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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제작한 영화 <파송송 계란탁> 개봉 기다리는 배우 임창정
사진 오계옥박혜명 2005-02-17

“가수는 한계가 있지만 연기엔 없다”

한때 가수 겸 배우로 불렸던 임창정이 2003년 8월 10집 앨범을 끝으로 배우에만 몰입한 지 1년 반이 됐다. 그뒤 개봉한 코믹호러 <시실리 2km>엔 임창정의 소속사 먼데이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사 크레딧에 올랐고, 오는 2월18일 개봉할 <파송송 계란탁>에도 같은 크레딧이 올랐다. 먼데이엔터테인먼트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단독제작할 영화도 준비 중이다. 임창정은 가수와 배우 겸업 대신 배우와 제작 겸업을 선택했으니, 앞으로 그에게 물어야 할 건 배우로서의 삶과 동시에 제작자로서의 삶이다. 두 번째 공동제작하는 영화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운 탓에 그는 최근 출연확정 소식이 알려진 민규동 감독의 신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도 아꼈다. <파송송 계란탁>을 잘 봐주십사 하고, 기자시사 현장에서 넙죽 큰절까지 올린 임창정. 그래서 이번엔 그토록 겸손하고 소박하고 솔직하기만 한 이미지의 속내도 파보고자 했다. 최근 모 음악프로그램 최다출연 가수 2위로도 꼽혔을 만큼 방송매체에 다져진 사람이니 그 태도는 본능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의 솔직한 답변은 인터뷰 말미에 들었다.

-<시실리 2km>에 이어 먼데이엔터테인먼트가 두 번째 공동제작한 영화다. 본인도 제작과정에 관여했는지.

=그렇긴 한데 프로덕션 자체에 참여했다거나 실질적으로 도움준 건 없다. <시실리 2km> 때 김형준 대표한테도 그랬지만, 우리가 뭐 할 게 있겠습니까, 공동제작 타이틀만 걸어주면 현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더 책임감 있게 지켜보면서 공부하겠다, 고 했다. 투자유치를 좀 하긴 했다. 그렇다고 그걸로 공동제작의 의미가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정확한 표현은 참여. 참여 조금해서, 실습.

-그럼 <파송송 계란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제작사 굿플레이어가 개발한 시나리오인가, 본인에게 먼저 들어왔나.

=굿플레이어에서 시나리오를 개발한 건 아니고, 굿플레이어 김정수 대표 밑에 있던 사람이 시나리오 개발자다. 그게 나에게 들어왔는데 내가 꼭 하겠다고 달려들었고 정수 형하고도 친분이 있던 관계여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뭐가 좋아서 달려들었나.

=난 배우이기 때문에 내 이미지에 대해 기대를 가진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관객이 내 표현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 없고, 연기적으로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는 점을 시나리오에서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순수한 심성이 너무 좋았다.

-<위대한 유산>을 같이 한 오상훈 감독이 연출했다. 감독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나.

=아니다. 시나리오 결정 뒤 제작사쪽에서 오상훈 감독이 어떠냐고 해서 내가 너무너무 좋죠, 했다. 1+1은 2가 아니라 3, 4가 나올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겠다 싶었다.

-어떤 점에서 오상훈 감독을 신뢰했는지.

=배우를 편하게 해주고, 그 배우가 자발적으로 뭔가 끌어내면 그중에 자기가 원하는 걸 빼내는 재주가 있다. 나도 몰랐던 부분인데 <위대한 유산> 때 느꼈다. 감독님도 자기는 <위대한 유산> 같은 코미디보다 잔잔한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었고. 그렇다면 <파송송 계란탁>은 돗자리를 깔아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래서 잘되겠다는 신뢰가 있었다.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현장에선 감독과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연기나 연출부분에서.

=일단 시나리오에 있는 것들을 가장 먼저 했다. 그리고 감독님이 원하는 걸 몇번 하고, 오케이 사인이 나면 이제 내 거 한번 해볼게요, 이런 식으로 했다. 작업은 굉장히 빨랐다. 서로 어떤 스타일인지 뻔히 알고 있고, 재는 거 없이 다 까놓고 시작한 거니까. 현장은 진짜 일사천리였다.

-느낌상으로, 최종편집된 걸 봤을 때 본인이 한 것과 감독이 요구한 것이 어느 정도 비율로 들어간 것 같나.

=감독님이 원하신 게 다 들어갔지. (웃음) 감독님은 자기 영역에 누가 침범하는 거 되게 싫어한다. 자기가 이렇다 생각하면 그 밖의 것은 하나도 못 본다. 기자시사 때 걸린 것과 극장에 걸리는 건 많이 다를 수 있다. 편집을 다시 하고 있다.

