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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인디비전 심사위원 된 <선택>의 홍기선 감독
박은영 2005-05-12

“차기작은 <버거킹 살인사건>이다”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선택>의 홍기선 감독이 신인감독들의 영화들로 꾸린 경쟁부문 인디비전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모스크바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한 평론가 안드레이 플라코프, 그리고 <언더토우>를 들고온 미국의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과 함께 수상작을 고르게 된 것이다. 전주에서 만난 홍기선 감독에게 심사 기준과 신작 계획에 대해 물었다.

=<선택>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준비하는 작품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난해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1997년에 이태원 버거킹에서 일어난 대학생 살인사건에 관한 영화다. 가제가 <버거킹 살인사건>이다.

=그 사건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서의 미국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다. 재미동포와 미군속 자녀가 한국 대학생을 ‘재미삼아’ 난자해 살인한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미군이 수사협조를 많이 해준 케이스지만, 증거 불충분 등으로 피의자가 무혐의 처리되면서 미제로 남았다. 유가족에게 한이 많더라. 쉽게 쓸 수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라서 여전히 집필 중이고, 올해 촬영에 들어가 완성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장르의 미스터리가 아니라 현실의 미스터리로 접근할 생각이다.

=<선택>은 개봉 성적이나 반응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같은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송환>이 잘된 건 좋은 일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을 개봉하던 무렵엔 상황이 안 좋았다. 송두율 교수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던 때라 공중파 등의 언론에서 잘 안 다뤄줬고, 그래서 좀 힘들었다.

=감독의 입장에서 다른 감독의 영화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자리가 편치 않겠다.

-나도 심사라는 걸 당해본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다. 그나마 이 부문에 한국영화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내 성향이 사회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고 관념적이지 않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더라도 기성 영화에서 보지 못한 새로움이 있는 영화에는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한다.

=<버거킹 살인사건> 이외에 염두에 두고 있는 프로젝트가 또 있나.

-예전에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다. 공단 얘기를 다룬 영화가 <구로아리랑> 정도였던 것 같은데, <외딴방>은 노동자 이야기에 사춘기의 경험을 덧붙인 것이 마음에 와닿아 영화화 욕심을 냈었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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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