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편집장이독자에게
무규칙이종예술

<씨네21> 칼럼니스트인 김형태, 박민규 두분의 이름 옆에는 무규칙이종예술가 혹은 무규칙이종소설가라는 호칭이 적혀 있다. 특정 장르에 대한 기존의 규칙이나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다른 종류의 문화예술 분야를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이라는 자기 호명일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연말 그 무규칙이종예술가들이 주최하는 송년 모임에 참석했다. 해금과 색소폰, 기타가 즉석에서 어울린 모던한 연주가 참석자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는데 여기서 기타리스트는 <씨네21>에 칼럼을 쓰면서 그림도 직접 그리는 김형태씨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표현하고 즐기는 능력은 단지 몇몇 특출한 예술가들에 국한되기보다는 지금 이곳의 젊고 진취적인 세대 사이에 벌어지는 문화현상의 본질에 가깝다고 느낀다.

영화계에서도 이런 현상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이광모 감독은 최근 “<씨네21>이 드디어 시선을 다른 문화에도 적극 돌리는군요. 사실은 영화가 별것 아니잖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오랜 세월 영화를 위해 기울여온 그의 노력과 이상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이번주 인터뷰 참조), 영화가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방법을 역설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임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 역시 <씨네21>이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 특히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런 발상은 사실 <씨네21>로서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영화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문화가 무규칙이종으로 결합하는 모양새야말로 <씨네21>의 창간 정신 자체였고 급성장의 동력이기도 했다.

올해로 창간 10년째를 맞이하는 <씨네21>은 지금 안팎에서 치열한 논쟁을 경험하는 중이다. 논쟁은 <씨네21>의 정체성에서부터 특정 섹션의 적절성, 개별 기사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전례없이 폭넓게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가운데 일부를 독자란에 가감없이 수록하고 있다. 논쟁이 살아 있고 외부 세계를 향해 열려 있으며 그것을 토대로 끊임없이 쇄신하는 것은 건강한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믿는다. 새해에도 <씨네21>은 <씨네21>다운 길을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