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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에 관한 수다 [2]
사진 이혜정 정리 김수경 2005-06-14

섹스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이성욱 | 연애의 목적은 섹스와 사랑의 비율을 개인적으로 배합하고 성취감을 얻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 하지만 유림이 홍과 시작하는 지점에는 섹스와 사랑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어.

이종도 | 20대 그 나이 때는 구분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이 여자랑 자고 싶은 건지, 이 여자를 사랑하는 건지.

김은형 | 그게 뭐. 30대 된다고 섹스랑 사랑이 구분이 되나. 에이.

김소희 | 유림과 그의 여자친구는 지루한 관계이고 부모 자식 같고. 유림이 그 여자친구랑 혹은 유림이 어떤 사람과 불타는 관계에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유림은 섹스도 목적이지만 그와 동반한 일상의 자극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어.

이성욱 | 내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사실 10대는 섹스에서 모든 게 시작되지만 마스터베이션으로도 해소되는 부분이 있지, 20대에는 그야말로 넣기만 해도 좋은.

일동 | 우하하.

이성욱 | 그래서 20대에는 “이거 하려고 나랑 사귀는 거지?” 이런 오해도 제일 많이 받잖아. 넣는 게 최우선 과제니까. 30대는 친밀감이 필요한 시기 같아. 재미가 없어 재미가. 친밀감을 동반하지 않은 섹스는 만족도가 확 떨어져.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베드신은 꽤 센 편인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전체적으로는 처음에 저렇게 서로 좋아하고 반응하고 느끼는 게 있으니까 이후에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도 그렇게 버틴다는 생각이 들어.

김소희 | 영화작법으로는 낯설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오버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그래서 그들이 속궁합이 잘 맞는 걸 적절히 보여준다고 생각해.

김은형 | 성적 욕망 중에 이건 성욕이고 저건 친밀감이라고 언제나 구분이 돼?

김소희 | 전후관계를 비춰보면 그게 성욕인지 친밀감인지는 알 수 있지.

이종도 | 이 사람이 나를 존중하는지, 도구화해서 섹스하는지 알 수 있어.

이성욱 | 섹스는 연애의 필요충분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맞는 것 같아.

김소희 | 교집합. 없으면 성립되지 않아.

김은형 | 설레는 것 자체가 성적 긴장감을 느끼는 거니까.

이성욱 |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인 면이 드러나.

김은형 | 홍상수 영화와 닮았어. 대안보다는 현실만 제시하는 점이.

이성욱 | 홍상수 영화는 일회적인 섹스로 시작해서 그것이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잖아. 사랑을 이야기하며 관계가 결딴나는. 그런데 <연애의 목적>은 섹스 뒤 그것을 사랑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만들잖아.

김은형 | 결국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보수적인 것 같다는 거지.

이성욱 | 응, 결국은 그렇지.

김소희 | 현실에서 원 나이트 스탠드를 가서 미적거리는 건 뭐야. 상식적이고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가면 적극적으로 해야지.

이성욱 | 홍이 끝까지 버티다가 나중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잘해. 멋있는 장면이야. 이왕 OK했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 낯선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오면 그 사람은 아주 좋게 기억돼. 관계가 그날로 끝이 나도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김소희 | 그런데 <연애의 목적>이 상당히 진일보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피임문제를 뭉개고 넘어간 건 불만이야. 섬세하게 현실적으로 연애와 섹스의 결을 잡는 영화였다면 피임 여부와 그로 인한 갈등이나 어떤 태도를 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실제 많은 섹스 커플에게 피임은 절체절명의 과제, 잠자리 인격권과 케어의 기본적인 문제잖아. 이 영화에서도 마치 피임문제는 없거나 다 알아서 된 것처럼 쓱 넘어가는 게 진짜 아쉬워.

김은형 | <권태>에서도 남녀가 수없이 하는데 피임문제는 쏙 빠져 있어. 콘돔을 쓰느냐 마느냐, 쓰거나 안 쓰거나 그 뒤처리 문제가 현실에서는 대단히 중요해. 섹스의 한 과정이니까. 그런데 다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바로 옷입고 나가는 거야.

김소희 | <연애의 목적> 계보의 다른 영화가 나온다면, 피임문제는 꼭 리얼하게 다뤘으면 좋겠어.

그럼 연애는 미친 짓?

이성욱 | 한 사람과 완벽한 결합을 통해 완벽한 결과를 내는 건 연애에서 어차피 불가능해.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에서 제시카가 헬렌의 립스틱 색깔을 칭찬하자, 헬렌이 세 가지 색깔을 혼합한 것이라고 답해. 그러자 제시카는 자신은 그 색깔로 나온 제품을 바로 쓰겠다고 하지. 헬렌은 그런 건 없다고 말해. 은형씨가 그걸 설명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대방은 없다는 메시지”라고 썼던 게 기억나네.

