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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스필버그 영화특급의 전조, <결투> <슈가랜드 특급>
ibuti 2005-05-20

1970년대 칸영화제의 연인은 미국영화였다. 1970년부터 80년까지 미국영화는 6개의 황금종려상을 가져갔고, 로버트 알트먼, 제리 샤츠버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할 애시비, 마틴 스코시즈, 밥 포스의 신작은 언제나 모셔지곤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이름 사이에서 찾아낸 기억 하나는 참 낯설다. 시작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TV용 영화 <결투>가 유럽에서 극장 개봉되면서 중산층의 공포, 계급갈등 등 다양한 의미로 읽히면서였다. 이를 주목한 칸영화제는 그의 극장영화 데뷔작 <슈가랜드 특급>을 경쟁부문에 초대했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 바우드, 매튜 로빈스와 함께 각본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칸은 스필버그의 겉모습을 보고 애시비나 샤츠버그의 동생 같다고 잘못 판단한 것 같다. 스필버그는 진지한 메시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예술적 스타일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영화제용 미국 감독과 달랐다. 그의 행보는 그런 틀을 비웃는 것이었다.

<결투> DVD에 담긴 인터뷰에서 스필버그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말을 인용한다. ‘관객의 흥미를 절대 잃지 말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객의 조바심을 최대한 오랫동안 끌 것’이라고. 물론 스필버그 영화가 이후 많은 변화를 거쳐온 게 사실이지만, 그는 지금껏 한번도 대중의 시선을 잊은 적이 없다. 스필버그가 위대한 것은 1960년대 이후 방황하는 미국영화에 잃어버린 이야기를 되찾아준 데 있다. 그가 지향했던 바는 데뷔작의 제목에 그대로 드러난다. ‘달콤한 땅으로 가는 특급’ 말이다. <결투>는 스필버그가 유니버설사의 시드 샤인버그에게 발탁된 뒤 TV영화에 몸담던 시절에 만든 대표작이다. 길만 있는 황야에서 벌어지는 승용차와 대형 트럭의 대결이 숨막히는데, 주어진 제작 환경의 적절한 활용과 이미지와 편집 등 대중과 호흡하는 작가로서의 그의 능력이 벌써부터 감지된다. 빌모스 지그몬트가 촬영을 맡은 <슈가랜드 특급>은 1969년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쓸쓸한 미국의 모습과 소외된 자들 그리고 소박한 음악은 1960?70년대 초반 미국영화의 특징적 외양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스필버그와 골디 혼은 애초에 밥 라펠슨과 잭 니콜슨이 아니었다. <결투>와 <슈가랜드 특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조였으니, 스필버그는 이어 만든 <죠스>로 현대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히게 된다. 부록이 전무한 <슈가랜드 특급> DVD에 비해 <결투> DVD는 알차다. 극장 공개 버전을 담고 있으며, 감독과 원작자와의 인터뷰는 <결투>와 스필버그의 초기 TV 시절에 대한 훌륭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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