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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라>의 가짜 속편, <잔다라2>
이영진 2005-03-29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벌이는 핏빛 애정극. 바다 건너면서 <잔다라>의 속편으로 둔갑했다.

<잔다라2>의 영어 제목은 도덕적 죄를 뜻하는 ‘The Sin’이다. 타이어 제목 또한 ‘불륜’ 혹은 ‘간통’을 의미한다. 미리 말하면, <잔다라2>는 <잔다라> 속편이 아니다. <잔다라>는 적나라한 성애묘사로 1966년 출판죄자 곧 판금됐던 타이의 소설. 2001년 흥행감독 논지 니미부트르의 동명의 영화 또한 검열위원회의 3심을 통해서야 개봉 허가를 받아냈을 정도로 뜨거운 문제작이었다. 한국에서 개봉한 몇편의 타이영화 중 <잔다라>는 종려시의 육체를 앞세운 탓에 제법 인지도가 있는 편. 그런 후광을 빌리기 위해서였을까. 타이엔 없는 타이영화 <잔다라2>가 한국에서 개봉하게 됐다.

재밌는 건 수입사가 제멋대로 붙인 제목이지만, 내용이 턱없이 다르진 않다는 점. 영문 모르면 현대판 버전 혹은 속편이라고 믿을 법도 하다. <잔다라>에는 매맞고 자란 저주받은 아들 잔이 커서 아버지의 둘째부인 분령과 정을 통한다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를 한 여자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쟁탈전이라는 삼각구도로 단순화해 부풀리면 <잔다라2>의 골격이 된다. 태프는 상습적으로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 때문에 가출한 뒤 10년 만에 아버지 차웅을 찾는다.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경찰직을 그만둔 차웅은 섬에서 생활하며 뱃사람이 되어 있다. 태프는 뱃전에서 만난 리암이라는 아리따운 여인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그녀가 아버지의 새 아내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후반부에 <잔다라2>는 순정을 확인받기 위한 두 남자의 싸움에 철저하게 집중한다. 태프와 리암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이를 알아차린 차웅은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기 위한 방해공작을 편다. 성적 탐닉의 향연 속에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아들의 탄식의 성장기를 집어넣었던 <잔다라>와 비교하면 가짜 속편은 이야기 전개가 단순하고 빠르다. 하지만 생명을 구해준 남자와 사랑을 전해준 남자 사이에서 저울질 해야할 처지에 있는 리암이 일찌감치 한쪽 손을 들어주는 탓에 그 흐름이 긴박하진 않다. 이러한 약점을 메꿀 의도로 후반부에 빈번히 비벼넣은 스릴러 장치 또한 헐겁고 낡았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의 영화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때깔 신선도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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