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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공존, <호흡법, 제2장>

사격장 인근 소년의 시선을 통해 보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프로듀서 국병두, 김재호 감독 이형석 각본 이형석 촬영·조명 김동은 편집 문인대 작곡 이은석, 전종혁 믹싱 성지영, 홍예영 녹음 이정용, 김용국 미술 권순영, 김희석 출연 전형민, 송문수, 김주령 제작연도 2002년 상영시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2월2일

<호흡법, 제2장>이라는 제목의 뜻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옆방으로 난 구멍을 통해 무엇인가를 엿보는 소년의 의도를 오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 흘러나오고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옆방은 젊은 삼촌 부부의 방이다. 십만 단위 암산도 척척 해내는 이 조숙한 소년의 성적 호기심이 그 이유일 거라고 쉽게 예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근 사격장에서 크게 울려오는 총성도, 소년이 부리나케 달려가 개에게 를 콧노래로 들려주는 의미도, 개의 귀에 씌워져 있는 귀마개도 모두 잘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실은 소년이 보고 있었던 것이 삼촌 부부의 태교장면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야 모든 것은 명쾌해진다. 소년의 개가 새끼를 뱄던 것. 그제야 사격장 총소리가 장차 태어날 두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급기야 유산의 위기가 닥치자 사격장과 마을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거리 또한 드러나는데, 똑같이 생명을 구하러 달려오는 수의사와 의사가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개와 사람의 생명을 같게 보는 소년의 순수함을 어른들이 오해할 때, 그 거리는 사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거리이고 아이와 어른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경계는 엄연하다. 영화는 이처럼 사격장의 총성(문명의 폭력)이 주는 피해를 외파가 아닌 복잡한 내파(內破)로 읽는다. 개를 끌어안고 태교를 행하는 소년의 감동적인 이미지가 공존에 관한 더 넓은 의미를 함축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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