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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50대가 극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2001-06-20

7월 대전 9개관 오픈 예정인 CGV 박동호 대표

● 국내의 멀티플렉스 붐은 지금 절정에 이르고 있다. 1998년 CGV강변11이 첫선을

보인 지 3년 만에 CGV가 만든 스크린 수만 50개. 여기에 동양과 롯데가 가세해 내년 이맘때면 전국 주요 도시 어디에나 멀티플렉스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후발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거센 만큼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일찍 사업에 뛰어든 CGV는 일단 오는

7월, 대전에 9개관을 오픈한다. 이어 구로, 목동, 수원, 해운대, 청량리 등 2003년까지 전국 12개 극장, 112개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 이같은 멀티플렉스 열풍에 대해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멀티플렉스가 연이어 망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들어 과열이라 진단하는

것이다. 과연 한국의 멀티플렉스는 아직 성장산업일까? 만약 그렇다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1995년 제일제당에서 극장팀을 만들 때부터 사업에

관여했던 박동호(46)씨는 “관람인구가 지금의 3배에 이를 때까지 충분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경쟁구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제일제당 기획실, 육가공본부, 멀티미디어사업부를 거쳐 2000년 8월1일부터 CGV 대표로 일하고 있는 박동호씨는 잘되고

있는 집안의 가장답게 시종 자신감 있는 말투를 유지했다.

지금은 CGV가 선발 멀티플렉스업체로 자리를 잡았지만 제일제당에서 극장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부 논란이 많았을 텐데.

사업 검토 당시 해외 극장들을 돌아보는 한편, 극장주들을 두루 만났는데 반응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한개의 스크린만 있는 극장을 상속받은

부동산처럼 한 집안의 가업으로 운영하는 그때까지의 극장 개념에 따르자면 사업 전망은 제로였다. 투자비는 큰 반면 그것을 상쇄할 만한 객석 점유율을

올리기란 당시 객석 점유율을 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멀티플렉스 극장은 영화 백화점이라는 아이디어 위에 객석 점유율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다. 1천석짜리 단관을 500석짜리 두관으로 나누면 다른 취향의 관객이 흡수되고, 500석짜리를 다시 250석짜리로

나누면 더 다양한 영화를 제공하며 거기 맞는 관객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250석 네관은 1천석 단관에 비해 4배의 극장시설비에

정기적 시설보수비용까지 투자해야 한다. 객석 점유율 제고는 그래서 필연적인 숙제였다.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는데도 극장사업을 계속 추진한 까닭은.

결정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40년간의 극장사업 노하우를 가진 빌리지 로드쇼와의 제휴였다. 나 자신 극장에 대해서는 무경험이었고 다른 멤버들도

극장이나 영화에 무지한 상태에서 학생 입장이 돼 그들의 경험을 100% 수용했다. 이미 동남아에 진출해 동양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빌리지

로드쇼쪽에서는 오히려 가능성을 크게 봤다.

IMF 무렵 한 차례 큰 위기가 있지 않았나.

강변CGV를 개관할 때가 외환위기의 절정이었다. 개관을 위해 집기, 자재를 통관시켰을 때 환율이 1달러에 1980원이었다. 비용으로 따지면

영사기를 한관에 두대를 설치한 셈이다. 멀티플렉스란 것이 처음이라 인테리어 컨셉도 대부분 수입했다. IMF는 머리에 띠두르고 넘어섰다. 빌리지

로드쇼의 경험과 CJ엔터테인먼트 의지가 뭉쳤고 해외 시장을 돌아본 결과 차별화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이 사업에서

열쇠는 극장을 ‘** 극장’ 간판이 붙어 있는 하나의 건물, 하드웨어로 보지 않고 서비스사업으로 보는 마인드의 전환이다. 콘텐츠와 서비스,

마케팅에 초점을 두면 문제가 다 풀린다. 천수답 농사 짓듯 좋은 필름이 떨어지기만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가업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면 문제는

