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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EU통합의 목표와 갈등
조성효 2005-03-25

<잠이 오질 않아> vs <로베르토 수코>

클레르 드니는 데뷔작 <초콜릿>부터 외부세계의 수용과 거부를 끊임없이 다루어왔다. 타자와의 관계가 카니벌리즘으로까지 치달은 것이 <트러블 에브리 데이>라면 수용의 궁극점인 사랑으로 그려진 것이 <금요일 밤>일 게다(이러한 의도는 <텐 미니츠 첼로>에 포함된 단편 <낭시를 향해서>에서 낭시의 입을 통해 분명히 말해진다). 감독은 캐스팅에도 의미를 부여해왔는데, 6편을 함께한 알렉스 데스카는 프랑스화된 외부인을, 베아트리체 달은 프랑스에 순응하지 않는 내부인을, <개입자>와 <아름다운 작업>에서의 미셸 수보르는 다른 세계를 수용하지 못하는 내부인을 대변한다 할 것이다.

알렉스 데스카와 베아트리체 달이 출연한 94년작 <잠이 오질 않아>는 1987년 몽마르트르 부근서 실제 있었던 할머니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영화는 살인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외부인들로 구성된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에선 경제적, 정치적 통합으로 합일을 이루려는 유럽의 목표와 갈등이 엿보인다. 이것은 감독이 <잠이 오질 않아>를 <초콜릿> <두려움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와 함께 ‘식민주의와 그 이후’ 삼부작으로 명한 데서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구 대륙의 두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젊은이들을 잡아먹으며 쾌감을 느끼는 두 남녀를 <트러블 에브리 데이>에서 그렸다면 EU통합으로도 원기를 회복할 수 없는 쇠잔해진 구유럽의 모습이 <개입자>에서 읽히는 것이다.

<권태>의 세드릭 칸도 클레르 드니처럼 실존했던 연쇄살인범을 2000년작 <로베르토 수코>에서 그리고 있다. 81년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구금된 로베르토는 5년 뒤 프랑스로 탈출하여 경찰을 포함한 수명을 살해한 뒤 다시 이탈리아에서 체포된다. 그리고는 자신을 무정부주의 정치범이라 주장하며 일부 대중의 관심을 끌다가 감방에서 자살하고 만다. 브루노 뒤몽의 <위마니떼>에서 영향을 받은 감독은 주인공 역에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고 시네마스코프의 넓은 화면에 로베르토를 가두어 그의 외로움을 표현한다. 이 영화의 아이러니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로베르토가 프랑스에서 한 살인에 대해 아무런 실마리도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즉 유럽은 통합된 듯 보였지만 아직 완전한 한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간과 국가간의 차별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들간의 현실적인 통합은 어려울 수 있음을 두 영화는 보여준다. <로베르토 수코> DVD에는 코멘터리 외에도 감독과 배우들의 텍스트 인터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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