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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간 일본 호러 [3] - 나카다 히데오 감독 인터뷰
김도훈 2005-06-07

미국판 <링2> 연출한 <링> <검은 물밑에서>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 인터뷰

“미국영화니까, 미국 관객이 즐겁게 만들어야죠”

지난 5월17일 오전 10시. <씨네21> 사무실로 나카다 히데오가 전화를 걸어왔다. J호러의 제왕은 할리우드에서의 경험과 <링2>에 대한 자신감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진행된 30분간의 전화 인터뷰.

-할리우드에서의 첫 작업이다. 일본 현장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일본에서는 어떤 앵글에서 촬영하고 편집할지를 대충 현장에서 결정한 뒤 그것에 따라 촬영하는데, 미국에서는 일단 여러 각도로 신중하게 숏을 찍어두어야 한다. 테스트 스크리닝을 한 뒤에 곧바로 포스트 프로덕션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중에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하고는 많이 다른 방식이었다. 미국 관객을 위해 컴퓨터그래픽을 많이 사용해서 시각적인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전편인 <링>이 오리지널 일본판의 극적 짜임새를 많이 가져가는 것이었던 데 비해 이번 작품은 우물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문화적 차이에서 벌어진 의견조율의 과정은 없었나.

=이 작품이 미국판 <링>의 속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내가 참여하기 전에 이미 시나리오는 진행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몇 가지 부분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는 삭제했으면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제의는 했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나 시각 차이가 있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런 건 거의 없었다. 사마라라는 존재 자체가 일본판하고는 조금 다르긴 하나 망령으로서 사마라가 지닌 감정은 일본 오리지널판에 가까웠다.

-<링2>는 중반을 넘어가는 지점에서부터 확연히 당신의 정서가 드러난다. 이성적인 인과관계를 중요시하는 고어 버빈스키의 <링>과는 달리 논리보다는 관객의 정서에 더 호소하는 듯하다.

=어려운 질문이다. 어머니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아들을 지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검은 물 밑에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런 이야기야 원래 세계공통이라 특별히 동양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분명 어딘가에서 동양적인 부분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내가 일본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모자관계는 동서가 다 비슷하다고 보지만, 감정의 교감이 좀더 동양적인 습도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의 인간관계가 모두 드라이하다고만은 생각지 않지만, 동양인이 좀더 촉촉한 습도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링2>에서 가장 만족하는 점은 무엇이며 가장 불만족스럽게 나왔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영화감독은 원래 욕심이 많기 때문에 늘 완전하게 만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촬영도 편집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반성할 부분은 있다. 미국과는 촬영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의 전체가 흐려질 정도로 지나치게 많이 찍었다. (웃음) 일본에서 작업하면 그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이 장면은 좀 가볍게, 이 장면은 좀더 시간을 투자해서 천천히, 이렇게 페이스를 배분할 수 있는데 할리우드에서는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촬영하면서 계속 신이 늘어나 결국 3시간 분량이 나왔다. 나중에 편집으로 조정하긴 했지만, 다음에는 일본식으로 촬영하면서 장면마다의 역할을 의식해 촬영하고 싶다. 잘라낸 장면이 많은데 그건 나중에 DVD로 즐길 수 있을 거다.

-시시 스페이섹의 출연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를 떠올리게 하고, 악마에 의해 빙의된 아이의 이야기는 <오멘>과 <엑소시스트> 같은 할리우드 오컬트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시시 스페이섹과 <캐리>를 연결해서 생각하는데, 나는 그저 시시 스페이섹의 힘과 표현력에 기대가 컸고, 역할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기용한 것이다. 물론 <캐리>가 현대 호러영화의 대표적인 걸작이라 관계가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오멘>이나 <엑소시스트> 등 어릴 때부터 봐온 미국 호러영화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링>을 비롯한 당신의 영화가 극히 동양적 소재의 영화임에도 서구 관객과 평단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본판 <링>이 해외에서 반응이 좋기는 했지만, 이번 <링2>는 미국 관객을 즐기게 하는 방법을 추구한 작품이다. 물론 일본에서 촬영하면 일본 관객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한국과 홍콩 등 아시아 관객, 마지막이 서구의 관객이다. 일본영화는 일본 관객을 위해, 미국영화는 미국 관객을 위해 만든다.

-차기 계획은 무엇인가.

=아직 각본을 수정 중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옥사이드 팡의 <디 아이>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각본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뛰어들었다. 그 점에서는 <링2>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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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통역지원 김수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