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인터뷰
<나의 그리스식 웨딩> 배우,제작자
박혜명 2003-03-13

“맙소사! 톰 행크스였어요, 영화 만들자는 사람이…”기적적 흥행작 <나의 그리스식 웨딩> 배우와 제작자가 말하는 ‘나의 그리스식 성공기’

주연 경력을 가진 배우 한명도 없이, TV시리즈만 만들다시피한 감독과 5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2억4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면 로또복권 당첨에 견줄 만한 사건이다. 3월14일 개봉하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작품 못지않게, 아니 작품보다 더 그 흥행신화로 화제가 된 영화다. 신화의 시작은 영화의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니아 바르달로스와 영화를 제작한 리타 윌슨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바르달로스는 토론토의 한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다가 출연자 중 한명이 공연시작 직전에 병원에 실려갔을 때 대역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와 TV물과 두세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조·단역을 면치 못하던 신세였다. 그녀를, <허영의 불꽃>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우이자 톰 행크스의 부인으로 널리 알려진 리타 윌슨에게 다가가게 한 자력은 그리스계 핏줄에서 나왔다. 바르달로스는 영화 속 툴라처럼 양친이 그리스인이고, 윌슨은 피의 반쪽이 그리스계이다. 바르달로스와 윌슨의 개별 인터뷰를 한데 모아 편집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거죠?

→ 니아 바르달로스(이하 니아): 원래 연극(1인극)으로 시작했어요. 내 에이전트가 하는 말이 그리스인이 등장하는 연극이 없다기에 하나 쓰기로 했죠. 그냥 무대 위에 올라가서 내 가족 얘기나 해야지 생각했어요. 내 여자친구가 그걸 뭐랑 연결시킬 거냐고 묻기에 결혼으로 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난 내 실제 남편인 이안 고메즈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뉴욕 토박이인)그 사람은 나랑 결혼하면서 우리 그리스인들 대가족에 들어오게 된 거죠. 그리고 그녀가 또 물어보길 그 결혼식을 뭐라고 부를 건데 하더군요. 바로 그때 제목을 짓게 됐습니다. (그 제목을 듣고) 여자친구는 웃었고, 난 그걸 밀어붙이기로 했죠.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 내 이야기를 했는데 작품이 흥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에 한번 광고를 냈더니 리타 윌슨이 우연히 그걸 본 거예요. 난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라니깐요. 리타가 공연을 보러 왔죠. 그전에 나는 그 작품을 영화대본 형태로 각색해뒀어요. 세 군데 회사로부터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받았었거든요. 스페인영화나 이탈리아영화 같은 걸로요. 좋을 거 같았어요. 내가 스페인 사람들이랑 이탈리아 사람들을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이건 그리스인의 가족 이야기죠.

어쨌거나 그걸 영화대본 형태로 고치고 나서 저작권협회에 보냈죠. 저작권을 우편으로 받았는데, 그 저작권이라는 게 꽤나 잘난 척하는 종이더라구요. 당신은 무슨 권리를 가졌고 어쩌고 하는. 바로 그날 밤에 리타 윌슨이 공연을 보러온 거예요. 믿기지가 않았어요. 리타는 정말 사랑스럽고 친절하게 말했어요. 그녀는 이 작품이 영화화가 돼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난, 아, 영화대본으로 써논 게 있는데, 읽어볼 거냐고 물었죠. 그녀는 물론 그러겠다고 했고. 바로 다음 공연 때 톰 행크스가 왔어요. 오스카상을 두번이나 받은 그 사람이요. 금실과 은실로 짠 사람 같았어요. 세상에, <필라델피아>의 그 사람이 여기, 우리 그리스인 가족들 얘기를 보러와 있다니. 난 공연을 했고, 톰 행크스는 멋진 편지를 써줬어요. 그 편지는 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자기 부인 리타에 관한 거예요. 그 편지에 보면, 한 그리스인 여자가 어떻게 자기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행복한지가 나와 있어요. 한달 있다가 전화벨이 울렸는데, 톰이었죠. 그는 이 영화를 사고 싶다면서 영화로 만들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난 “그럼 전 신부를 연기하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그가 좋다고 했죠. 톰과 리타는 내가 신부 역을 한다는 데 대해서 전혀 망설이지 않았어요. 그 두 사람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에게 내 평생의 빚을 진 거죠.