-애드리브가 거의 없었다던데.

=애드리브를 많이 하고 싶지가 않다. 누가 그러더라. 우리나라에서 진짜 노래 잘하는 어떤 가수가, 자기가 노래를 십몇년 하니까 (목소리를) 꺾는 게 싫어진다고. 담백한 게 좋다고. 그런 거 같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임창정의 연기는 거의 비슷하단 얘기를 많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좀 다르다고 느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될 수 있으면 시나리오에 있는 그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역 이인성과 단둘이 전반을 이끌어가는 영화다. 아역배우와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을 것 같다.

=힘들었다. 애가 상황을 알고 울 때와 연기로 울 때가 있는데, 그런 차이를 이해시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 상황에선 눈물이 나도 참아야 된다, 울고 싶은데 참는 거다, 그런 얘길 해줘도 모르니까. 그래서 택한 방법이 실제로 쇼크를 줘보자, 였다. 진짜처럼 약올려도 보고, 울려도 보고, 진짜 별 짓 다 했다. (웃음)

-애가 원망했겠다.

=영화 찍는 동안은 인사도 잘 안 하고 그랬다. 극 초반엔 내가 이 아이를 미워해서 밀쳐내야 하는데 그 때 진짜로 미운 시선으로 애를 봤다는 거지.

-영화에서 인성이가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 연습도 시켰나.

=열심히 시켰다. 스탭들 하루종일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애가 연습을 해왔는데 이상하게 해온 거야. 그래서 다시 해, 다시 해, 그러고 스탭들은 기다리다 철수하고. ‘파송송 계란탁’ 노래 부르는 장면이 그랬다. 애한테는 이게 진짜 못할 짓인 거 같다. 애들은 그 나이 또래에 가져야 할 환경이 분명이 있고, 그 나이 때에만 메워질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걔는 그걸 놓친 채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공간에서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고 일을 하는 거니까. 그런 게 안쓰럽더라. 나중엔 자기도 울더라. 서러우니까. 그걸 찍었지, 또 우리는. 그래서 어른들이 영악한 거다. 그런 걸 끝까지 다 참고 해줘서 애가 대견하고 예쁘다.

-<파송송 계란탁>이 어떤 의미에서 정극이라고 해도, 임창정의 코미디에 기대하는 바 역시 크다. 영화 속 대사대로 표현하면 임창정은 코미디 배우로서 오래전에 ‘굳히기에 들어간’ 사람이다. 월간지 <프리미어> 12월호에 실린 영화관계자들 대상 설문에서 ‘올해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꼽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함박웃음 지으며) 너무 좋다.

-그런 방송용 멘트를….

=진짜로. 그럼 내가 한 게 뭔데, 그전에. 내가 그전에 왜 그런 오버를 하고 웃기려고 안달이 났었겠나. 그런 얘기 들으려고 그랬던 거다. 근데 그런 얘기를 해주니까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딨겠나. 그전에 누아르를 했나, 액션을 했나? 액션을 했어야 최고의 액션배우에 끼든가 멜로를 했어야 최고의 멜로 배우에 끼든가 하지. 코미디밖에 안 했는데 그중에 최고라 그러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나. 난 사람들이 이 모습 그대로 좋아해주는 게 좋고 여기서 1등하고 싶다. 외국 배우들 변신한다 변신한다 그러지만 대부분은 쟤 변신하려고 그랬는가보다 그 정도다. 난 그냥 가늘고 길게 남고 싶다. (웃음)

-반면 <대학내일>이 갤럽에 의뢰한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에 ‘가장 오버한 배우’ 1위로도 꼽혔다.

=기분 나쁘지. (웃음) 근데 똑같은 커피를 두고 쓰다는 사람 있고 향이 좋다는 사람이 있고, 같은 사람이 똑같은 걸 놓고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어쨌든 내가 도마 위에 올라가서 거론이 되고 나에 대해 얘기해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진심이다. 관심이 없으면, 사람들이 나를 배우다라고 생각 안 하면 누가 그런 얘길 해주겠나.

-만약 당신보다 더 ‘코미디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주연급 배우가 등장하면 어떨 것 같은가.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코미디를 잘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진 내가 뭔가를 하면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시시덕거리는 거 같기는 하다. 그 시시덕거림이라는 거를 잘 보여주려면, 연기를 진짜 잘하면 된다. 내가 말하는 연기라는 건, 리얼하게 할 줄 아는 끼. 코미디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도 코미디지만, 누가 다른 누군가를 흉내내는 것도 코미디다. 그래서 맞아, 맞아, 저래, 저래, 그렇게 되면 웃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시덕거림의 근본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먼데이엔터테인먼트가 단독제작하는 영화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멜로다. 더 말하기가 그렇다. 좀 큰 프로젝트라. 제작비 예산이 굉장히 크다.

