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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왕가위의 감각적 이미지, <2046 SE>
2005-04-01

왕가위 영화는 제대로 된 DVD로 선보인 적이 별로 없다. 한국은 물론 홍콩과 기타 지역에서도 그 사정은 비슷한데, 예외가 있다면 <화양연화> DVD 정도다. 판권자의 마스터 관리가 영화의 유명세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할리우드 메이저사가 배급에 참여한 <2046>의 경우도 DVD의 완성도는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별판의 이름이 붙은 두장의 DVD에 몇몇 부록이 있다고는 하지만, 볼 만한 건 ‘제작과정’밖에 없다. 왕가위 영화에 대한 열정은 DVD로 넘어오기 전에 소진되는 것 같다. DVD와 홈시어터의 적까진 아니라고 해도, 영화는 꼭 스크린에서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랑과 시간과 기억은 본능적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하지만 왕가위 영화는 몸에 밴 본능을 거부한다. 왕가위에겐 왕가위만의 ‘사랑의 기술’과 ‘고집스런 기억’과 ‘유영하는 시간’이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낯설다. 그 사랑과 기억과 시간의 종합이라 할 <2046>은, 단순히 따라가는 데에도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다. 거창하고 아찔한 오페라와 남자의 욕망에 관한 포르노그라피가 다투고, 시간과 기억의 단단한 외피 아래 사랑은 부서질 듯 헐떡인다. 그간 비스타비전을 선호했던 왕가위는 <2046>에서 시네마스코프에 가까운 화면 사이즈로 상영되길 원했는데, 그나마 대부분 장면에서 사람의 뒤통수와 벽과 문이 화면의 반을 가리고 있어 숨막히는 열정은 배가된다. DVD를 계속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너머가 보이고, 가려진 화면이 말하는 게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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