리타, 당신은 어떻게 이 작품을 알게 됐죠?

→ 리타 윌슨(이하 리타): 뉴욕에 간 적이 있었는데, 집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난 뉴욕에선 정말 많은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도 LA에서는 그렇지가 않구나. LA에서 연극을 더 많이 봐야겠다고 결심 같은 걸 했죠. 그리고 바로 다음날, 신문을 펼쳤는데 ‘My Big Fat Greek Wedding’이라고 쓰인 이 광고에 시선이 딱 멈춘 거예요. 제목만 보고도 꼭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정 식구들이랑 갔죠. 우린 이 연극이 너무 재밌어서 거의 광분했어요. 너무 웃어서 고통스러울 정도였죠. 나중엔 턱이 아프더라구요. 그걸 보고 있으니까 우리 가족들이 생각났어요. 뭐 특별히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가 아는 사람들 같았죠. 이 얘긴, 문화를 넘어서는 얘기였어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리스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아, 난 멕시코 사람이니까 이게 이해가 가, 난 유대인이라서 이게 이해가 가, 이런 말들 하잖아요. 근데 이건 그냥 나랑 다른 문화를 가진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 이야기이고, 정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가족들이 그 결혼을 품어주는 그런 이야기인 거죠. 나는 불가리아에서 불가리아인인 아버지로부터 내 피의 반이 그리스계라는 말을 듣고 자랐죠. 그리고 망명해 미국으로 오게 됐죠. 자유의 나라니까요. 매일같이 ‘갓 블레스 아메리카’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이게 꼭 미국이 생겨난 걸 축하하는 영화 같았던 거예요. 미국이 ‘멜팅 팟’(melting pot)이라는 걸 축하하는 것 같았다는 거죠. 다른 문화들, 다른 (문화적) 유산들에 대해 얼마나 미국이 포용적인가 하는 것 말이에요.

그래서 이 연극을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랬어요. 당신, 이 연극 꼭 가서 봐야 해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 니아를 만났을 때 이건 정말 훌륭한 영화가 될 거라고 말해줬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대본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이 영화제작사를 갖고 있으니까 함께 가서 그 공연을 봤죠. 그 사람도 역시 좋아했어요.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될 거라고 확신하고선 남편이 니아와 함께 스크립트 작업을 했죠. 지난해 가을에 영화를 만들었고, 지금 여기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 (웃음) <CBS>에 TV시리즈로도 팔았고.

리타와 톰 행크스가 니아에게 주연을 맡긴 건 굉장한 용기로 보이는데 걱정되지 않았나요?

→ 리타: 영화 속에서 니아가 주연을 하는 게 우리 의도였던걸요. 시나리오를 쓴 것도 니아고, 연극 대본을 쓴 것도 니아고, 그 삶을 살았던 것도 그 사람이었구요. 나는 여배우로서, 항상 뭔가 바꾸려고 안달하는 제작자들에게 불만을 가져왔거든요. 왜 당신도 알잖아요, 그 사람들 말하는 거. 나 이거 좋아해요, 정말 좋아요, 해놓고 자, 그럼 이제 이 사람을 그 역할에 붙일 수 있을까요? 여긴 다시 쓰면 안 되나?… 그 사람들은 바꾸고 싶은 게 수백만 가지는 돼요. 여배우도 그렇죠. 내가 그 자리에 있어봤는데, 어떤 사람이 연극무대에서 한 캐릭터를 정말 멋지게 소화했다 하더라도 영화로 만들어질 땐 결국 다른 사람이 캐스팅되잖아요. 우린 처음부터 니아를 원했어요. 시나리오를 몇몇 스튜디오에 가져가 봤는데, 그 사람들이 그랬죠. 아, 네, 스토리는 좋네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캐스트를 다시 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우린 뭐 그랬죠. 아 네, 고맙습니다. 다음에 봐요. (웃음)

니아, 모노드라마를 하는 거랑 영화 대본을 쓰는 건 다른 일이잖아요.