서비스력이고 사람사업이다. 관객이 극장에 와서 단적으로 “여기 좋다”, “나쁘다” 말하는 순간이 만사를 가름하는 진실의 순간이다. 예컨대 강변CGV는

매표구의 유리를 처음에는 기존 극장처럼 막아놨다가 1년 뒤 유리창을 제거했다.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돈만 왔다갔다하던 풍경이 좌석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자리가 좋아요?” 등 묻고 답하는 풍경으로 바뀌었고, 새로 개관한 다른 CGV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CGV강변11을 개관한 다음부터는 순탄했나.

사실 첫 극장인 강변CGV를 여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1950년도 법이 그대로 유지되던 터라 멀티플렉스를 염두에 둔 극장관련법조차 없었다.

이를테면 소극장 하나에 화장실이 꼭 한곳씩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강변CGV는 화장실 판이 된다. 그래서 일일이 해외사례,

안전성문제 등을 증빙자료로 제출하고 유권해석을 받아가며 개관했다. 요즘에는 공연법도 많이 개선됐다.

CGV에 애초 참여한 CJ와 골든하베스트, 빌리지 로드쇼의 지분 관계는.

골든하베스트 지분을 빌리지 로드쇼가 매입해서 현재 CGV는 CJ엔터테인먼트가 50%, 빌리지 로드쇼가 50% 지분을 갖고 있는 해외합작법인이다.

경영은 제일제당, CJ엔터테인먼트가 위탁받은 상태다. CGV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회사이지만 내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이상의 내용은 이사회에

보고한다.

강변CGV의 초기 투자비용은 이제 다 회수됐나.

300억원이라는 부피가 너무 커서 아직 회수가 덜 됐지만 내년이면 회수가 완료될 것이다. 올해 대전과 구로 애경백화점 그리고 장소미정의 서울

시내 한곳에 새로운 극장을 열고 내년에는 수원, 해운대, 목동CGV를 개관한다. 2004년에는 청량리CGV가 오픈한다. 지난해 CGV 체인이

동원한 관객은 900만명이고 올해는 13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내 총관객 수는 <친구>에 힘입어 6400만, 6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계획대로 극장건설이 진척되면 CGV는 내년 말에는 1800만, 1900만명, 내후년에는 2천만명 관객을 동원하리라 기대한다.

이는 전국 관객의 30%에 육박하는 수치인데 목표한 사이트가 다 채워지면 단기간에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관의 객석 점유율은.

전체 체인 평균은 40% 정도 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발군의 스코어다. 한관의 좌석 수가 적고 손님이 많이 오는 강변이

60%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서면CGV, 4천석으로 가장 큰 인천CGV는 좀 낮다. 올해 칸에 가서도 니스에 빌리지 로드쇼가 운영하는 10개관

멀티플렉스를 돌아보았는데 운영 방식이나 여러 면에서 CGV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할 일이 많다. 단순히 관람료를 할인한다고

관객이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떻게 극장을 다시 찾도록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초대권을 많이 거론하는데 극장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원인의 하나라고 본다. 멀티플렉스의 포인트는 어떻게 “편하게, 멋있게, 잘” 영화를 보느냐다. 디스카운트 경쟁은 서로를 잡아먹는 일이다. 고객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시설 재투자 비용을 확보 못하면 멀티플렉스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변CGV만 해도 3년간 로비 카펫을 3차례

교체했고, 카페도 부대공간 인테리어도 신개념으로 바꿨다. 운영의 나침반은 관람행태, 고객의 반응 조사결과다. 개관 뒤 어느 시점을 지나면 재방문

빈도를 조사하는데 이를 통해 지역의 특성, 사업 성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CGV 개관 초기와 달리 경쟁자가 출현한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메가박스가 서울지역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롯데도

부산에 멀티플렉스를 오픈했다. 지역마다 경쟁구도가 형성됐는데.

