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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희로애락으로 안무한 영화, <탱고>
박은영 2000-03-28

<탱고>는 인간사 희로애락으로 안무한 영화다. 사랑과 정열, 환희와 고뇌, 질투와 분노가 출렁대는 탱고의 강렬한 선율과 춤사위는 댄서들의 심리와 개인사를 거울처럼 비춰내고, 초기 유럽 이민자들의 정착과 군부독재 시절 등 아르헨티나의 고단한 역사까지 아우른다. 역사와 사회, 전통예술에 대한 속깊은 애정으로 들쭉날쭉한 필모그래피를 그려온 카를로스 사우라도, 이제 그 모든 관심사를 한번에 녹여내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처럼 보인다. <탱고>는 <피의 결혼식> <카르멘> <플라멩코>로 이어진 그의 춤 영화 행진에, 이렇게 의미심장한 마침표를 찍는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중견 연출가가 젊고 아름다운 무희를 뮤즈로 맞고, 그 사랑으로 천국과 지옥을 현기증 나도록 오가면서 필생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스토리나, 극중극을 내러티브로 활용한 구성은 특히 <카르멘>과 닮은 꼴이다.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이 정착을 거부하자 배신감에 살인을 저지르는 <카르멘>의 마지막 장면은, 15년이란 세월을 건너 <탱고>의 첫 장면과 교묘하게 맞닿았다. 마리오는 첫 장면에서 떠나간 아내의 가슴에 애증의 칼을 꽂지만, 이번엔 그저 상상일 뿐이다. <카르멘>의 남자가 순간의 살의를 다스리고 다른 삶을 선택했다면 아마 종국에는 <탱고>의 마리오와 같은 모습으로 ‘무난하게’ 늙어 있을 것. <카르멘> 시절보다 늙고 관대해진 카를로스 사우라는 그의 분신인 마리오를 통해, 절망적인 삶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사랑이라고, 그리고 이젠 그 희망을 붙잡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탱고>는 완결된 시나리오 없이 촬영한 영화다. 처음부터 울타리가 없었던 탓에 뮤지컬 시퀀스와 현실이 끊임없이 서로를 간섭한다. 마리오의 눈 앞으로 등 뒤로 출몰하는 카메라의 존재도,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라는 의미인지, 이 영화를 만드는 사우라 감독의 더 큰 시선인지,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의도한 모험, 의도한 혼란이다. 화려한 원색의 조명, 고야의 그림, 뮤지션들을 배경 삼아, 탱고 댄서들의 실루엣과 감정선을 세심하게 잡아낸,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황홀한 영상에, 98년 칸영화제는 기술공헌상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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