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드라마 칼럼
[드라마 칼럼] <슬픈연가>, 송승헌이 투입되었다면?

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 오히려 그때그때 다른 사랑

세상에 다시 없을 순수한 사랑의 상징, 로미오와 줄리엣 커플. 그러나 그 둘이 운명적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로미오의 실연’ 때문임을 기억하는 독자는 얼마 안된다. 로미오는 줄리엣을 만나기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다른 여자 때문에 울고 불고 하던 남자였다. 그랬던 그가 줄리엣을 만나자마자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둘의 사랑은 의외로 쉽게 식어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는, 그러나 그 제작과정부터가 ‘위태로운 사랑’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다. ‘권상우와 김희선의 사랑 이야기’로 흘러가는 전개를 볼 때마다 저 둘의 사랑에 송승헌이 투입(?)되었다면 극의 전개가 한참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힘든데, 적어도 드라마 제작진이 의도하는 ‘감정이입 대상’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저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권상우와 김희선’이 아닌 ‘송승헌과 김희선’에게로 향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 ‘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이라지만, 오히려 ‘그때그때 다른 사랑’의 속성을 보는 것 같아 드라마 시청이 그리 편치는 않다.

이 드라마는 언뜻 지고 지순한 사랑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준영(권상우)과 박혜인(김희선)은 헤어져도 잊지 못해 아쉬워하고, 서로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니 말이다. 허나, 6.25 전쟁통도 아니고, 만날 마음만 있다면 왜 못 만나겠는가. 둘이 헤어지던 그 순간 마음만 있었다면 혜인은 그대로 택시를 타버리지도 않았을 테고, 어떻게 해서든 준영의 친구라도 만나 자신의 바뀐 전화번호를 알렸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애초에 ‘우리 혹시 헤어지면 명동성당에서 만나자’ 따위의 약속이라도 해두었겠지. 이쯤 되면 둘의 사랑은 ‘지고 지순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지고지순하기 위한 사랑’에 가깝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듣기로는 시력을 찾게 된 혜인이 준영을 알아보지 못한다고도 한다. 한창 좋을 때 그녀가 뭐라고 했던가. 어떤 상황에서도 준영을 알아볼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았던가. 허나 결국엔 알아보지 못하니 그 사랑은 얼마나 나약한지 모르겠다. 역설적이게도 이 ‘단 한번뿐인 사랑 이야기’ 속에는 오직 ‘하나’를 구하는 강인함보다는 나약함이 더 많다.

연기자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색하다면, 그것은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대본의 문제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연기력으로 메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연기자에게 그 부분까지 기대해서도 안될 일이니 말이다. 결국 복제된 스토리의 문제이리라. 어릴 때부터 서로 사랑하다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중간에 다른 남자를 만나고, 첫사랑을 다시 만나지만 못 알아보고, 그러다가 우왕좌왕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설정. 어디서 많이 본듯한데…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가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그와 비슷한 제목과 스토리의 드라마가 모두 인기를 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아주 순진한 발상이다. 거의 의 속편에 가깝다고 할만한 .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속설 때문에라도 오히려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할 드라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