-이번엔 제작자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나.

=안 올린다. 회사 이름과 대표 이름만 올린다.

-그래도 단독제작이니 더 깊이 관여하겠다.

=아무래도 내 회사니까.

-왜 제작 일을 시작하게 됐나.

=우선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몸담은 사람은 하다보면 조금 더 욕심이 생기고, 그러면서 영화를 온몸에 다 품는 거다. 그럼 영화에 관련된 일은 다 하고 싶고. 이렇게 적어달라. (웃음)

-스스로 사업가적인 자질이 있다고 믿는 구석이 있나.

=믿으니까 한다. 없다면 연기만 하겠지. 나 비즈니스 잘할 자신이 있다.

-비즈니스 하는 데 필요한 게 뭔가.

=피부? (웃음) 귓볼? (웃음) 신뢰. 저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거짓말 안 시키고 진실된 방법으로 하는 거. 진짜 그렇다고 생각한다. 거짓말 안 하고 솔직하게 다가서면 누구든 마음을 열 수 있는 거 같다. 실제로 난 그렇게 살아왔고.

-하지만 내가 ‘아’라고 말한다고 해서 모두가 내 ‘아’의 진심을 알아주는 건 아니다.

=‘아’라고 대놓고 말하면 안 되지. 우선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면서 내가 ‘아’라고 말하고 싶어한다고 느끼게 해주면 된다. 그게 비즈니스다.

-가수든 배우든 둘 다 쉬운 일은 아니고, 어느 한쪽에서 영원히 잘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배우로 ‘굳히기’에 들어간 데는 자신에게 이쪽 일이 더 유리하고 전망있다고 판단되는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있다. 일단 임창정이란 사람이 가수와 배우를 둘 다 잘할 만큼 천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된다. 내가 만든 이론인데, (테이블 옆에 있던 성냥갑 세개를 쌓고) 이게 가수의 자질이다. 여기 맨 아래칸은 1부터 49다. 두 번째 칸은 50부터 89. 제일 위칸이 90부터 100이다. 노래실력은 타고난다.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맨 밑칸의 1이 노래를 잘하려고 열심히 하면 49까지는 간다. 50은 못 간다. 1 차이인데 100년을 연습해도 못 간다. 선수들은 그 차이를 안다. 89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몇번 바뀌어도 90을 못 올라간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가수들이 이 중간에 있다. 90짜리들은 연습 안 해도 기본이 90이고 연습하면 100 되는 애들이다. 임재범, 나얼. 이런 애들이란 말이다. 그걸 어떻게 따라가. 그래서 쪽팔린 거다. 저런 애들이 가수지, 내가 무슨 가수야. 난 내가 하는 일에선 뭐든 1등하고 싶다. 나만큼 노래하는 사람은 쌔고 쌨다. 나보다 잘하는 90 이상 애들 중에 음반 못 내고 찌그러지는 애들 쌨고. 난 돈 벌려고 가수 했던 사람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연기다. 그리고 연기는 가수들처럼 이렇게 안 나뉘어 있고 그냥 통짜다. 1부터 100까지. 난 지금 80 정도 와 있는 거 같다. 통짜이기 때문에 100도 할 수 있다. 열심히 하고, 끼만 있으면. 내가 밑바닥만 아니면. 게다가 영화를 좋아한다. 그럼 뻔한 거 아닌가. 자기 적성에 맞고 그걸 진짜 사랑하고, 그렇게 해서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당연히 그리 가지. 모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나도 그 소박한 진리에서 결심을 했던 거다.

-기자시사회장에서 인성이를 꼭 끌어안고 포즈를 취하더라. 연출인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여우 같은 연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또 당신은 대체로 겸손하고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하는데, 그걸 가식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오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지.

=내가 여우같이 연출을 한다고 하면, 왜 그냥 여우같이 연출을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 저 자식 진짜 열심히 한다라고 생각해주면 안 되나? 여우다. 맞을 수 있어. 근데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건데, 그냥 예쁘게 봐주면 안 되나?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당신이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영화 일을 계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건가.

=그러니까 그렇게 하겠지. 사실 기자시사날 내가 애를 데리고 껴안고 들쳐업고 하면서 사진찍은 거, 그 무대 올라가기 전날까지 그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한 게 아니다. 그냥 사람들 앞에서 싸가지없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 본능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그게 딱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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