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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독자에게] 여성영화인들에게 즐거운 뉴스
2000-03-21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단체가 생겨난다. ‘여성영화인 모임’(가칭)은 오는 4월19일 창립총회 일정을 잡아놓고 출범을 준비중이다. 주진숙, 채윤희씨가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아, 여성제작자 프로듀서 평론가 감독 스탭 언론인 등이 참석한 준비모임을 두 차례 열었다. ‘모임’은 첫해인 올해 ※여성영화인 인력양성을 위한 워크숍을 프로듀서/시나리오/연출/촬영조명/편집/디지털제작 등 6개 과정으로 진행하고 ※현재 활동중인 여성영화인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여성영화인력 뱅크’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여성들 작품의 정기 발표회 및 여성영화인 회고전을 열 계획이다.

여성영화인 모임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중 여섯명의 여성영화인들이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처음 거론됐다. 간담회 녹취록은 이 모임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준다. “여성문화예술제에서 워크숍을 하는데 왜 왔느냐고 물어보니까, 태반이 다른 워크숍에 갔을 때 ‘야! 여자는 원래 스크립터 하는 거야’라고 하더래요. 촬영보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거고, 한겨레 영화제작학교 같은 젊은 공간에서도 그게 여자들 역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는 게 끔찍한 일이죠.”(변영주) “영화계 전체를 봤을 때는, 여자들이 기획실에 제일 많죠. 기획홍보를 하고, 제작부에 여자가 배치되면 커피를 타게 돼 있어요.”(전재영) “스탭에서 여성 비율이 70∼80년대보다 굉장히 많아졌어요. 어떤 현장 가면 반이 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작품에 내적으로 기여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에 자족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여자들이 많이 하는 분장이나 의상은 스탭 중에서도 가장 보수가 적은 부문이죠. 가령 여자들이 훨씬 귀가 예민할 수 있는데, 동시녹음기사는 여자가 한명도 없어요. 그게 붐을 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거든요. 무거운 거 나르고 조명기 들고 있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으면 아침에 헬스 가서 다리근육 기르고 팔근육 길러서라도.”(임순례) “지금 여성영화인력이 얼마인지 그 숫자를 파악할 수 있다면, 영화인회의나 영화제작가협회한테 ‘이정도는 여자를 써줘야 한다’고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주진숙)

여성영화인 모임이 태동할 수 있는 건, 한국에 영화제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고, 또 각 분야에 여성들이 고루 진출해 있는 것,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이상 소수자로서 여성인력의 쿼터제 운운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존속하게 될 것이다. 여성영화인 모임은 지금 회원신청을 받고 있다. 참고로 여성영화인 모임 임시사무국은 02-3474-4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