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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스타가 된 것보다 무에타이를 알린 게 좋다”
문석 2003-10-09

무술감독 정두홍-<옹박> 배우 토니 자 대담

“아니…. 이게 뭐야!”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감독 정두홍은 최근 한 불법복제 VCD를 보고 흥분에 휩싸였다. 그 영화는 바로 타이의 프라차야 핀카엡 감독이 만든 <옹박>이다. ‘NO 와이어, NO CG’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신인 액션배우 토니 자의 원맨쇼라 할 만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고, 원숭이처럼 나무를 자유자재로 타며, 무시무시하게 빠른 연속 발차기를 보여준다. 스피드, 파워, 유연성이라는 3박자를 한 몸에 갖춘 배우가 와이어와 CG의 몫까지 담당하며 아주 새롭고 진기한 액션을 펼치는 것이다. 바로 그 문제의 주인공 토니 자가 10월8일 <옹박> 상영에 맞춰 자비를 들여 부산영화제에 찾아왔다. 정두홍 감독이 그와의 만남을 자청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두홍: 나는 당신의 액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이지 반세기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사람이다. 한 마디로 액션의 천재다.

토니 자: 감사합니다(한국말로).

정두홍: 영화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난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정말 와이어를 안 썼나? 어떻게 그리 오래 체공할 수 있나.

토니 자: (웃음) 와이어는 안 썼다. 어릴 때 체조를 했고, 다양한 운동을 했다. 점프만을 특별히 연습한 것은 아니지만, 오랜 훈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두홍: 그래도 뭔가 훈련한 게 있었다면.

토니 자: 내 몸 안의 기운을 끌어냈던 것 같다. 혹시 ‘사마티’(禪定)라고 아나. 정신을 통일해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은 안돼도 내일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연습했다.

정두홍: 도대체 어떻게 무술을 익혔나.

토니 자: 아주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다. 학생 때는 타이의 고전검술을 익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13살 때 스승인 판나 리티크라이 감독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스턴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때 타이 액션영화는 홍콩 액션영화를 모방했기 때문에 쿵후를 주로 익혔고, 가라테, 태권도도 배웠다. 그러다 <옹박>을 위해 전통 무에타이를 접하게 됐다.

정두홍: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토니 자: 시장골목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우선 찍을 때 어려웠고, 개봉하기 전부터 이 장면에 관해 말이 많이 돌았다.

정두홍: 나도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날아다닐 수가 있었나.

토니 자: 처음부터 그렇게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요만큼(손가락으로 재며) 뛰었고, 조금씩 조금씩 더 뛰어오르려 노력했다.

정두홍: 아, 그런데 한 가지 질문. 제자리에서 공중 2회전 도는 장면은 장비를 안 쓰고 찍은 건가.

토니 자: 사실, 덤블링을 사용했다. 그게 이 영화에서 다른 장비를 이용한 딱 하나의 장면인데, 그것을 알아차렸군.

정두홍: 사실, 나는 전문가 입장에서 한 장면씩 분석하며 봤는데, 전반부의 장면이 너무 리얼해서 나중엔 헷갈려 버리더라. 영화라는 것을 까먹고 진짜로 팔을 부러뜨리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줄 알았다.

토니 자: 그렇게 평가해주니 고맙다.

정두홍: 지금 몸무게가 어떻게 되나.

토니 자: 63kg다. 다음 영화를 위해서는 62kg를 유지해야 하는데 부산 와서 음식을 마구 먹다 보니 조금 쪘다.

정두홍: 나도 공중에서 오래 떠 있으려고 체중조절을 열심히 하곤 했다. 그리고 3~4년동안 다리에 납덩이를 달고 야밤에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척추 연골 5개가 서로 붙어 버린 것이다.(웃음) 이젠 조금만 높은 데서 뛰어도 허리가 아프다.

판나 리티크라이(토니 자의 스승): 나도 그렇다. 전 세계 무술감독들이 똑같은 병을 앓고 있다.

정두홍: 처음 영화를 해보니 어떻던가.

토니 자: 일단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내가 스타로 떠올랐다는 것보다는 전통의 무에타이를 타이와 전 세계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정두홍: 존경하는 인물이 있나.

토니 자: 당연히 이소룡, 성룡, 이연걸 등이다. 내가 그들의 영화를 보고 자랐으니 그들은 내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정두홍: 그들은 무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승으로 여길만한 사람이다. 혹시 한국 액션영화는 본 적이 있나.

토니 자: 굉장히 좋아한다. <쉬리>부터 <조폭 마누라>까지. 한국 액션영화는 홍콩 액션영화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정두홍: 나도 몇편에서 연기를 했는데,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

토니 자: 굉장히 편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정두홍: 나는 처음 연기할 때 긴장했는데…. 지금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 힘들다.

토니 자: 하긴, 나도 그날그날 다음에 어떤 장면을 찍을지 몰라 헤매기도 했다.

정두홍: 나중에 액션스쿨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 나와 우리 스턴트맨에게 무에타이를 꼭 가르쳐 달라.

토니 자: 기회가 있으면 꼭 그러겠다. 곧 촬영에 들어갈 <똠얌쿵>으로 내년 부산에 다시 오겠다.

정두홍: 그럼 우선 내년에 꼭 만나자. 꼬옥~.정리=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