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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리포트] LA의 가을, 서울의 수확
2002-11-04

<집으로…> 등 11월 개봉 기다리는 가운데 영화학교들 한국영화제 개최 러시로스앤젤레스의 가을 영화가에서는 최근 뻗어나가는 한국영화의 기세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칸, 베를린 등 유럽영화제에서의 이어지는 수상소식에도 불구하고 상업영화의 본거지인 할리우드에까지 뻗어오기에는 왠지 미약한 기세로 보였던 ‘코리안 시네마’는 드디어 올 가을 이곳 사람들에게서도 실체를 느낄 정도로 다가왔다.길 건너 최신 시네마 콤플렉스에서 상영 중인 블록버스터 <찰리의 진실>에서는 우리의 스타 박중훈이 미국 배우들 속에서도 외모나 연기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파라마운트를 통해 미국 개봉을 앞둔 <집으로…>는 10월30일 한인 관객을 대거 초청, 시사회를 연 뒤 11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역시 배급사 키노를 통해 개봉될 예정이다.지난주에는 일본영화의 리메이크작인 <더 링>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해 이미 리메이크 판권을 넘긴 한국영화들에 대한 기대 또한 부풀게 한다.LA 주변의 영화학교들에서는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면서 한국영화제를 여느라 부산하다. 10월10일부터 UCLA의 필름아카이브에서는 ‘서울 시네마’라는 주제로 송일곤 감독의 <꽃섬>을 비롯해 이창동의 <박하사탕>, 임순례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정향의 <집으로…>,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 등을 몇주에 걸쳐 상영했고 이중 송일곤, 이정향, 홍상수 감독은 직접 초청돼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지기도 했다.라이벌 영화학교인 USC 역시 한국영화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표시해온 데이비드 제임스 교수와 영화이론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을 이뤄 ‘한국영화의 최신 클래식들’(The Contemporary Classics of Korean Cinema)이라는 주제로 영화 여섯편을 상영한다. 제임스 교수는 96년 이 학교에서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연 이래 지난해에도 한국의 정치상황과 영화를 주제로 한국영화제를 연 적이 있는데 올해는 90년대 이후의 최신작들로만 선정해 미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한국영화 붐의 이유를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상영작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오! 수정> <꽃섬> <반칙왕> <취화선>이다. 임권택 감독의 평전을 써낸 바 있는 제임스 교수는 임 감독을 이번 영화제에 직접 초청해 토론시간을 가질 예정이다.여기에 한국인 김경현씨가 교수로 있는 어바인대학의 홍상수 감독 회고전(10월 17~25일)까지 합하면 최소한 LA 영화학계에서는 한국영화 붐이 제대로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화전문지 <LA위클리>는 ‘서울의 수확’(Seoul Harvest)이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경향을 보도하면서 지난 2월 <타이타닉>을 국내시장에서 누른 <쉬리>가 미국에 개봉한 이래 이처럼 다수의 한국영화가 미국에 소개되는 2002년이 한국영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한국영화가 아직 ‘잠자고 있는 호랑이’(Crouching Tiger) 정도로 보이는 이유는 홍콩영화처럼 유령영화, 와이어 액션, 갱스터영화 등으로 쉽게 장르화되어 쉽게 포장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사는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한국영화의 다양한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홍콩영화처럼 쉽게 물리지 않고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어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칙왕>을 ‘한국의 <파이트 클럽>’으로, <오! 수정>을 ‘<라쇼몽>과 <롤라 런> 식의 서술기법을 차용한 삼각관계’ 등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기사는 의 새로운 멜로드라마와 장인의 예술에 초점을 맞춘 또 하나의 영화장인 임권택의 영화 <취화선>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기사 속에서 계속해서 홍상수 감독을 ‘Hong’이 아닌 ‘Hang’이라고 쓰는 것으로 보아선 한국영화에 아직 그리 익숙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 차지하는 한국영화의 위치 또한 그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분수령이 된 올해를 기점으로 상업영화의 본거지 할리우드에서도 잠자는 호랑이가 깨어날 날은 멀지 않아 보인다.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