김소희 | 연애에 완제품은 없지. 잘 썼네. 멋있다, 은형.

이성욱 | 중요한 것은 나도 세 가지 색깔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고 기다리는 건데 현실에서 그게 쉽지 않아.

김은형 | 어떤 사람이랑 결혼, 연애를 하는 것도 한 가지가 잘 맞아서잖아.

김소희 | 자신도 원 오브 뎀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교양있고 상식있는 일반인이지.

김은형 | 아니야. 난 싫어.

이성욱 | 언니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홍이 결국 처단을 하고 유림은 응분의 대가를 받아. 다른 오빠에게 당했던 상처를 털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스스로 처단하고 용서하면서. 연애는 꼭 그런 게 필요한가? 자신이 가진 상처를 꼭 더불어 해소하고 풀어내야 하나. 홍이 그걸 원해서 이룬 건 아니지만 보통 연애를 하면서 자기의 상처나 부족함을 상대에게 얻어내려고 하고 그게 안 되면 서로 못살게 구는 게 긍정적일까?

이종도 | 사실 그 정도는 대화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지 않아?

김소희 | 대화로? 그럼 떡은 왜 치니. 떡도 다 대화로 “좋아, 흥분돼, 아” 하며 다 해결하지. (웃음) 이를테면 영화 속에서 단죄하는 게 극적이긴 하지만 나는 연애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매듭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화로든 뭐든 매듭이 맺어지지 않으면 에너지를 다 소진하게 되니까. 문제는 매듭을 지으면 꼭 남자들은 가버려. (웃음) 그게 제일 문제야.

김은형 | 홍의 행동은 자기 상처에 대한 치유는 아닌 것 같아. 둘 다 상처를 입는 결론에도 홍이 그렇게 한 건 죽을 것처럼 못 견디는 상황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홍은 그 순간을 지나가면 다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니까.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지른 비명 같아. 그렇게 행동해서 상황을 이용했다는 느낌은 안 들어.

연애에도 기술이 필요해?

이성욱 | 유림이 홍의 과거를 스스로 뒤져내서 알아내잖아. 유림은 연애가 성공한 뒤에도 상대방의 상처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머리 한쪽에서 강박 같은 걸 갖게 되지 않을까. 그게 좋은 걸까. 홍이 훌륭한 연애를 하려면 자기 상처를 스스로 수습해내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김소희 | 비밀을 공유하는 대목의 이야기인데 그건 정말 사람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야. 한 사람 안에서도 상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거니까.

이종도 | 그들은 그것을 공유할 만한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던 거지.

김소희 | 분명한 건 비밀을 공유하면 대체로 관계가 끈적끈적해져.

이종도 | 근데 유림처럼 쪼르륵 와서 “같이 자요” 그러면 언니들은 어떨 것 같아?

이성욱 | 그건 내가 대신 대답해줄게. 그때그때 달라요. (웃음) 그런데 “오늘 같이 잘까요?”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다르게 신호를 보내는 게 나중에 더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김소희 | 그게 오히려 정직하게 먹힐 수 있어. 비효율적인 건 빼는 게 난 좋아.

이종도 | 하지만 암호를 해석하는 즐거움이 없어.

김소희 | 괜히 밀고 당기고, 돈 쓰고 이런 거 너무 싫어.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정서적으로 고민했던 것처럼 이 사람이 나를 채워주기를 바라는데. 깔끔하게 내가 원하는 것과 네가 원하는 것을 맞춰보자 이거지. 세상에 나쁜 연애는 없어. 광고주나 독자에게 가장 충격적인 기사는 막 쓴 기사야. 마찬가지로 막하는 연애는 곤란하지. 한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 한명에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원하기 때문에 연애가 굴절되니까.

이종도 | 그러니까 분산투자. 계란을 나눠 담아야 해. 유림만 해도 등정에 실패하면 돌아갈 베이스캠프가 있잖아.

김은형 | 상대방이 아는 순간 그 베이스캠프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불안정하긴 매한가지 아닌가.

이종도 | 유림은 그래도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홍에게 밝히잖아.

김은형 | 나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연애는 끝나면 원점인 것 같아.

이종도 | 대신 스킬이 남잖아. 등록금이 비싸지만 다닐 만한 학교야.

김소희 | 연애를 하면 내 안의 추악함과 찌질함이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나는 게 나는 좋아.

교사 유림(박해일)과 교생 홍(강혜정) 사이의 공적인 관계는 벤치 사이의 간격만큼이나 확연하지만, 뜨겁고 단순하고 맹목적인 연애의 열정이 금방 그 사이를 좁혀놓는다.

점점 간격이 좁아지다가 마침내 설왕설래, 그리고 어떤 경지(?)에까지 한발 밀어넣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최후의 도달지점까지 가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신경전과 상처 주고받기 같은 복잡한 절차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남의 사생활이 끊임없이 궁금한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의 왕성한 호기심도 이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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