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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검> 중국 촬영현장을 가다 [2] - 서사·액션
사진 이혜정박은영 2005-07-27

왜 발해의 여자 무사인가?

서사- 미지의 여백인 발해사에 관한 대담한 상상

<무영검>은 무려 4년 동안 ‘김영준 무협 프로젝트’로 기획, 준비됐던 작품이다. 5년 전 데뷔작 <비천무>가 흥행은 나쁘지 않았지만, 완성도의 문제를 아프게 지적당한 만큼, 김영준 감독이 같은 장르로 복귀한 것은 의외다. 이 배경에는 <비천무> <무영검>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설득’이 있었다. “<비천무>를 너무 급하게 진행해서 감독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홍콩팀과 일하면서 액션에 대해 배운 것도 있고, 중국 로케이션 때 바가지 쓰면서 큰 경험을 했다. 다시 찍으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장소에서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더라. 비법을 알고 있는데, 안 하려니 억울했다. 그래서 감독을 설득했다. 이번엔 준비 기간과 비용을 충분히 주겠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천무> 제작의 비화. 정태원 대표가 <비천무>의 촬영과 개봉을 서두른 것은 뒤늦게 기획된 <단적비연수>에 ‘무협 1호’ 타이틀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어찌나 마음이 급했던지, 감독이 다른 촬영을 하는 사이, 조연출과 B카메라를 들고 나가 직접 촬영한 일도 있었다. “숱한 제약 속에서 그만한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을 인정하게 됐고, 제대로 평가받게 해주고 싶었다.” 제작자와 감독 사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의상, 음악, 연출부, 제작부가 그대로 다시 뭉쳤고, 4년을 함께 준비했다고 하니, <비천무>팀의 신뢰는 남다른 데가 있어 보인다.

그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영검>의 얼개와 디테일은 계속 바뀌다가, ‘발해의 마지막 왕자를 지키는 여자 무사 이야기’로 가닥이 잡혔다. 마지막 왕자 대정현과 그를 비호하는 무사 연소하가 거란의 편에서 그들을 제거하려는 군화평(신현준)과 매영옥(이기용)의 위협을 받으며, 길 위에서 여러 가지 모험과 각성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왜 하필 발해의 여자 무사였을까? ‘여자 무사의 여정’은 처음부터 가져온 컨셉이었다는데, 김영준 감독은 뜻밖에도 캐릭터의 힌트를 <터미네이터>에서 얻었다고 일러준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입력된 하나의 미션을 따라 행동하는 전사, 그가 여자 무사라면 재밌는 설정이 될 것 같았다.” 외유내강의 이미지에 액션 연기 경험이 있는 윤소이는 김영준 감독에게 일찌감치 연소하로 낙점돼, “<아라한 장풍대작전> 이후 10년 동안 액션 사절”이라는 다짐을 철회했다. 극중에서 발해사는 미지의 여백이자 가상의 역사로 재구성된다. 독도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발해 재건의 상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가 발해에 대해서 배운 건 많지 않다. 20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고, 고구려 이후 가장 강한 나라였다는 정도? 공부를 하다보니 왕자가 암살당했다는 기록이 있더라. 만약 그가 살아남았더라면, 거란에 대적할 왕이 있었더라면 하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시놉시스

발해 최후의 왕자를 지켜라

때는 927년, 거란의 침략으로 발해는 위기에 처했다. 왕자 대광현이 자객에게 암살당하자, 발해의 대신들은 죽은 왕자의 동생 대정현(이서진)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최고의 무사 연소하(윤소이)에게 왕자를 무사히 데려오라는 임무를 내린다. 수소문 끝에 찾아나선 정현은 장물아비 소삼이로 통하는 양아치가 돼 있다. 소하를 만난 정현은 백성을 가난과 전쟁에 내모는 왕은 되고 싶지 않다고 버틴다. 정현은 형의 죽음을 알리며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가자는 소하의 제안에 함께 길을 나서기로 한다. 그러나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이미 거란으로부터 숱한 위협을 받아온 정현은 변절한 무사 군화평(신현준)과 매영옥(이기용)의 습격을 받고, 그때마다 자신을 비호해주는 연소하의 충심에 감복하기 시작한다. 정현은 무영검에 얽힌 소하와 자신의 비상한 인연을 알게 되고, 고통과 슬픔에 젖은 발해의 백성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물속에서 벌이는 칼싸움, 본 적 있나?

액션 - 우아함과 웅장함을 각 장면마다 달리 표현

4년을 준비하는 동안 김영준 감독은 홍콩 무술팀 미팅과 스토리보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마옥성이 이끄는 홍콩팀이 무술을 전담하기로 한 것은 그러니까, 일찌감치 정해진 일이었다. 그 자신이 태권도와 합기도 유단자이고, 대학 시절부터 액션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던 김영준 감독은 <비천무>의 무술을 맡은 인연으로 가까워진 마옥성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가 됐다. 그는 <비천무>를 준비하던 당시, 20년 동안 한국영화에서 사라졌던 장르를 불러온다는 부담에 ‘한국적 액션’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무영검>을 하면서는 액션의 형태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고 전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액션은 없다. 원화평이 <매트릭스>에서 보여준 것도 홍콩 무술을 미국적으로 차용한 것이었다. 전통 무예를 응용하는 것이지, 동작 자체가 새로울 수는 없다. 다만 이번엔 <비천무> 때보다 액션을 업그레이드하자는 생각은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마옥성 감독에게 어떤 액션을 주문했을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김영준 감독이 원하는 액션이 유려한 스타일인지 아니면 파워풀한 스타일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유려하고 아름다운 액션과 웅장하고 역동적인 액션을 영화 속에 모두 녹여내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와호장룡>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액션과 웅장하고 힘있는 액션을 각 장면의 분위기에 맞게 표현하고자 했다.”

뉴라인의 부분 투자가 결정되면서, 서구 관객에게 선보일 가능성이 생긴 것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 관객의 취향과 서구 관객의 취향은 다르다. 한국 관객은 절제된 리얼리티를 좋아하고, 홍콩 관객은 과장된 액션에 익숙하고, 미국 관객은 그 중간쯤 되는 액션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액션의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할지 고심해야 했다.” <와호장룡> <영웅> <연인>이 서구에 소개된 뒤인 만큼 아류나 반복으로 비치지 않을 ‘비장의 카드’가 필요했고, 그래서 착안한 것이 ‘육해공’을 누비는 액션이었다. 특히 수중 액션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시도한 것이었다고. 윤소이와 신현준이 물속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이 장면은 물속에서 찍지는 않았다. 수중효과를 내는 것은 시각효과를 담당한 모팩의 몫이었고, 배우들은 물속에서 움직이는 효과를 위해 하루종일 와이어에 매달려 허우적대야 했다. 프로모 필름에 하이라이트로 수록된 이 장면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와이어 액션의 양과 질도 달라졌다. <비천무> 당시 ‘와이어를 당기면 앞으로 전진하는 원모션’만 가능하던 와이어 기술은 몇년 새 발달해서 방향과 각도 조절은 물론 도르래를 이용해 ‘떼로 날아오르기’도 가능해졌다. “와이어 지우는 것만 30명이 하루 8시간씩 3개월을 해야 한다”는 정태원 대표의 설명으로, 와이어 액션의 분량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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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태원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