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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애니메이션이 반짝인다
2001-06-07

무한상상력, 사이버 전력질주!

■온라인에서 캐릭터시장까지,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세계

쫑긋 세운 짦은 귀, 제 몸뚱이만큼이나 크고 동글동글한 얼굴의 흰 토끼가 요즘 곳곳에 출몰한다. 거리와 상점의 판매대에서,

사무실 한편에서, 혹은 누군가의 휴대폰 끝에서 발견되는 토끼의 이름은 마시마로. 아기공룡 둘리 이후 이렇다 할 후속타가 없었던 국산 캐릭터상품

시장을 새롭게 석권하고 있는 이 토끼는 인터넷에서 몰아친 선풍적인 인기를 업고 현실 공간으로 튀어나온 애니메이션 캐릭터다. 지난해 여름부터

인터넷상에서 공개된 짤막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마시마로의 숲이야기>에서 태어난 주인공. 캐릭터 상품으로 나온 지 두달 만에 15만개 이상 팔려나갈

만큼 풍속을 자랑하는 ‘마시마로 열풍’의 진원은 지난해부터 부쩍 주목받고 있는 플래시애니메이션이다.

자 유 로 운 창 작, 애 니메 이 션 신 천 지

플래시애니메이션은 종이와 셀에서 모니터로 캔버스를 바꾸고, 펜에서 마우스로 화구를 바꿔가며 첨단 컴퓨터가 주도하는 이미지 탐사를 계속해온 애니메이션이

가장 최근에 발견한 신천지다. 플래시는 97년 매크로미디어사에서 개발한 웹 기반의 동영상 저작도구. 기존 동영상 저작도구들에 비해 용법이 간편하며,

같은 크기의 이미지라도 비교적 적은 용량에 담을 수 있어 전송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웹상의 상호작용을 좀더 빠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홈페이지,

게임, 애니메이션 등 인터넷 동영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했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던 수많은 예비작가들에게 손쉬운

화구가 돼줬다. 간단한 용례만 익히면 초보작가도 상상력을 그려낼 수 있는 ‘마법의 연필’, 마우스 클릭 몇번이면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단편애니메이션과

관객이 연결되는 웹상의 ‘핫라인’이라고 할까.

쉽게 배울 수 있고,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직접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플래시의 가능성은 불과 2∼3년 사이 수많은 DIY

작가들과 작품들을 등장시켰다. 창작자에게는 만들기 쉽고, 제작기간도 짧고,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한데다 제작비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 플래시애니메이션은

수용자에게도 매력적이다. 쉽게 볼 수 있고 새로운 재능과 심의의 제약을 벗어난 분방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공간을 찾는 창작자와 다양한 콘텐츠를 바라는 수용자가 인터넷을 통해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재능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플래시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인 <마시마로…>나 <졸라맨>은 그 대표적인 사례. 점잖빼지 않고 엽기 행각을 일삼는 마시마로나 사랑과 정의를 지키려 하지만

현실 앞에 소심해지기 일쑤인 졸라맨의 기발함은 개인 작업에서 출발했으나 조회 수 수백만, 수천만건에 이르는 반향을 얻어내며 숨어 있던 작가를

일약 스타로 발굴해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플래시애니메이션 ‘조 카툰’ 시리즈도 마찬가지. 장난감 디자인과

광고일을 하던 아마추어 작가였던 조 실즈는, 공중파방송에서 보기 힘든 유혈 낭자한 유머와 작품 속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형식을 빌린 조 카툰으로 국적을 떠나 전세계 수십만명의 네티즌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됐다.

홍 보 의 도 구 로, 수 익 사 업 으 로

이러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의 붐에는, 플래시란 도구의 개발 못지않게 인터넷 환경의 변화가 주효했다.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바라는

이용자의 요구는 높아진 반면, 아직 장편영화를 웹상에서 편하게 볼 만큼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교적 쉽게 만들고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단편영화, 단편애니메이션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99년 전후로 단편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서비스하는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가 대폭

늘어났고,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업데이트가 용이한 플래시애니메이션은 온라인엔터테인먼트에 거의 필수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는 단편영화

전문 사이트가 생겨나지도 않았는데 플래시 전문 사이트가 출현할 만큼 플래시애니메이션은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들이 이

신종 애니메이션을 놓칠 리도 없다.

플래시의 대중화에 따라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용례 또한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 <간장선생>처럼 개봉을 앞둔 영화의 홍보용 시리즈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새롬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갤럭시 크라이시스 2>라는 1억원짜리 장편 플래시애니메이션을 추진중이다. 곧 공개될 <아치와 씨팍>처럼 장편의

모양새를 가늠해보고 관객과 미리 낯을 익히기 위한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산업적 가능성에도 많은 관심과 시도가 몰리고 있지만, 온라인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그 미래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시장의 경우 야심차게 플래시시리즈 제작에 뛰어들었던 전설적인 만화가 스탠 리나 스필버그와 론 하워드의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팝닷컴 등 유명 인터넷 벤처들의 잇단 몰락으로 좀 주춤한 상태. 오히려 <마시마로…>와 <졸라맨>, <우비소년> 등이 수백가지

캐릭터상품으로 기획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상품이 성공을 거둔 국내시장이 과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플래시 작품의 인기가 이처럼 수십억대

수익사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 결과를 확인하려면 <마시마로…>와 <졸라맨>의 캐릭터상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8월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설사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속출하지 않는다 해도, 플래시애니메이션 본연의 유희를 간과할 필요는 없다. 수익성 있는 캐릭터를 예견하지 못했어도

마시마로의 첫 등장이 유쾌했듯, 산업구조 밖에서 참신한 재능을 발견하는 재미나 누구든 애니메이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안겨준 것으로

이미 유쾌했으니까.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클릭하는 순간부터 3∼4분 정도 짧은 웃음과 휴식을 선사한 오락이었대도 나쁠 것 없지 않은가 말이다.

황혜림 기자▶ 온라인에서

캐릭터시장까지, 플래시애니메이션의 세계

▶ 신나게

흔들고, 뒤집어보자! - <아치와 씨팍>

▶ 와글와글

우거지 맨션 - <우비소년>

▶ 해외

플래시애니메이션

▶ 화제의

국내 플래시애니메이션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