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다. 전세계 극장가도 마법에 걸려 곳곳에서 장사진을 이룬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동남아 등에서는 박스 오피스 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충무로의 개학은 할리우드(15일)보다 한달 가량 늦은 12월 13일. 서울 87개 스크린을 비롯해 전국 270개 스크린에 간판을 내걸어 개봉 첫주 흥행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해리 포터’시리즈 2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이야기도 1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마찬가지로 해리의 이모 집에서 시작된다. 이모부와 사촌의 구박에 시달리던 해리는 여름방학 내내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정작 단짝이었던 론과 헤르미온느로부터는 편지 한통 없어 상심에 빠져 있다.
그러던 어느날 꼬마 집요정 도비가 해리의 침실에 나타나 마법학교로 돌아가면 무서운 일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동안 편지가 오지 않았던 것도 도비가 가로챘기 때문. 그러나 해리는 도비의 만류와 이모부의 방해를 뿌리치고 론이 몰고 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동승해 탈출에 성공한다. 개학을 하루 앞둔 날 해리는 기차역 9와 4분의3 승강장으로 들어가려다가 벽에 부딪혀 지각할 위기에 놓이지만 론과 비행 자동차를 타고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한다. 해리는 학교에서 어느덧 영웅이 돼 있지만 말포이 일당의 시기심은 더욱 높아져 학창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학교에서는 무서운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해리는 뱀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의심을 받는다. 결국 해리는 ‘비밀의 방’에 사건의 열쇠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고 금단의 지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러닝타임은 전편에 비해 8분이 늘어난 2시간40분. 화면만 보면 확실히 한발짝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작진이 자랑하는 퀴디치 경기 장면도 훨씬 박진감 넘치고 해리와 뱀의 대결이나 거미떼가 등장하는 대목도 공포감이 업그레이드됐다. 괴물 뿌리가 달린 약초 맨드레이크, 연민과 웃음을 자아내는 집요정 도비, 말하는 편지, 비행 자동차 등 캐릭터와 소품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해리 역의 대니얼 래드클리프,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로 등장하는 엠마 왓슨 등을 다시 만나는 것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조카나 친구들과 재회하는 것처럼 반가움을 안겨준다. 해리는 사춘기 청소년의 풍모가 엿보이고 새침데기 헤르미온느도 어느덧 성숙한 매력이 풍겨나기 시작한다. 익살스런 론의 표정은 여전하지만 귀여운 맛은 점차 사라지는 듯하다. 제작진이 이들 트리오를 몇 편까지 출연시켜야 할지 고민에 빠질 만도 하다.
그러나 전편의 재미와 감동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다. 등장인물의 설정이나 줄거리의 패턴이 1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물론 그렇지 않는 관객들도 궁금증이나 조바심이 좀처럼 일지 않는다. 스펙터클하고 팬터스틱한 화면만 즐기기에는 160분이란 시간은 너무 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