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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로 간 타란티노
2001-06-05

런던

<아모레스 페로스> 런던에서 개봉, <와호장룡>에 이어 흥행할지 관심

<와호장룡>과 함께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멕시코영화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가 지난 5월18일 런던에서 개봉됐다. 같은주에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이라2>와 올해 영국 국내영화 최고흥행작이 될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의 식을 줄 모르는 열기 속에서 개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첫주 흥행 10위를 기록, 올해 초 개봉됐던 <와호장룡> 이후 또다시 흥행에 성공하는 외국어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기대를 낳고 있다. <와호장룡>은 올해 초, 외국어영화로는 드물게 높은 흥행성적과 인기를 몰아 외국어영화 수입에 소극적이었던 영국영화계의 태도를 바꾸어놓는 계기가 됐다.

영화의 제목 <아모레스 페로스>에서 스페인어 아모레스는 ‘사랑’, 페로스는 ‘개’를 의미한다. 여기 런던에서 개봉되는 영어 제목은 (개 같은 사랑?). 지난해 칸영화제와 에든버러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던 이 영화는,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을 연상시키는 스타일과 플롯으로, 첫 장면부터 흥분과 속도감으로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세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들이 자동차 사고를 통해 연결되며, 모두 개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이 영화는 멕시코시티라는 복잡하고 현대적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최근의 <멕시칸>이나 스티븐 소더버그의 <트래픽>에서처럼, 미국영화에서 계속 반복되어 보여지는 멕시코에 대한 클리셰와 고정관념들- 콧수염, 솜브레로(멕시코 스타일 모자), 마초맨, 데킬라, 부패한 경찰, 마약 딜러- 을 뛰어넘는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잔인한 개싸움장면 때문에 과연 동물학대문제에 민감한 영국의 검열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무사히 통과.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는 영화 촬영과정에서 개에 대한 어떤 상해도 없었으며, “개싸움은 멕시코시티의 전체적인 삶의 파노라마의 한 부분이고 개싸움은 잔인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개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고 개싸움장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른 유럽 나라들과는 달리, 외국어영화의 더빙보다는 자막처리를 선호하는 영국에서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다 자막까지 읽어야 하는 이 멕시코영화에 영국 관객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초 <와호장룡>의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영어권이 아닌 외국어영화의 흥행은 영국에서도 아직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반 관객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아모레스 페로스>를 올해의 가장 참신하고 혁신적인 영화로 꼽는가 하면, 어떻게 이 영화를 두고 <와호장룡>이 오스카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을 수 있었는가 하는 뒤늦은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런던=이지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