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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첫사랑의 미소, 지금도 변함없는…, <2406>의 양조위 梁朝偉
이다혜 2004-10-21

양조위는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2046>의 상영을 위해 10월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은 영화제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인 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공식 기자회견과 오픈 토크가 유난히 북적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2046>은 <화양연화>가 끝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남자 차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고 차우는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언제나 여자를 떠나보낸다. <화양연화>의 연작인 이 영화에서, 주인공 차우와 오리엔탈호텔 2046호는 여전히 그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차우는 한결 연애에 능란하고 사랑에 쿨하다. 언제라도 무너질 것만 같던 <화양연화> 속 차우의 어깨가 옷을 벗고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2046> 속 땀에 젖은 차우의 어깨와 오버랩되는 순간, 양조위는 다시 속내를 알 수 없는 깊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곳에 차우가 있었다

10월7일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2046>의 기자 시사회가 끝나고 왕가위 감독과 함께 극장 안에 들어선 양조위는 <화양연화>와 <2046>의 차우처럼 몸에 꼭 맞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를 쓴 왕가위 감독이 홍콩 뒷골목의 건달 같은 인상을 풍기며 극장 안에서 담배를 피워 무는 동안, 양조위는 통역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수줍은 듯 즐거운 듯 속을 알 수 없는 그 특유의 예의바르고도 따뜻한 미소를 만면에 띠우고 있었다. 마이크와 통역자에게 꽂혀 있던 선량함을 머금은 그의 눈이 마침내 반짝 하고 빛난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한국 여배우가 있느냐”는 식의 가십성 질문에 양조위가 “<2046>에서 장쯔이, 공리, 왕페이 등을 혼자서 상대했던 것처럼 매력적인 한국 여배우 모두와 연기할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대답한 것. 이 순간의 양조위는 <2046>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여인의 진심을 무시하고 아무 일도 없는 양 지폐를 쥐어주는 남자의 얄밉도록 매력적인 쿨함을 쏙 빼닮았다.

차우는 양조위가 아니다

10월8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

부산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이영애와의 오픈 토크가 마련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 두 사람이 입장하기 전에 진행자는 “두분 들어오면 박수를 쳐주세요”라고 기자들에게 부탁의 말을 건넨다. 진행자의 말이 무색하게도, 푸른 트레이닝복 상의를 캐주얼하게 걸친 양조위가 이영애보다 먼저 행사장에 도착하자, 팬인지 기자인지,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일제히 비명 같은 환호가 터져나왔다. 팬들의 과중한 열광이 쏟아지면 부담스러워하는 여느 스타들과 달리 양조위는 “여기요!”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일일이 방향을 바꾸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표정 하나로, 눈빛 하나로 사랑의 감정을 쏟아내는 그의 애정관을 묻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사실 사랑에 관해 비관적인 편이다. 사랑은 김치 같다. 계속 먹다보면 내가 이걸 좋아서 먹는지 습관으로 먹는지 모르게 된다.” 앙코르와트의 석벽에 다시는 입 밖에 내지 않을 사랑의 사연을 불어넣는 <화양연화>의 차우,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들 사이로 떠도는 실패한 로맨티스트인 <2046>의 차우는 어쩌면 양조위와 많이 다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떻겠는가. 영화 밖에서도 양조위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오래전 첫사랑 같은 웃음, 너무 따뜻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미소를 지을 줄 아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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