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편집장이독자에게
새 필자들
2003-02-24

매주 보시는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두호 전부터 ‘아저씨 vs 아줌마’가 ‘아가씨 vs 건달’로 바뀌었다. 풍부한 교양과 정련된 언어로, 혹은 생활에서 길어올린 따뜻하고 생생한 말들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고종석, 오은하씨가 동시에 휴식을 청했고, 고심 끝에 새 단장을 했다. 설 합본호에 첫 원고를 쓴 남재일씨는 <중앙일보 > 문화부에서 오래 일했으며, 지금은 신문방송학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기억력이 아주 좋은 분이라면 그가 지난해 설 합본호에 쓴 아주 인상적인 ‘애마부인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를 ‘건달’로 초빙하자 그는 주저했다. “건달 보고 건달이라고 부르면 기분 나쁘지.” 먹물이 무슨 건달이냐고 하면 할말 없지만, 그는 그렇게 먹물을 먹고도 여전히 건달이다. 같이 술을 마셔보면 금방 알 수 있고 글을 봐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가 혹시 갑자기 전임교수라도 돼서 건달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최근에 모 대학 교수모집에 떨어져서 당분간 건달로 더 지내게 됐다.

‘아가씨’ 김은형씨는 잘 아시다시피 ‘오! 컬트’의 필자로 친숙해진 사람이다. 처음엔 자기 사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더 큰 지면에서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망설이다가 원고료가 크게 오른다고 말해주자 즉각 응락했다(오해없으시길. <한겨레> 기자는 한 식구라고 일반 필자보다 원고료가 낮은데, 이번에 약간 올린 것이다). 김은형씨의 빈자리를 채운 김정영씨는 여러 영화사를 거쳤고 집에서 동생들과 술마시기를 좋아하며, 만화를 매우 좋아해 눈에 번쩍 띄는 만화를 발견하면 그 만화를 열두권 사서 열두명의 친구에게 나눠주는 사람이라고, 그를 좀 아는 남동철이 전했다. 어쨌든 엉뚱한 사람이다.

지난 1년간 수고해주신 신경숙씨에 이어 이번주부터 ‘이창’을 격주로 쓰는 강유원씨는 첫 원고에 직함을 ‘회사원’으로 보내와서 우리를 당황케 했다. 그는 헤겔을 전공한 철학박사이지만,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를 어떻게 소개할까 걱정하다가 그가 참여하고 있는 철학공부모임 사이트에 들어가 그가 게시판에 올린 글 중의 일부를 훔쳐왔다(죄송합니다). “꽤나 대중적인 잡지의 한 칼럼난에 격주로 글을 쓰게 되었다. 편집장의 청탁에 따르면 그 칼럼은 ‘넓은 의미의 텍스트 비평’이다. 일탈적이면서도 유희적이고, 얄미로운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잘될지….” 그를 우리에게 추천한 사람은 그에 대해 “2차 저작 여러 권보다는 원전 한권에, 권위에 기댄 장황한 인용보다는 체화된 한줄의 개념에 더 가치를 둔다”고 했다. 더이상 말하는 건 사족이 될 것 같다. 독자들께는 가장 낯선 분일 것 같아 좀 길게 소개했다.

(‘충무로 다이어리’의 새 필자인 이승재 LJ필름 대표는 골치아픈 김기덕 감독의 최근 영화 세편을 제작한 사람이며, 시나리오 작가 겸 배우 김해곤씨는 조폭의 외모와 말투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는 글솜씨를 지닌 사람으로 우리 지면을 통해서 소개된 분들이라서 생략합니다. 좌우지간 새 필자들의 좋은 글에 많은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