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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릴러의 교본, <새>

<EBS> 7월24일(일) 오후 1시40분

이상하다. <>는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뭔가 허전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음악이 거의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경음악이든, 혹은 우연하게 들리는 음악이든 영화음악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서 음악 이외의 사운드의 역할은 배가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략하다. 평온하던 마을에 새떼가 급습하고 주민들을 해치며 결국 그들의 보금자리를 스스로 떠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듯 단순명료한 줄거리의 영화가 오늘날 <>를 접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공포감을 부추긴다는 점이 놀랍다.

멜라니 다니엘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 젊은 변호사 미치 브레너를 만난다. 멜라니는 미치의 여동생 캐시에게 줄 생일선물로 잉꼬 한쌍을 사서 그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하지만 주말이면 보데가 만의 집으로 간다는 이웃의 말을 들고 멜라니는 다시 보데가 만으로 향한다. 멜라니는 초등학교 교사인 애니와 함께 그날 밤을 보내게 되고 애니는 미치의 어머니에 대해 말해준다. 다음날 캐시의 생일 파티장에서 갈매기들이 아이들을 공격하고 참새떼가 벽난로 굴뚝으로 급습하는 일이 생긴다. 영화 속 <>의 시간과 공간은 큰 변화가 없다. 보데가 만이라는 장소에서 이틀 동안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새’는 조금씩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처음에 우연처럼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이 생기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급습하고 상가를 공격하며 사람의 눈을 파먹는 일까지 생기자 더이상 모든 사건을 우연으로 돌리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미치와 멜라니가 집에 꽁꽁 갇혀 있는 후반부가 될 것이다. 집안에 갇힌 이들은 여러 방법으로 새들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지만 번번이 실패할 따름이다. 결국 집에 침입한 새들이 내는 온갖 소음과 주인공들의 침묵과 비명이 교차하는 순간, 그리고 놀라운 시각효과가 곁들여진 <>의 클라이맥스는 공포스릴러영화의 훌륭한 모범이 되고 있다.

<>는 다른 히치콕 영화와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 히치콕 감독이 완성한 영화는 유명한 <싸이코>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하는 심리적 공포의 세계를 다루었던 <싸이코>에 이어, <>에서도 역시 일반적인 가족에 비해 훨씬 강한 유대감을 지니는 어머니와 아들의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이 자연의 위협을 받는 과정이 곧 영화 <>의 숨겨진 줄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는 영화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끝’이라는 자막이 깔리지 않는데 새들의 위협이 채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감독의 의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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