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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 황정민 [2]
사진 이혜정박혜명 2005-09-08

SCENE 3

그는 푹신한 소파가 불편하다고 느꼈다.

푹신한 소파를 좋아하는 그녀는 자신의 발끝으로 느끼는 나른함을 그의 어깨 끝까지 전달했다.

그녀가 속삭인다. “이런 관계가 나쁘지는 않잖아요.”

그가 대답한다. “쉽지도 않죠.”

전도연황정민은 “사람들이 오누이 같다 그러는” 사이다. 황정민은 “원래부터 친한 사이예요. 만날 같이 술마시고”라고, 전도연은 “그냥 어느 순간 친해져 있었어요”라고 할 뿐이다.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 연기3팀에 나란히 속한 두 배우는, 황정민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끝내고 대학로에서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할 때 처음 만났다. “매니저(박성혜 이사)가 저한테 황정민씨 얘길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한번 같이 보러가자고. 다른 건 모르겠는데, 진짜 너무 열심히 하는 거예요. 너무 열심히. 치열해 보였던 거 같아요. 나랑 비슷하단 생각도 들고.”

언제 밥이나 같이 먹자, 라는 말인 양 언제 영화나 같이 하자, 라는 말을 두 사람은 종종 주고받았다. “말은 그렇지만 실제로 영화를 같이 찍는다는 건 우리(매니지먼트사)가 직접 이야기를 짜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잖아요.” 전도연은 감독이 자신을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를 받고 에이즈라는 낯선 병과 비현실적인 상황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8번이나 읽었지만 석중 역으로는 황정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순박하고 순수한 농촌 총각으로 딱이라니, 황정민은 그냥 웃는다. “석중처럼 그렇게 끈기있거나 하진 않고요, 난 석중처럼 그렇게 멋있는 사람은 못 돼요. 나는 환경에 적응도 하고 동화도 되는데 석중은 안 그러니까 멋있는 사람이죠.” 그는 <천군> 촬영차 중국에 있을 때 <너는 내 운명> 시나리오 얘기를 들었다. 박성혜 이사가 “딱 당신이야, 그냥 해”라고 해서 하게 됐다. 귀국해서야 시나리오를 읽었다. “오빠한테 문자왔어요. ‘도연아, 고마워’.”

결국 남자와 여자는 ‘거리 두고 바라보기’만 해서 안 될 사이였다. 전도연이 황정민 품에 안기고 그런 전도연을 황정민이 사뿐히 끌어안았을 때, 두 사람의 얼굴은 가장 환했다. 가식적인 친절보다는 무관심이 낫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믿는 그들은 상대도 솔직하길 원하며 그런 상대들과 쉽게 가까워진다. “내 앞에서 이렇게 하는 여자가 한명도 없었거든. 부담스러워.” “오빠가 그러니까 나도 쑥스러워지잖아.” “야, 니가 쑥스러우면 나는 어떡해.” 두 배우에게 처음부터 손 맞잡고 웃고 행복해하는 연인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으면, 저 하늘에 무지개도 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도연이 말하는 황정민/ 정민 오빠는, 현장의 긴장감이 그대로 생활로 이어져요. 긴장감을 안 늦춰요. 어눌어눌한데, 그러면서 굉장히 완벽주의적이에요. 사람을 지나치게 배려해요. 오빠가 말하는, 관객이 돈을 내고 보러오니까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책임감, 죄송함이라는 것도, 제가 볼 땐 그런 거 같아요. 정민 오빠는 관객이 실망하는 꼴을 용납 못할 사람이에요. 그런데 자기 관리를 안 해. 건강검진도 안 받아요. 제가 끌고가서 받게 했잖아요. 여태까지 한번도 안 받아봤대요. 의사가 보호자 분이 누구세요? 그러기에 제가 보호자인데요, 그랬어요. (웃음) 말을 많이 안 해도 편해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일에 대한 열정의 정도도 서로 비슷해요. 배우들끼리 모이면 아무래도 일 얘기가 가장 많은데, 좋은 영화와 안 좋은 영화 얘기할 때, “그 영화 되게 좋다” 그러는데 “그거 후졌어” 그러면 싸움나잖아요. 근데 그럴 일도 별로 없고. (동의를 구하려는 듯) 그래, 오빠?

황정민이 말하는 전도연/ (별 생각없다는 듯) 응.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돼요. 어릴 땐 호기심도 많아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이가 들면서 무리 찾아가는 거 있잖아요. 계기도 없는데, 우리랑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야, 하는 게 느껴져요, 사람들이 오누이 같단 말 많이 해요. 배우로서 도연이는, 한치의 오차가 없어요. (혼잣말처럼) 그리고 난 책 보는 사람 되게 좋아하는데 도연이는 책 많이 봐서 좋아.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도 좋아하는데 도연이는 운동도 열심히 해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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