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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속에 뼈,눈물,조롱 그리고 사랑도 담다 <뮤즈>
2002-11-26

■ Story

한때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던 시나리오 작가 스티븐(앨버트 브룩스)은 이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전속계약을 맺고 있던 파라마운트에서 쫓겨난다. 스티븐은 심각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재기한 친구 잭을 찾아가 조언을 듣는다. 놀랍게도 잭은 뮤즈(샤론 스톤)를 만나보라고 충고한다. 그리스 신화의 뮤즈는 실제로 존재하며 수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뮤즈는 스티븐을 기꺼이 만나주지만, 조건이 많다. 티파니의 보석, 호텔 스위트룸, 리무진에 한밤중의 샐러드까지. 머슴 노릇을 하며 뮤즈를 시중들던 스티븐은 마침내 수족관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를 쓰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뮤즈는 엉뚱하게 스티븐의 아내인 로라(앤디 맥도웰)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어 제과점을 시작하게 만들더니, 호텔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안방까지 차지한다. 그녀는 정말 신화 속의 뮤즈가 맞는 걸까

■ Review

예술가에게는 뮤즈가 필요하다. 누구는 뮤즈 대신 술이나 마약, 여인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영감의 원천이 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예술가는 기꺼이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먹을 자들이다. 즐거운 코미디영화인 <뮤즈>는 영감을 얻기 위해 ‘뮤즈’를 받아들이는, 아니 모시는 남자의 이야기다. 아무라 봐도 사기꾼 같은 뮤즈를 헌신적으로 모셔야만 하는 슬픈 운명의 남자.

앨버트 브룩스의 영화는 말이 많다. <뮤즈>도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말의 성찬이다. 앨버트 브룩스는 스탠드업코미디언 출신답게 말만으로도 웃음과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그 말 안에 뼈도 있고, 눈물도 있고, 조롱도 있고, 사랑도 있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브로드캐스트 뉴스>(1987)도 그랬다. 앨버트 브룩스는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방송인의 생활을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생생하게 잡아냈다. 그들은 적당히 속되고, 적당히 정의롭다. 앨버트 브룩스는 따뜻한 시선으로 심약한 현대인들을 바른길로 인도한다.

<뮤즈>는 <브로드캐스트 뉴스>보다 한층 가벼운 소품이다. 영감을 잃어버린 예술가가 뮤즈를 찾는다. 그 뮤즈가 진짜인지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일단은 믿어본다. 어쨌든 같이 있으니 시나리오가 나온다. 게다가 제임스 카메론, 마틴 스코시즈, 로브 라이너가 그들의 도움으로 <대통령의 연인> <성난 황소> 같은 걸작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뮤즈는 진짜일까 그리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환상과 현실을 잘 분별 못하더군요’라는 극중의 대사처럼, 할리우드는 꿈을 먹고사는 곳이다. 꿈에서 현실을 만들어내고, 다시 환상에 빠져버리는 몽상가들의 세계다. 스티븐은 할리우드에 살고 있고, 환상이 필요하다. 진짜이건, 가짜이건 뮤즈는 할리우드 사람들의 이상향이다. <뮤즈>는 몽상가들의 몽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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