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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즐거움, <신부와 편견>
이다혜 2005-03-29

발리우드의 수혜받은 <오만과 편견>, 춤과 노래, 로맨스를 모두 만족시키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클루리스> <엠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통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오만과 편견>을 각색한 <신부와 편견>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형식(뮤지컬)과 문화권(인도)을 초월해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다 차다 감독의 <신부와 편견>이 극장과 TV, 동시 개봉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소개된다.

인도 암리차르의 박시 가문에는 아름다운 네딸이 있다. 박시가의 어머니는 네딸을 돈 많은 집에 시집보내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들 앞에 부유한 독신남 발라지(네이븐 앤드루스)와 다아시(마틴 핸더슨)가 나타난다. 큰딸 자야는 발라지와 첫눈에 반해 사랑을 키워가지만, 미국의 호텔 재벌 다아시는 둘째딸 랄리타(아이쉬와라야 라이)와 서로 끌리면서도 티격태격한다. 박시가의 어머니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의 발리우드적 색채와 뮤지컬이라는 형식은 하늘에서 내린 궁합을 보여준다. 결혼을 앞둔 친구와 외출한 자야와 랄리타가 시장의 시끌벅적함을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이 대표적인데, 시장 사람들의 옷 색깔, 꽃집, 길거리 음식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깔을 끌어다놓은 듯한 활기와 화려함은 춤과 노래를 위한 최상의 무대가 되어준다. 원작소설에서 맛볼 수 있었던 풍자의 통쾌함 역시 영화에서 코믹하게 살아난다. 신붓감을 찾으러 LA에서 온 인도계 미국인 콜리가 미국 예찬론을 펼치자, 랄리타가 ‘콜리우드’라고 쓰인 간판 아래 성조기 팬티를 입고 덤비려는 콜리를 상상하며 노래부르는 장면은 속물에 대한 풍자를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인도를 주배경으로 한 뮤지컬로 바꾸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다아시가 랄리타를 탐탁지 않아하면서도 이끌리게 되는 미묘한 심리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줄리아 로버츠가 ‘세계 최고의 미인’이라고 추어올렸다는 아이쉬와라 라이를 랄리타에 캐스팅했기 때문인지 다아시는 랄리타에게 첫눈에 반해 정신을 못 차린다. 그렇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영화는 쾌활한 표정으로 빠르게 해피엔딩으로 달려간다. 벌써 끝인가 하고 아쉬워할 즈음 음악소리와 동시에 엉덩이를 들썩이게 되는 것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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