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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금전 | 호금전의 마지막 인터뷰
2001-06-29

“내 영화를 무협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 당신 영화의 무술은 아주 새롭다. 이전의 무협영화와는 공통점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그런 무술장면을 만들어냈나.

그건 내 무술감독인 한영걸의 공이다. 무술감독이란 용어 자체가 내가 한영걸을 그렇게 부르면서 태어났다. <대취협>을 만들 때 내게

액션이란 아주 힘든 것이었다. 난 무협소설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꾸미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지만 무술은 해본 적도 없고

싸울 줄도 몰랐다. 그래서 경극 배우를 하던 한영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그의 무술 동작을 공부했고 그중에서 최고의 것을 뽑아냈다. 무협

이야기엔 익숙했으니까 거기에 딱 맞는 동작을 골라낸 것이다. 나 이전엔 무술감독이란 존재 자체가 없었다. 한영걸을 위해 무술감독이란 조어가

태어난 것이다.

+ 무술 동작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당신 이전에 따로 없었단 말인가.

음, 물론 있긴 했다. 그러나 차원이 달랐다. 예를 들면 그들은 안무를 담당했다. 연극에서처럼.

+ <화루혈루사>라는 당신의 새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싶다.

미국의 중국인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찍을 작정이고. 프로듀서가 제작비 모금을 돕고 있는데 성과가 신통치 않다. (웃음)

+ <수잔을 찾아서> 프로듀서였던 사라 필즈베리가 관여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오스카상을 받은 적도 있고 <수잔을 찾아서> 프로듀서를 했다. 그녀가 돕기로 했지만 새 영화는 돈이

많이 들어서 아직 제작비를 모으지 못했다. 1천만달러면 미국에선 그렇게 큰 예산이 아닌데 중국에선 엄청나게 많은 돈이기 때문이다.

+ 그것말고도 <천둥 마을> 프로젝트가 있지 않은가.

기회가 된다면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는 이미 나와 있고.

+ 시놉시스를 봤다. 배우들이 살고 마적 여인이 운영하는 주점이 있는 한 마을이 배경이다. 마을엔 약을 팔아 먹고사는 검객도 있고, 점쟁이

마적에다 활쏘기에 능한 그의 아내도 있다. 마침내 마적이 마을을 공격하고 싸움이 붙게 된다. 그러고보니 이건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 무협영화

같다.

실은 나는 무협영화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 전작들이 무협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진짜 무협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다. 내 영화의 무술장면은 경극 동작의 영화적 번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내 액션은 사기고 눈속임이다. (웃음) 나는 를 뒤늦게 봤다. 좀 일찍 봤더라면 모델로 삼았을 거다. <충렬도>도 좀더 잘 만들었을 테고. (웃음)

+ 겸손의 말이다. <천둥 마을>이 구로사와보다 더 잘 만든 무협영화가 되기를 기대한다. (웃음)

프로듀서가 있어야 말이지. (웃음)

+ 애니메이션도 계획하고 있다는데.

그렇다. 내 첫 영화일이 무대장식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때 내 보스가 원구잔이라는 유명한 애니메이터였다. 그전까지 관심이 없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겼다. 원구잔은 1941년 중국의 첫 장면애니메이션 <철부채 공주>를 만든 사람이다. 10년 전 구상했고

아직도 머리 속으로 다듬고 있다. 바다 밑의 용과 공주에 관한 이야기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시퀀스 구상도 마쳤다. 조개와 심해어를 관찰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물고기를 스케치하러 샌디에이고 수족관에 가기도 했다. 이 캐릭터들을 인간 캐릭터로 옮겼고 트리트먼트를 만들어 프로듀서한테

줬다. 1년은 또 그렇게 보냈다.

+ 혼자서 디자인을 다 처리하나.

그렇다. 색깔도 입힌다. 아주 섬세한 그림이다. 동작의 디테일까지 지시한다.

+ 어렸을 때 만화도 그렸다는데, 한장마다 그림과 그에 따른 이야기가 붙어 있는 이야기 그림책을 그린 적 있나.

있다. 어릴 때였다. 친구와 함께 이야기 그림책을 만들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출판하려고 하진 않았다. (웃음) 하지만 그림솜씨는 이때부터 길러졌다.

숏별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 때가 왔을 때 난 아주 빨랐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건데 당신한테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웃음) 사실, 난

직업적인 만화가다. 1985년엔가, 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위한 디자인을 그리고 있을 때 뉴욕 에이전시를 통해서 <미스터 사토>

만화 시리즈에 담길 만화를 그렸다. 첫 파트는 미스터 사토가 샌프란시스코에 그의 아내와 오는 거다. 그가 아내에게 “집이 그리워?” 하고 물으니까

아내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가는 곳마다 혼다와 닛산이 있는데.” (웃음) 뭐 그런 이야기다.

* 이 인터뷰는 1997년 일본에서 출간된 <호금전의 무협영화 방법론>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한 것이다.

영화평론가인 야마다 히로자쿠와 우다가와 고요가 인터뷰했고, 이 내용은 1998년의 홍콩영화제 호금전 회고전 카탈로그에 재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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