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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뒤흔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펀치, <밀리언 달러 베이비>
ibuti 2005-07-22

그는 아침기도를 위해 무릎 꿇기도 힘들다. 하늘에 대고 농을 걸 정도로 지혜로운 그이지만 어느덧 희망보다 풀지 못한 한이 더 많은 나이. 그가 운영하는 LA 변두리의 힛핏 체육관은 보잘것없는 인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곳으로 인생의 마지막 끈을 부여잡은 여자 복서가 찾아온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쉽고 순수하다. 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고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그만큼의 진심으로 충만한 영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흘러나오는 기타 멜로디(아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작곡했을 것이다)는 <용서받지 못한 자>(1992)의 선율과 비슷하다. 두 영화는 많이 닮았다. 세상과 떨어져 살던 남자가 누군가로 인해 현실로 뛰어들었다가 결국엔 마음의 평화를 찾아 어디론가 떠난다는 이야기. 배우로나 감독으로서 과거 이스트우드는 세상과의 간격을 좀처럼 좁히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그때의 그는 쿨했으나 언제나 쓸쓸한 존재였다. 그런 그가 달라 보인 건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영화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놓치지 않는 거의 유일한 할리우드 감독이 되었다. 예전의 이스트우드였다면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아마 다른 영화가 됐을 법하다. 누가 아무리 애원해도 야멸차게 거절하고 그는 자신의 길로 떠났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누군가로부터 배신을 당해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고, 바보 같은 사람을 보고도 조용히 미소지을 줄 안다. 붉은색이 인상적이었던 이스트우드 영화는 요즘 청색과 녹색 톤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근작들에선 조용히 흐르는 깊고 푸른 물이 연상된다.

지난주에 얘기한 우디 앨런처럼 클린트 이스트우드 또한 DVD 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할 수 없이 다큐멘터리나 전문가의 음성해설을 별도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 DVD를 제작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힘들었을 터다. 각각의 특색을 지닌 세 가지 부록은 간략하면서도 핵심을 건드리는 것들이다. ‘싸우기 위해 태어났다’에선 등장인물들이 캐릭터와 연출의도, 권투와 인생 등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려주며, ‘프로듀서의 15 라운드’에선 제작자와 각색자가 등장해 제작과정에 대해 말한다. 가장 볼 만한 건 클린트 이스트우드, 힐러리 스왱크, 모건 프리먼과의 인터뷰다. 세 주역의 영화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들을 수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할 뿐 생각보다는 느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일한다는 이스트우드의 말에서 그가 좋아한다는 재즈가 언뜻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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