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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큐브 밖의 비밀, <큐브 제로>

큐브 밖의 비밀을 드러낸 <큐브> 3편. 큐브 안과 밖 모두에 갇힌 인간들. 그들에게 과연 탈출은 가능할 것인가.

딸과 함께 숲속을 뛰어놀던 한 여자가 복면을 쓴 사내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쓰러진다. 딸과 분리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뇌에 수술이 가해진다. 고통스러운 외침. 그리고 큐브 안. 그녀는 기억을 상실한 채 깨어난다. 이제 그녀는 세개의 절박한 질문에 휩싸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갇혔는가?’ ‘나의 딸은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녀는 큐브의 문을 연다. 그리고 동일한 의문을 가진, 생존 본능만 남은 다른 인간들과 대면한다.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한 채 작은 공간에 갇혀 사투하는 시리즈의 인물들은 언제나 ‘안’에서 ‘밖’을 찾는다. 그들은 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안’을 경유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잘리고 녹고 사라진다. 생존에 대한 믿음, 그것은 곧 ‘밖’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었다. 지난 두편은 안과 밖에 대한 이러한 이분법을 전제하면서도 언제나 ‘안’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게임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3편이자 완결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는 갇힌 자뿐만 아니라 가둔 자 모두에 초점을 둔다. 큐브의 안과 밖 모두를 비춘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양쪽 모두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오히려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큐브 통제실에서 내부를 관리하는 전문가 윈(자카리 베네트)과 도드(데이비드 허벤드)는 스크린을 통해 큐브 내부의 존재들을 감시한다. 그들 역시 감시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큐브 안의 존재들에게 호기심과 죄책감을 느끼던 윈은 급기야 스스로 큐브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출구로 인도하기로 결심한다. 이제 그는 관찰자가 아닌 관찰 대상이 된다. 그의 큐브 진입과 동시에 큐브 밖에 등장한 또 다른 관찰자들은 이 모든 메커니즘을 지배하는 ‘상부’로 보인다. 그러나 이 관찰자들 역시 또 다른 상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임이 드러나는 순간 큐브에서의 탈출과정보다 더 끔찍하게 다가오는 건 겹겹의 망으로 얽힌 감시의 네트워크이다. 끝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보이지 않는 상부’의 명령. 우리에게 과연 ‘밖’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벗어날 수 있는가? 이것이 의 투박하고 음침한 영상이 내세우는 물음이다. 전작에 비해 그다지 치밀한 짜임새를 보이진 않아도 이 회의적인 질문은 그 어떤 가시적 공포의 대상보다 여전히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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