→ 니아: 그렇죠, 특히 시나리오를 전혀 써본 적도 없을 때는요. 그렇지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가능한 한 모르는 게 좋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게 분명히 효과가 있거든요. 난 그냥 무대에 올라섰고, 영화 대본을 써본 적은 없어요. 그게 쉽다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을 쓸 때 생명력을 얻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을 영화 대본에 써넣는 게 나에겐 더 쉬웠죠. 연극에서는 한 단락으로 표현될 부분도 영화에선 눈 한번 깜박이면 지나갈 만큼 짧게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러니 정말 멋진 과정이었던 거죠. 그리고 내가 잘해낼 수 있도록 톰과 리타가 도와줬어요. 내가 대본을 건네주자, 그들은 스토리 라인을 더 늘린 뒤에 분량을 조절하겠다고 했죠. 그러나 그 두 사람은 다른 큰 스튜디오들과 달리 그걸 다른 사람보고 다시 쓰게 하지 않았어요. 나보고 다시 쓰게 했죠. 아무도 대본에 있는 단어 하나도 손대지 않았던 거예요.

니아의 인생을 바탕으로 한 영화잖아요. 그 코믹한 요소들은 어디서 뽑아냈죠?

→ 니아: 그런 코미디는 누구에게서나 얻어지는 거예요. 자기 집에 누군가를 데려가는 어떤 사람에게서도 말이죠. 어느 집이고 다 좋은 구석만 있진 않잖아요. 사람들은 특히 식구들에게 남자친구를 데려가는 걸 겁내죠. 내가 남편 이안을 집에 데려갔을 때도, 그가 그리스 사람이 아니라는 게 정말로 마음에 걸렸어요. 그러나 이안이 이러더라구요. 알았어, 그리스 정교 교리대로 세례를 받을게. 그건 (내 삶에서) 정말 제일 좋은 부분이었어요. 그 다음, 그리스 정교회에서 탁자 주변을 세번 돌고 나서 결혼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보통 미국 가족이랑 그리스 가족들은 뭐가 다르죠?

→ 니아: 조용하냐 시끄럽냐인 거 같아요. 이안네 가족은 집앞 마당에서 장작을 지피고 양고기를 구워먹는 건 안 해봤을 거 같거든요. 안 해봤다는 데 5달러 걸게요. 우리집은 어떤 날이 되면 요리를 하는데, 온 집안에서 오레가노 냄새 같은 게 나죠. 그리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매번 정말 시끌벅적해요.

니아의 가족들이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 니아: 네. (웃음) 만약에 당신도 영화에 출연하고 싶으면, 결혼 파티 장면을 찍는 날 짠 하고 나타나면 돼요. 그리고 엑스트라 캐스팅 명부에 이름을 써넣으면 돼요. 제 사촌이 27명인데 전부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우리 부모님은 카메오로 살짝 나오셨어요. 그 두 사람 풀숏으로 잡혔는데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그리스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뭘까요?

→ 니아: 우린 우리가 문명을 세웠다구 믿고 있죠. 그래서 모든 것에 책임감을 갖고 있죠. 당신들은 우리가 세운 문명 위에 산다는 점에서 행운인 거죠. (웃음) 우리 아버지는, 모든 말들의 뿌리가 그리스 말이라고 믿고 계세요. 만약 당신이 우리 아버지한테 ‘거미공포증’(arachnophobia)이라는 말을 하면 아버진 그러실 거예요. 맞아, 그 말도 그리스 말에서 나온 거지. ‘arachna’는 그리스 말로 거미이고 ‘phobia’는 그리스 말로 공포란 거잖아. 당신이 ‘그럼 기모노(일본 의상)는요?’라고 물어본다면 아버진 그건 그리스 말 ‘kimono’에서 나온 거다. ‘kimono’는 겨울이거든, 넌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려고 입는 옷이 뭐냐? Robe(겉옷 종류, 기모노와 얼추 비슷함)잖아! 거봐라! 라고 하실 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그러세요. 난 그걸 가져다 영화 속에 넣은 거죠.

리타, 이 영화에서 유머를 이끌어내는 주된 원천이 뭐라고 보죠?

→ 리타: 이 영화의 코미디는 문화들이 충돌하는 건데요, 당신이 어떤 것을 안에서 보느냐 혹은 밖에서 보느냐 하는 거예요. 그 다양한 경험들을 연결시키는 거죠. 또 가족을 축하해주고 결혼을 축하해주는 이야기에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다른 문화들을 축하해주는 거죠. 우리의 차이점들을 말예요. (우리와) 다른 점들을 보며 웃고, 또 (우리와) 비슷한 점들을 보면서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는 웃는 거죠. 정리 박혜명 na_mee@hani.co.kr· 인터뷰 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