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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삼광보다 열피! <알렉산더><샤크><오션스 트웰브>

떼스타가 나왔지만 짜임새가 별로인 영화들

<알렉산더> <샤크> <오션스 트웰브>.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영어제목, 미국영화 뭐 이런 거 말고. 그렇다. 그것은 이 영화들에 웬만한 영화에서는 다들 충분히 주연을 하고도 남을 스타들이 최소 세명 이상은 나와주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하도 영화 제작비가 뛰다보니 한명 가지고는 안심이 되지 않아 스타들을 떼로 출동시키는 안전빵 마케팅 작전이 유행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소스 멀티유즈 멀티미디어 콘텐츠들이 멀티플렉스에서 개봉되고 있는 각종 에브리 멀티의 시대다보니 영화도 덩달아 멀티해지고 싶었던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만 여튼, 가히 ‘멀티플 스타 시스템’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일련의 영화들의 개봉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경구의 의미를 새삼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다.

‘삼광(三光)보다 열피(十皮)’.

그렇다. 아무리 왕대박급 스타들이 한꺼번에 떼로 몰려다닌다 해도, 영화 자체의 짜임새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각종 안스타급 배우들로 탄탄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영화를 결코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스톱적 메타포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이 경구는, 우리에게 위 영화들의 패착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장 삼분 빠진 세 시간에 육박해버림으로써,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관객에게 몸소 체험케 하는 시뮬레이션 무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알렉산더>의 러닝타임은 사실, 안젤리나 졸리의 뱀쇼, 발 킬머의 꼬장, 그리고 앤서니 홉킨스의 국사교과서 낭독에 골고루 시간을 안배하려는 쓸데없는 배려만 아니었더라면 족히 한 시간은 단축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 목소리 연기하는 스타들의 얼굴을 닮은 물고기들을 출연시켜서, 그 스타의 캐릭터를 그대로 물고기화해보자는 아이디어 하나에만 의존한 채, 결국 진부해 터진 ‘시골 청년 교화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스토리를 늘어놓는 작태를 보였던 <샤크>의 ‘말은 많은데 쓸 말은 적은’ 썰렁함은, 애초에 100% 스타에 의존한 기획이 아니었더라면 생기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오션스 트웰브>

또한, 사실 자기네들끼리 웃고 즐기면서 보면 딱 좋을 고급 홈비디오의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않는 영상물을, 자신들이 한꺼번에 한 영화에 떼를 지어 우르르 출연해주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스스로 감명받아 그걸 멀쩡한 영화를 사칭하여 개봉해냈던 <오션스 트웰브>의 시건방짐은, 가히 스타들의 자아도취로 야기된 국제적 민폐의 절정이었다. 물론 스타라는 존재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특히나 상업 영화판처럼 도박성이 짙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결국 한 배우에게 ‘스타’란 ‘직업’이 아닌 ‘현재상태’를 가리키는 말일 따름이다. 그리고 ‘스타배우’가 자신의 ‘현재상태’를 그만 ‘직업’으로 오판하는 바로 그 순간, 스타는 일종의 재앙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부터 <오션스 트웰브>까지 일관되게 증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결국 필자는 작금의 ‘떼스타 영화’들의 줄개봉을 보면서 이 경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밖에 없다.

삼광보다 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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