업체마다 전략이 다를 것이다. 롯데 경우는 백화점과 연계하는 전략이고 우리는 거점을 조기 확보해 최대한 개수를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2003년까지 10개 지역 극장 공사에 들어간다. 경쟁관계가 시장 속에서 잘 이루어진다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이미 잡아놓은 사이트를 가로채는

것 같은 불건전한 경쟁만 아니라면 업체가 나름의 계획에 따라 진행해도 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메가박스, 롯데와 함께 가는 걸 두고 과도경쟁이라고

보진 않는다. 해외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회수를 3배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젊은이들이 시간을 보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그 기능까지 극장이 담당해서고, 둘째로는 정서적으로 잘 통할 수 있는 <친구>같은

한국영화가 폭발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극장은 비디오나 TV로 관람할 때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주는 공동 체험의 공간이다.

부산CGV 오픈할 때는 어땠나. 부산에선 부산극장과 서울극장이 상당한 신경전을 펼친 적이 있는데 기존 극장들과 마찰이 있진 않았나.

과거 역관계와는 상관없이 진행됐다. 애초 극장사업 진출의 개념 자체를 기존 극장을 염두에 두되 기존 관객을 뺏는 게 아니라 상권을

넓히고 잠재수요를 얼마나 계발하는가에 두었기 때문이다. 기존 극장과 점유율을 두고 경쟁할지언정 그걸 뺏겠다는 셈법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실제로 극장을 운영하면서 영화 관람 문화의 변화를 체감하나.

연령대로 보자면 40, 50대는 극장을 잃어버렸던 세대다. 주거지 밀착형 멀티플렉스인 CGV를 운영하면서 그들이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할 일이 없는 단관 극장의 문화와 달리 멀티플렉스에서는 가족단위 관객이 외식, 쇼핑까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즐긴다. 주부들 역시 가족들 출근, 등교시키고 아침 9시쯤 모여서 조조영화를 본 뒤 쇼핑하고 식사한 뒤 집에 들어가면 자녀들이 돌아오는 오후

2시다. 내 생각엔 멀티플렉스라는 용어에서 멀티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로, 플렉스는 ‘한 지붕 아래’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싶다.

이미 한 차례 입장료 인상이 있었지만 입장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던데, 최근의 조조할인 경쟁과 요일별 가격 차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비스, 시설, 직원 처우개선의 필요가 사안에 맞게 반영돼야 할 거라고 본다. 그러나 너무 무리하게 인상했다가는 15살에서 29살 사이 주관객층을

아예 돌려세울 수도 있다. 서비스 차별화가 따르지 않으면서 가격만 낮추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아직까지 우리 극장은 발전 여지가 큰 성장

시장이다. 요일별 요금 차등화는 외국에서 채택했다고 무조건 따라할 것이 아니라 성숙한 시장이 됐을 때 고려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능한

한 재관람률을 높여야 할 때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스크린쿼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한국영화가 좋은 작품이 나오고 흥행도 잘됐으니까. 지금까지 쿼터를 위반한 적도 없고,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한국영화 전용관을 운영해 다 환급받았다. 물론 관별로 상영일수를 지켜야하니 프로그래밍 실무에 어려움이 있지만, 멀티플렉스

특성이 그런 건지 관객이 잘 들어서 그런지 제약이나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흥행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일수가 줄면 아무래도 편리한 점이 많을 거다.

언제부터 얼마나 흑자로 돌아섰나. 현재 회사의 규모는.

1999년부터 흑자를 보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600억원, 올해 매출은 900억원을 전망한다. CJ엔터테인먼트가 매출은 높지만 수익은 CGV가

훨씬 큰 셈이다. 인력도 더 많다. 정규 직원은 150명이고 파트타이머 스탭까지 포함하면 7800명 정도다. 글 남동철 기자·김혜리

기자 사진 이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