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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기덕, 평론가 정성일의 꼼꼼 분석, <빈 집>
조성효 2004-12-31

생각해보면 김기덕 영화 속 인물 대부분이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 않는다. 물 위에 부유하거나 한강다리 혹은 차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괴롭히며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런데 결국은 그 괴로운 공간으로 되돌아온다. 마치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말도 안 되는 행위를 되풀이하면서 말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머물 곳이 아니라 머물 사람, 먹을 것을 차려주고 입혀주며 재워주는 태석 같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토니 레인즈는 최근의 글을 통해 김기덕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인데 김기덕이 그리는 유령과 대사 절제 그리고 공간은 차이밍량의 그것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

DVD에 담긴 감독과 정성일과의 코멘터리는 이러한 점들에 대한 답변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알기 힘들었던 손바닥 눈의 의미 등 <빈 집>에 관한 빈틈없는 분석을 들려준다. 특히 선화의 첫 대사인 “사랑해요”가 태석에 대한 것이 아닌 남편에 대한 것일 수 있다는 감독의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기덕의 영화는 <사마리아>까지 모두 7편이 국내에서 DVD 발매되었는데 <수취인불명>을 제외하곤 모두 1디스크였다. <빈 집>은 감독의 영화 중 2디스크 DVD로 제작된 두 번째 영화다. 양적으로 풍성하진 않지만 내용 면에선 꽉 찬 부록을 담고 있다. 특히 13회차만에 완료된 촬영과정을 제작 스탭의 코멘터리까지 지원하는 70분 분량에 담은 메이킹 다큐를 보면 감독이 심심찮게 영화 속에 출연했음도 알게 된다. 김기덕 영화에 AV적 즐거움을 기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화질과 음질도 평균을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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