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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충무로에 충돌하라
2002-12-10

한국독립단편영화제에서 새롭게 간판을 바꾼 ‘서울독립영화제 2002’가 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경쟁 독립영화제로 올해부터 중·장편 부문이 개설됐다. 전체 응모작 467편 가운데 단편 26편, 중편 12편, 장편 4편, 총 42편의 경쟁작이 예심을 통과해 관객과 만난다.

집행위원회(위원장 조영각)는 ‘충돌’이라는 올해의 주제에 걸맞게 “충무로로 대변되는 기성의 영화언어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선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히 6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되는 단편영화들은 드라마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개성있게 자신을 표현한 작품들을 모았다. 장편 경쟁작 4편 가운데 3편은 우리사회의 묻혀진 영역을 들추어낸 다큐멘터리다. ‘간첩’혐의로 33년동안 입국이 금지되고 있는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삶을 기록한 <경계도시>(홍형숙 감독), 붉은 악마의 열풍 아래 지워졌던 장애인과 노동자들의 현실을 통해 월드컵 신화를 비판한 <그들만의 월드컵>(최진성 감독), 80년 4월 일어났던 강원도 정선 광부들의 투쟁 20년 뒤를 좇아본 <먼지, 사북을 묻다>(이미영 감독)가 관객들에게 진지한 사색과 비판에로의 동참을 권유한다.

개막작으로는 미국 독립영화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존 카사베츠(1929~89)의 감독 데뷔작 <그림자들>(1960)을 상영한다. 그의 주요 연출작 5편을 상영하는 ‘존 카사베츠 회고전’은 비디오로도 구해볼 수 없었던 카사베츠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올해 두번째로 준비된 ‘브리티시 쇼트 인베이전!’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칸, 베니스, 끌레르몽페랑 등 유명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수상했던 영국의 중·단편영화 17편을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사회에 대해서 솔직하게 발언하면서도 대중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아온 영국영화의 전통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이완 맥그리거가 전라로 열연한 30분짜리 미스터리물 <사랑의 기하학>은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따끈따끈한 신작영화다.

<뽀삐>,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우렁각시>, <낙타들> 등 개봉되지 못했거나 너무 짧은 기간 개봉해 많은 이들이 볼 수 없었던 한국의 독립 장편영화들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메가폰을 놓았던 이현승 감독의 중편 <비트윈>과 김홍준 감독이 비디오로 쓴 짧은 수필 <나의 한국영화-에피소드1>도 기대를 모으는 신작들이다. 이밖에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기획한 실험적 영상물 7편도 상영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1500만원이 상금으로 주어지며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영화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02)362-9513. www.siff.or.kr

●회고전 여는 ‘카사베츠’

할리우드 안에서 돈 벌어 할리우드 밖에서 연출

존 카사베츠는 헐리우드에서 배우를 해 번 돈으로 헐리우드 바깥에서 영화를 만든 독특한 이중경력의 소유자다.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은 <악마의 씨>, <알카포네>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 독립영화의 분수령이 된 <그림자들>(1960)은 카사베츠가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를 배워보자’는 호기심으로 ‘재미삼아’연출해본 작품이었다. 대본도 없이 대충 상황만을 설정한 채 배우들의 즉흥연기로 뉴욕 거리와 부유하는 젊은이들을 생동감 넘치게 담은 이 흑백영화는 그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로 대성공한 그는 헐리우드의 유혹을 받고 메이저 영화사에서 두편의 장편을 찍었지만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작품에 오로지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68년작 <얼굴들>은 베니스영화제의 5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로 중산층 부부의 결혼이 파경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결혼제도의 모순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담았다. 신경쇠약증에 걸린 아내로 인해 흔들리는 가족을 그린 <영향 아래 있는 여자>(1974)와 갱스터의 세계를 다룬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1976) 역시 소재는 다르지만 일상의 명암을 탁월하게 포착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미쳐가는 여배우를 따라가며 현실과 재현의 경계에 대한 감독의 통찰을 담은 77년작 <오프닝 나이트>는 그의 연출작 대부분에서 주연했던 지나 롤랜드에게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지나 롤랜드는 카사베츠의 실제 부인이기도 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