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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의 갈증은 계속된다
이영진 2003-04-15

중앙시네마 단편상영 1돌 잔치, 4월18일~5월1일 `다시보고 싶은` 18편 재상영

단편영화 정기상영을 계속해온 중앙시네마(대표 윤좌원)가 4월18일부터 2주 동안 ‘앙코르상영전’ 행사를 갖는다. 지난해 4월19일부터 1년 가까이 매일 7시30분에 선보였던 단편 67편 중 19편을 재상영하는 것. 저조한 좌석점유율로 얼마 전 정기상영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던 중앙시네마는 이번 상영회를 통해 ‘심기일전, 상영지속’의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중앙시네마 강기명 팀장은 “일반 관객에겐 단편영화가 아직 생소한 만큼 앙코르상영전 이후에도 인디스토리, 미로비전 등의 배급사와 함께 기획전 형식의 상영을 늘려 관심을 불러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8개 섹션으로 나뉜 상영작 중 아무래도 이름이 익숙한 장편영화 데뷔 감독들의 작품들에 먼저 눈길이 간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 지영, 혜주가 스무살 언저리까지 어떤 궤적의 삶을 그려왔는지 궁금하다면, 정재은 감독의 <도형일기> <둘의 밤>을 꼼꼼이 챙겨볼 필요가 있다. 혹,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 머릿속을 좀더 해부하고 싶은 욕구가 인다면, 자신이 전생에 존 레넌이었다고 믿는 한 청년의 독백과 망상을 담은 은 유용한 지침서다. 의가사 제대한 한 청년이 기타를 튜닝하다 ‘라’음에 빠져든다는 설정을 통해 타자에 대한 불안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포영화 을 연출한 이수연 감독의 단편. 비교 음미를 위해 미리 챙겨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는 단편애니메이션은 따로 섹션을 마련해뒀다.은 조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한 샐러리맨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전작 에 이어 ‘소외’에 대해 꾸준하게 발언해온 전영찬 감독의 작품이다. 한 남자가 그토록 원하는 물을 얻지만 그 대가로 기우제의 희생물이 된다는 (연출 김민정), 경쟁 의식을 주입하는 현대사회의 폭력에 짓눌린 개인들의 얼굴을 모노톤의 거친 화면에 판박이하는 (연출 정승희), 하나가 들어가면 두개가 되어나오는 신기한 농구 골대를 통해 인간복제 시대의 아이러니를 그려낸 <샴>(연출 김희연), 복수의 감정이 애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우화로 풀어낸 <알요리법>(연출 김수진) 등이 함께 상영된다. 셀, 2D, 3D, 페인팅 온 글라스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들을 ‘모듬’으로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장르를 끌어들여 솜씨좋게 버무린 단편영화들도 상영작 목록에 있다. <외계의 제19호 계획>(연출 민동현)은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무성영화 시절의 테크닉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 송혜진 감독의 <안다고 말하지 마라>는 시골에서 올라온 고등학생과 서울에 사는 대학생 사촌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다른 가치관을 인정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느슨함과 지루함을 허락지 않는 감독의 연출력만큼이나 곰살스런 사투리를 구사하는 배우의 자연스러움 또한 인상적이다. 초경을 겪는 소녀의 불안을 공포영화의 문법을 빌려와 묘사하는 제창규 감독의 <사춘기>는 강렬한 영상에 빠져들면 좀처럼 시선을 떼기 어렵다.

이 밖에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코믹한 사건을 통해 역설하는 <추운 겨울 일요일 아침 따뜻한 율무차 한잔>(연출 문상철), 교실을 무대로 국가와 개인,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폭력을 은유화한 <해부학 시간>(연출 정소연) 등과 칸, 베니스, 로테르담 등에 각각 초청, 상영됐던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연출 김영남), <내 사랑 십자 드라이버>(연출 하기호), <호모 파베르>(윤은경, 김윤희 공동연출) 등의 작품들도 앙코르상영전에 합류했다. 4월18일, 조촐한 기념행사에 뒤이어 상영되는 <엄마, 아름다운 오월>은 모자의 휴가를 관찰하는 것을 통해 ‘익숙한 일상과 어색한 관계’를 대비시키는 중편으로, 이번 상영작 중 유일한 개봉작이다.(문의: 02-743-6051(인디스토리), 02-737-2568(미로비전), 02-779-3913(중앙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