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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는 지금 전쟁중!
2001-05-31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소문들

최근에 제작되고 있는 영화 중에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하 <해리 포터>)만큼이나 다양한 화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경우는 없다. 원작의 인기와 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거의 매일 쏟아지는 <해리 포터> 관련

뉴스를 읽다보면 제작과정 자체가 전세계 언론을 통해 현장중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인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면에, 황당한 소문과 불쾌한 잡음들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소문과

잡음들이 과연 어린 관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말 영화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스티브 클로브스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리 포터>가 어린이용 영화만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동명 소설 자체가 어린이용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 그는, 완성된 영화가

아이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판타지물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크리스 콜럼버스가 감독으로 선정되고 제작자 워너브러더스가

<해리 포터> 관련 팬사이트의 운영자들에게 저작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협박성 편지를 보낼 때부터 이는 충분히 예측되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가족용’이라는 미명하에 어린이가 등장하는 뻔한 상업영화들을 만들어왔던 감독과 대부분의 관련 팬사이트 운영자들이 어린이들임을 알면서도

협박을 서슴지 않는 철저한 상업영화사의 만남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해리 포터>를 둘러싸고 생겨난 불미스러운 잡음 중 하나로 올해 초 런던 교외의 촬영현장에서 마약투입용

도구들이 발견된 일을 들 수 있다.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그 사실을 즉각 <로이터 통신>을 통해 확인했지만, 그 도구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그것이 영화의 제작과는 전혀 무관한 것임을 강조했고 영화의 제작에 차질이 생기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리 포터>가 협찬사의 물품으로 도배가 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소식 또한 여러 가지 잡음을 몰고 왔다. 영화 속에

협찬사의 제품을 등장시키는 PPL과 관련해 공식협찬사인 코카콜라가 이를 포기했을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지난 5월14일치에서 <포브스>는

존슨앤존슨의 일회용 반창고에서부터 바비인형을 만드는 마텔사의 인형들 그리고 파슬사의 시계까지, <해리 포터>의 개봉을 앞두고 사상

최대의 머천다이징이 여전히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리 포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가장 불미스러운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와 관련 팬사이트간의

처절한(!) 전쟁이다. 물론 그 시작은 앞서 이야기했던 워너의 협박성 편지. 그 이후 워너브러더스의 사과와 함께 잠시 수그러들었던 상황이 최근

들어 다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 4월 말 이를 특집기사로 다룬 는 여전히 워너브러더스사의 태도가

협박적이고 고압적이라고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무려 4개월간 워너브러더스와 이메일을 통한 설전을 벌인 뒤 결국 자신의 해리포터 팬사이트

도메인(www.harrypotterfan.co.uk)을 내주어야 했던 영국의 한 운영자에게, 워너브러더스가 고맙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도메인 등록비용뿐만 아니라 공식 달력도 보내주겠다’라는 아주 자비로운(?) 최종 통지를 보냈다는 사실.

이런 상황은 결국 어린 팬사이트 운영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거대한 저항세력을 형상하게 만들고 있다. 살아남은 대부분의 팬사이트들은 워너브러더스와의

공식적인 전쟁을 선포한 상태. 그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사이트인 DADA/PotterWar는 지난 4월 말 2차대전 당시의 전쟁포스터를 변형해

‘어린이들이 위협을 당할 때는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문구를 담아 공개해 큰 무리를 일으켰을 정도다. 물론 대부분의 다른 팬사이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해리 포터>와 전쟁을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상업주의의 화신과 싸워이겨야만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저항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인 것이 사실.

여하튼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해리 포터>의 제작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개봉이 시작되면

그 이전까지의 이런 문제들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세를 바꾸기는 힘들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외부에서의

문제보다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그리고 제작자라는 주요 제작진들이 가지고 있는 <해리 포터>에 대한 시각에 따라 팬들의 성원을 받을

것인지 혹은 외면받을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소설과 영화는 분명 다른 매체이기는 하지만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매력이 상업성에 가려진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더이상 <해리 포터>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공식 홈페이지 http://harrypotter.warnerbros.com/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갤러리 http://www.hpgalleri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