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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아즈미의 내적 성숙,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2>
박혜명 2005-04-26

소녀 검객 아즈미, 잔인한 검술로 도요토미 세력 말살의 사명을 완수하는 한편 내적 성숙을 진지하게 꾀하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의 주인공 아즈미(우에토 아야)는, 에도 막부 시대의 도쿠가와 가문이 도요토미 세력자들의 암살을 목적으로 길러낸 소녀 킬러다. 사명을 받은 아즈미는 아사노 장군과 가토 장군을 죽였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두려워했다는 사나다 마사유키 장군(히라미 기지로)까지 암살하지는 못했다. 구도산에 칩거하며 도쿠가와에 대항한 전쟁을 꾸미는 사나다 장군의 목숨을 끊는 것이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2>(이하 <아즈미2>)에서 아즈미가 부여받은 사명이다.

도쿠가와가 키워낸 5명의 정예 검객들 가운데 살아남은 아즈미와 나가라(이시가키 유마)는 또 다른 소녀 검객 고즈에와 함께 사나다 장군 휘하 부대가 주둔한 구도산으로 향한다. 여정 중에 이들은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의적’을 자청하는 강도단을 만난다. 강도단 두목의 동생 긴카쿠(오구리 슌)은 1편에서 아즈미가 검객 훈련을 받을 때 자신의 손으로 죽인 연인 나치를 똑 닮았다. 아즈미 일행은 강도단과 가까워진다. 사나다 장군 곁에서 전쟁을 종용하는 여자닌자 쿠뇨는 흙거미, 록파 등 위협적인 살인 기술을 가진 부하 닌자들을 앞세워 아즈미 일행을 공격한다.

<아즈미2>는 1편보다 훨씬 진지하다. 기타무라 류헤이가 만든 1편은 사내들의 사지를 잘라버리는 여린 소녀의 칼끝에다 과장된 유머와 비장미를 묻혀 B급영화 특유의 오락성을 내세운다. 괴수영화 시리즈 <가메라>를 만든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2편은 소녀 아즈미의 내적 성숙을 주과제로 정했다. 아즈미는 “죽은 동료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쟁을 끝내는 것이 내 사명”이라며 사나다의 암살을 엄숙하게 자청하는가 하면, 죽은 연인과 닮은 남자 때문에 종종 속내가 요동치기도 한다. 1편 때 “내가 죽이는 사람들이 과연 모두 악인일까?”라고 자문하던 아이가 “내 곁의 좋은 놈들은 다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러나 사명감이든, 사랑이든, 동료애든 아즈미의 성숙과 관련된 정서적 테마들은 애초 성기게 짜여진 이야기 매듭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 감정이입을 돕지 못한다. 800만부 이상 팔린 만화 원작의 퓨전사극영화에서 기대할 것은, 어차피 액션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아즈미와 나가라 대 도요토미 일당의 숲속 검투신을 길게 보여준다. 그러나 별로 정교하지 못하다. 나가라가 칼로 찌르는 시늉만 해도 나가떨어지는 검객이 보인다. 리얼함이나 스타일 중 어느 하나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즈미의 실력에 놀란 악당이 “네놈은 악마냐?”라고 부르짖을 땐 아즈미의 어디가 그렇게 살기어렸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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