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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의 즐거움, 킬 빌 Vol.1
김태진 2004-04-23

<킬 빌 Vol.1> Kill Bill Vol.1

2003년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상영시간 111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TS &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미라맥스, 스팩트럼

타란티노가 자신의 두터운 영화 수첩을 뒤적여 작성한 리스트를 토대로 만든 프라이빗 액션 컴필레이션인 <킬 빌>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할 만큼 많은 평론과 정보들이 나왔으므로, 여기에서는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DVD쪽에 초점을 맞춰 분석해보았다.

영화와 별도로 신청되었던 DVD에 대한 심의가 다행히도 무삭제로 통과된 덕분에 극장에서 심의로 인해 삭제되었던 12초 분량은 모두 복원되었다. 하지만 판본 자체는 청엽정 결투장면의 일부가 흑백으로 처리된 미국·아시아 버전이며, 유일하게 올 컬러인 일본판 버전은 아쉽게도 수록되지 않았다.

DVD는 미라맥스 본사에서 보내준 HD 마스터를 토대로 제작된 탓에 HD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는 화질을 보여준다. 아나모픽 2.35:1 영상은 원색의 콘트라스트와 색 농도가 매우 높고, 채도와 순도도 도드라지는 청명하면서도 선연한 색감을 보여준다. HD보다 영상 입자가 현저하게 적은 DVD 포맷의 한계 때문에 선명도는 평균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투명도와 질감 표현력은 HD에 육박할 정도이고, 시각적인 해상도도 무척 높게 느껴진다. 필름의 입자감이 균일하게 두드러지는 점은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에 매우 잘 부합된다. 극장에서의 필름이 의외로 지저분했기 때문에 DVD 영상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영상에 어울리게 박력있게 믹싱된 DTS 5.1 채널 사운드는 일본도의 청명하면서도 밀도 높은 금속성 파열음과 총소리의 강력한 임팩트감, 격투신의 묵직한 타격음 등의 효과음들을 날카롭고 위압적으로 들려준다. 저음도 묵직하고 강력하다. 볼륨이 높은 배경음악도 넓고 두텁게 펼쳐진다.

서플먼트는 제작 다큐멘터리와 촬영 광경, 인터뷰 모음, 하이라이트 장면들, 뮤직비디오, 예고편, 포토갤러리로 미국판보다는 좀더 많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단출한 편이다.김태진

그동안 HD로 텔레시네한 몇몇 DVD들의 감수를 맡았던 경험에 의하면 국내 DVD 제작사들의 HD 오소링 기술은 아직 불안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미라맥스 본사에서 <킬 빌>의 마스터를 HD로 보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우려도 했었지만, 완성된 QC는 다행히도 HD의 장점이 잘 살아난 빼어난 색감을 보여주어 무척 만족스러우며, 벌써부터 HD 방영이 기다려질 정도이다. 혹독한 육체적 괴로움을 강인한 의지와 예술적 열정으로 극복해나간 프리다 칼로의 삶을 완성도 높은 영상으로 그려낸 <프리다>는 짙은 유화 같은 톤과 필름라이크한 질감이 매력적이고, <사마리아>도 기대 이상으로 준수한 화질을 보여주었다. 앨런 파큘라의 <암살자들>을 이번주에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 선택은 <킬 빌 vol.1>이다.

새로 출시되는 DVD보다 할인 판매되는 DVD가 더 설치는 판국이 1년을 넘어섰다. 불법 출시되는 DVD에 대해선 매번 말하기가 괴로울 정도다. 이런 와중에 신작 DVD를 선택하고 리뷰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이번주에 주목할 만한 DVD는 단연 <킬 빌 Vol.1>이다. 국내 상영시 프린트의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DVD의 화사한 색감에 깜짝 놀랐다. <프리다>는 어쩐 일로 극장에서 뒷부분만 보았으나 인상은 깊었던 작품인데, 전체를 본 뒤 더 큰 매력을 느꼈다. 이번주엔 두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앨런 파큘라의 <암살단>은 원래 리뷰 대상이었지만 현 시점에서 다루는 게 이상하단 이유로(그러니까 필자의 자체 검열에 의해) 리뷰에서 빠졌음을 밝힌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올해가 결혼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DVD vs DVD를 적으며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베리만이 관심을 신이 아닌 인간에게 돌린 영화들은 내게 너무 잔인하다. 올리베이라처럼 살고 싶지만 그러나 베리만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면 10년 뒤 요한의 처지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은 홀리 헌터의 연기가 돋보인다. 하지만 북미판과는 달리 국내판은 부록 전무다. 더빙 번역이 부담스럽더라도 부록은 그대로 담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프리다>는 좋아하는 퀘이 형제가 제작에 참여하여 더욱 기다렸던 작품이다. 김기덕의 10번째 작품이 DVD로 출시되었다. 각기 다른 출시사를 통하여 그의 작품들이 출시되었지만 그도 이젠 박스세트를 가질 때쯤 되지 않았을까. 이번주 선택은 <킬 빌 vol.1>이다. 사운드도 좋지만 화질이 극장에서보다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