <맨 헌터>를 제작한 뒤 흥행에 실패하자 토머스 해리스 소설에서 눈을 돌렸다. 그뒤 <양들의 침묵>이 다른 사람에 의해 제작돼 대성공을 거두자 <한니발>의 판권을 사서 제작했고, 그 성공에 힘입어 <레드 드래곤>을 다시 만들었다. 지난 10월6일 미국에서 개봉한 <레드 드래곤>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흥행의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16년 만에 자신에 제작한 영화를 스스로 리메이크한, 이 희귀한 시도는 적어도 흥행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임범 isman@hani.co.kr▶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월드 프리미어 [1]▶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앤서니 홉킨스 인터뷰▶ [현지보고] <레드 드래곤> - 제작자 디노 디 로렌티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