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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 대모의 대표작,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

<EBS> 6월11일(토) 밤 11시40분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의 도입부는 인상적이다. 카드점을 치는 클레오와 점쟁이의 손을 비추고 있는데 여기서 화면은 컬러로 구성된다. 그런데 정작 인물들의 모습은 흑백이다. 도입부에서 주인공 클레오에겐 불길한 예언이 다가온다. 다시 보여지는 카드들은 마찬가지로 컬러이며, 그리고 인물은 흑백화면이다. 의미심장한 징조이다. <쉘부르의 우산>을 만든 자크 드미 감독의 동반자이자, 영화감독인 아녜스 바르다의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는 바르다 감독의 대표작이자 한 여성의 내적 불안감을 스크린으로 투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1961년, 낮 시간의 파리. 가수인 클레오는 의사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타로점을 보는 여자를 찾아간다. 두 시간 뒤인 7시에 진단을 듣기로 한 클레오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는데 점쟁이의 점괘 역시 좋지 않다.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클레오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한다.

아녜스 바르다는 흔히 누벨바그의 대모로 불리곤 한다. <짧은 송곳>이라는 영화를 만든 바르다 감독은 영화형식의 견지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장 뤽 고다르 등 누벨바그의 시초가 되었던 것이다.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는 영화 속 시간이 흥미롭다. 극중 시간과 영화 상영시간이 거의 비슷하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의심하는 클레오의 심리상태를 뒤밟는다. 클레오는 식당으로, 식당에서 의류점으로, 의류점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고, 거리로 나와 영화기사인 친구의 영사실에서 짧은 영화를 본다. 마지막으로 공원을 배회하던 그녀는 휴가 중인 군인을 만나 병원으로 향하기까지 마음의 방황을 거듭한다. 1시간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한 여성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다양한 인물과의 만남, 거리의 풍경, 그리고 사소한 사건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바르다 감독은 “클레오라는 인물의 공포감이 곧 영화 속 시간”이라는 설명을 달기도 했다. 요컨대 영화에서 클레오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처지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지니는 정체성을 되짚어가고 있다. 파리 근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 풍경은 예쁘다. <쉘부르의 우산>의 음악을 작곡했던 미셸 르그랑이 직접 출연해 피아노 솜씨를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후 바르다 감독은 <행복>과 <집도 없이 법도 없이>, 그리고 자크 드미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을 만들었다. 영화를 만들기 전 사진작가로 일했던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순간적인 것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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