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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코믹 혹은 섹시, 수상한 흡혈귀들
2005-02-19

<겁 없는 뱀파이어 킬러> vs <마틴> vs <드라큐라>

왼쪽부터 <겁 없는 뱀파이어 킬러><드라큐라><마틴>

뱀파이어, 드라큘라, 노스페라투. 동유럽의 민간 신앙과 브람 스토커의 소설이 뒤섞인 영화에서 그들의 이름은 저주와 찬양을 동시에 의미한다. 그들이 햇빛에 노출되고 말뚝에 박히자마자 관객은 새로운 흡혈귀를 원했다. 흡혈귀는 끊임없이 제작되는 영화 속에서 ‘죽지 않는 자’로 남았으며, 그것은 그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숭배의 지위를 획득했음을 뜻한다. 흡혈귀 영화의 DVD는 역사적 의미가 큰 순서대로 등장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흡혈귀>,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큐라>, 테렌스 피셔의 <드라큐라의 공포>가 나오면서 고전 흡혈귀 영화의 DVD 출시는 일단락됐다. 이후 DVD로 선보인 수많은 흡혈귀 영화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드라큐라>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류작에 불과한 것들이었지만, 2004년 말 나란히 출시된 세편은 가치를 달리한다.

<겁 없는 뱀파이어 킬러>는 로만 폴란스키가 작정하고 만든 코미디로, 그의 경력을 보고 근사한 흡혈귀 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공적 1호’로 지목할 작품이다. 흡혈귀 연구차 트란실바니아에 도착한 교수 일행이 흡혈귀 백작을 만난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슬랩스틱코미디엔 흡혈귀 신화 부수기와 흡혈귀 장르에 대한 애정 고백이 함께한다.

<마틴>은 자신을 흡혈귀로 알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다. 그가 정말 흡혈귀 가문에서 태어난 84살 먹은 소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체에 의문을 품고 사는 흡혈귀가 라디오 DJ와 인터뷰를 나눈다거나 결국 친족에 의해 파괴된다는 설정 등이 흥미롭다. 혹자는 <마틴>을 ‘현실에 마술은 없다’고 되뇌던 소년이 맞이한 사회적 비극으로 읽기도 한다.

생뚱맞기는 <드라큐라>도 마찬가지. 오컬트 호러가 지배적이던 1970년대에 정통 고딕호러를 표방한 것도 그렇고, <토요일 밤의 열기>를 만든 감독의 다음 작품으로도 이상하다. <드라큐라>는 그때까지 나온 흡혈귀 영화 중 가장 고혹적인 영상과 세련된 성적 표현을 자랑했다. 가슴을 풀어헤치고 피를 마시게 하는 장면은 책에 있었지만 이전 영화에선 보기 힘든 것이었고, 반 헬싱을 죽인 뒤 햇빛에 소멸하면서 영원의 이미지로 연결되는 드라큘라와 그를 바라보는 여인의 미소는 나름대로 전복적이었다.

말끔한 복원에 더해 음성해설 등이 지원되는 DVD 세편은 만족스럽다(<마틴>과 <드라큐라>는 재출시판인지 확인하도록). 이제 그 수상하다는 흡혈귀 영화 <빌리 더 키드와 뱀파이어>(앨런 클라크, 1985)의 출시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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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ibu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